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길준영 기자
[스포츠한국 길준영 기자] 정운찬 한국야구위원(KBO) 총재가 KBO리그의 발전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밝혔다.

정운찬 총재는 지난 12일 서울 경희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야구학회 봄학술대회에서 KBO리그의 미래에 대해 “깨끗한 야구, 돈 버는 야구, 즐거운 야구”라는 청사진을 천명했다.

또한 청사진을 실현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제시하고 패널과 청중의 다양한 질문에 답을 하는 시간도 가졌다.

먼저 정운찬 총재가 강조한 것은 프로야구 산업화였다. 통합마케팅을 통해 리그의 수익성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는 모기업으로부터 독립하여 생존할 수 있는 구단들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가장 구체적인 목표는 MLB닷컴을 모델로 한 KBO닷컴의 출시다. 메이저리그는 2000년대 초반 미디어회사인 MLBAM을 설립하고 MLB닷컴 서비스를 시작하며 리그의 마케팅 역량을 통합하는데 성공했다. 메이저리그는 이를 바탕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해왔다.

정운찬 총재는 “KBO닷컴은 미디어 회사를 지향해야 한다. KBO만이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MLB닷컴뿐만 아니라 NFL(미국프로풋볼리그) 모델도 참고하고 있다. NFL은 기존 미디어인 ESPN과의 합작을 통해 성공적으로 마케팅을 해낸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빅마켓 구단과 스몰마켓 구단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처럼 구단별로 마케팅이 진행되면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기 어렵다. 구단주들을 적극적으로 만나면서 설득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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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KBO가 힘쓰고 있는 클린 베이스볼(깨끗한 야구)에 대해서도 많은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최근 이장석 전 대표의 법정구속으로 불거진 넥센 문제의 경우 “현행 규약상 KBO가 구단의 개별 주주를 징계하거나 권리를 박탈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장석 전 대표의 직무를 정지한 상황에서 이장석 전 대표가 지금까지도 구단 경영에 개입하고 있다면 구단 자체에 대해 징계를 부과할 수 있다”고 답했다.

또한 “넥센에 경영개선방안을 요구했고 넥센에서 낙관적인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보고서의 내용과는 달리 최근 신주를 발행해 우려 표명을 했다. 만약 KBO의 이익을 해치는 행위를 한다면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현재 여러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넥센 사태를 방치하지 않을 것이란 의지를 표명했다.

선수들의 경기 내외적 품위손상 행위에 대해 징계가 일정하지 않고 구단별로 징계 수위가 달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형평성은 깊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라며 “법무자문을 받아 품위손상 행위를 개량화해 공평하게 징계할 계획이다. 공평·형평성이 확보된다면 구단의 별도 징계는 필요 없어질 것이다. 다만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스트라이크 존 문제와 타고투저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운찬 총재는 “타고투저가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금처럼 다득점 경기가 다수 나오게 된다면 경기의 질이 떨어진다”면서 “올 시즌 타고투저 완화를 위해 스트라이크 존을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심판과 선수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투구 추적 시스템을 활용해 심판들의 판정을 복기하고 조정하고 있다. 또한 심판 위원장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현재는 일시적인 조정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타고투저의 원인에 대해서는 국내투수들의 기량 하락을 꼽으며 “외국인 투수에게 크게 의존하면서 국내 투수 육성에 소홀했던 것 아닌가 싶다. 또한 아마추어 투수들이 혹사를 당하고 프로에 입단해 곧바로 수술대에 오르는 경우도 많다”고 문제점을 진단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아마추어 선수들의 신인지명 전후로 메디컬 테스트를 실시하여 통과한 선수만 입단하게 하거나 구단이 지명철회를 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면서 "지금 당장 메디컬 테스트를 도입할 수는 없겠지만 현재 중학생인 선수가 프로에 오는 시점에는 실시할 수도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선수 간 연봉 양극화 해결에도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정운찬 총재는 “전업 선수로서 현행 최저연봉(2700만원/육성선수 2400만원)은 생계를 꾸리기 부족한 수준이다”라고 말하며 최저연봉 인상을 지지했다.

또한 “한 선수가 20~30억원의 연봉을 받는 것은 현재 리그 재정 수준에서는 과하다고 본다. 구단·선수간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FA 보상규정을 완화할 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면 사치세·샐러리캡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외국인 선수의 연봉이 과하게 높은 측면이 있다면서 외국인 계약을 투명하게 진행하도록 하겠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이 외에도 KBOP의 기능 강화, 스포츠투아이가 독점하고 있는 야구 정보 공개, 아마야구 발전 지원, 미세먼지 관련 경기 취소 기준 마련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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