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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다승보다 이닝을 많이 가져갈 수 있어서 좋다."

지난 15일 고척 넥센전에서 시즌 6승을 따낸 후, 양현종이 꺼낸 이야기다. 승리도 승리지만, 선발답게 제 몫을 했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좋기도 하지만 슬픈 말이기도 하다.

선발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바로 긴 이닝 소화다. 선발은 휴식일이 확실히 보장된 보직이다. 등판 날짜에 맞게 몸 상태를 만들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것이 보다 용이하다.

반면, 불펜은 언제 나와야 할지 모르니 항상 긴장 상태로 대기해야 한다. 갑자기 몸을 푼다고 해도 제구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래저래 투수 모두가 선발을 원하는 이유다.

하지만 선발은 아무나 할 수 없다. 본인이 무너지면 불펜의 과부하가 심해진다. 한 두 번이면 버텨내는데, 자주 무너지면 쌓이고 쌓인다. 결국 팀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 선발은 그만큼 중요하다.

특히 팀 에이스라면 더할 나위 없다. 2018시즌 양현종은 KIA에 없어서는 안될 투수다. 외인 1선발 헥터의 부진이 뼈아프다. 여기에 작년부터 이어진 불펜진의 난조가 계속 양현종의 머리 속에 있다.

본인이 아무리 잘 던져도 다른 동료들이 맞장구를 쳐주지 못하면 팀 승리는 없다. 본인의 힘으로, 에이스의 무게감을 앞세워 어떻게든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겠다는 것이 양현종의 뚝심이다.

그러다보니 올해 양현종이 무리를 해서 던지고 있다는 의견, 동시에 김광현처럼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럼 정말 양현종은 혹사에 가까울 정도로 공을 뿌리고 있을까?

17일 기준, 리그에서 투구 수가 가장 많은 선수는 삼성 아델만이다. 9경기 기준, 985개다. 2위는 948개의 한화 샘슨, 3위는 937개의 한화 휠러다. 그리고 4위가 931개의 양현종이다.

양현종은 경기 당 평균 103.4개를 던지고 있다. 재밌는 점은 투구 수 상위 4명의 선수 중 이닝 소화는 양현종이 가장 많다. 64이닝이다. 반면 아델만은 52이닝, 샘슨은 50.2이닝, 휠러는 51이닝이다.

10이닝 이상 양현종이 더 던졌다. 이닝당 평균 투구수를 살펴보면 그 차이는 더욱 명확하다. 아델만(18.9개), 샘슨(18.7개), 휠러(18.4개)다. 하지만 양현종은 14.5개다. 소사(14.2개)에 이어 리그 2위다.

효율의 끝판왕이다. 투구 수는 더 적은데 이닝은 더 많다. 양현종이 잘 던지고 관리도 잘했다는 의미다. 오히려 다른 선수들이 더 많이 던지고도 적은 이닝에 그치며 고전했다는 이야기다.

정리하면 양현종이 무리해서 던진 것처럼 보인 것은 투구 수가 많아서가 아닌 이닝 수가 많아서 그렇다. 처음부터 나와 오래 던지니, 많이 던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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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작년과 비교해보자. 기준은 현재와 똑같은 9경기다. 9경기 나와서 7승 1패 평균자책점 2.90을 찍었다. 소화한 이닝은 59이닝, 투구 수는 872개다. 경기당 평균 투구 수는 96.9개다.

경기 수는 같지만 작년보다 이닝은 5이닝 더 던졌고 투구는 59개를 더 던졌다. 대신 이닝당 평균 투구 수는 14.8개로 올해와 비슷하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양현종의 노련한 피칭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작년 대비 더 많이 던진 것은 사실이지만, 혹사로 불릴 정도로 과다한 차이는 아니다. 양현종의 말대로 헥터를 비롯, 다른 선수의 부진을 채우고자 에이스답게 최대한 많은 이닝을 가져가고자 했던 결과다.

물론 선수도 사람이다. 많이 던지면 피곤할 수 밖에 없다.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윗동네 SK는 김광현에게 적절한 휴식을 주고 일정을 고려해서 등판 시키고 있다. 결과도 좋다.

하지만 지금 당장 양현종의 등판 날짜를 고려하면서 관리를 한다면 KIA는 살아남을 수 없다. 올해의 타이거즈는 작년의 타이거즈가 아니다. 양현종이 없으면 타이거즈는 뒤쳐질 수 밖에 없다.

설령 관리를 한다고 해도 양현종 본인이 그걸 감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속된 말로 양현종은 뼛속부터 타이거즈다. 2016시즌이 끝나고 FA가 됐지만 그는 꽉찬 4년 대신 단년계약을 선택했다.

계약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결과적으로 2017시즌, 양현종은 20승을 따냈고 한국시리즈에서 1승 1세이브를 달성하며 팀 우승을 이끌었다. 그리고 다시 KIA에 남았다. 누가 봐도 타이거즈 에이스다.

김기태 감독도 인정한다. 김 감독은 양현종의 과부하에 대한 질문에 "에이스가 누릴 수 있는 권한은 등판 일정과 등판 경기 투구 이닝 수"라고 이야기 했다. 양현종을 완벽하게 믿고 있다는 말이다.

로테이션 한 차례 정도는 건너 뛰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하지만 양현종은 본인이 해야할 역할이 무엇인지를 잘 안다. 더 효율적으로 잘 던지면 된다. 양현종의 관리는 양현종 스스로가 이미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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