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고척=전영민 기자] “그동안 마음이 너무 답답했어요.”

경기를 마친 뒤 머리카락에 땀이 흥건한 박동원이 남긴 말이다. 팀이 승리했음에도 크게 웃지 않았다. 16일 만에 안타를 쳐냈지만 들뜬 내색을 보이지 않았다.

넥센은 14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의 주말 3연전 두 번째 경기에서 7-6 승리를 거뒀다. 김하성과 초이스는 나란히 투런포를 쏘아 올리며 맹타를 휘둘렀고, 오랜만에 1군을 모습을 드러낸 이택근은 3타점을 쓸어 담으며 팀의 승리에 일조했다.

넥센 박동원. 스포츠코리아 제공
자연스레 맹타를 휘두른 선수들은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장정석 감독 또한 김하성과 초이스, 그리고 이택근의 활약 덕에 승리를 챙겼다며 그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더욱이 최근 투수진이 연이은 호투에도 불구하고 타선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해 승을 챙기지 못했을 정도였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나 이날 긴 침묵을 깨고 나선 선수가 있다. ‘안방마님’ 박동원이 그 주인공. 단 1안타에 그쳤지만 대량 득점의 물꼬를 트는 꽤나 값진 안타였다. 더불어 지난달 29일 고척 LG전 이후 그가 16일 만에 뽑아낸 안타였다. 하지만 박동원은 첫 타석에서 안타를 쳐낸 것보다 나머지 타석에서 범타에 그친 것에 대해 자책했다.

“그동안 타격 부진을 계속 긍정적으로 생각했는데도 잘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사실 긍정도 없고 부정도 없는 상태였어요. 그냥 ‘그러려니 하고 게임에 임하다 보면 기회가 오겠지’ 생각했어요. 그런데 마음 먹은대로 잘 안되니까 참 쉽지가 않네요.”

박동원은 지난해 103경기에 출전해 256타수 69안타 타율 2할7푼 11홈런 3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7할5푼4리를 기록했다. 잔부상 때문에 성적이 좋지 않았던 탓에 박동원은 스프링캠프부터 이를 갈았다. 이후 올시즌을 앞두고 주전포수로 낙점되며 많은 기회를 부여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왼 손목에 염증이 생겨 1군에서 말소됐다.

“캠프에서 열심히 한 탓에 지난해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더 많은 기회를 받을 수 있는 좋은 상황에 아파서 2군으로 내려가니까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뭐 좀 다시 해보려고 하는데 그렇게 아파버리니까 정말 마음이 너무 답답했어요.”

넥센 박동원. 스포츠코리아 제공
박동원의 가치는 타석에서의 침묵을 깬 순간보다 홈 플레이트 앞에 앉아 묵묵히 투수들의 공을 받아낼 때 더욱 빛났다. 박동원은 한 점 차로 쫓긴 6회초부터 오주원-이보근-김상수-조상우와 합을 맞추며 무실점으로 승리를 지켜냈다. 그럼에도 공은 모두 투수에게 돌리고 자신을 낮췄다.

“저는 공을 받고, 몸으로 막고, 투수에게 사인을 내는 것뿐이에요. 어차피 공은 투수가 던지는 것이잖아요. 마운드에 올라오는 투수들을 믿고 사인만 냈을 뿐인데 모든 투수들이 잘 던져 줘서 막았어요. 제가 잘 한 건 없어요.”

넥센은 전날 주포 박병호가 종아리 근육 파열로 전력에서 빠졌다. 이미 주장 서건창도 무릎 부상으로 빠져있는 상황에 악재가 겹친 것. 때문에 박병호가 빠진 첫 경기에서 보여주는 경기력이 향후 선수단의 분위기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박동원은 남아 있는 다른 팀원들을 믿었다. 서로 믿고 의지하는 것이 현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이고 잘 버텨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팀 분위기가 그렇게 좋은 편도 아니고 나쁜 편도 아니에요. 한 번 이기면 또 금방 선수들이 다치고 별로 안 좋은 상황인데 더 이상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선수들끼리 서로 믿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부상 선수 공백에 대한 얘기를 서로 하지 않아도 다 알거에요. 핵심 두 명이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하는 것은 맞지만 없으면 할 수 없잖아요. 선수들 모두 알아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수행하기 때문에 빈자리를 그리워할 필요가 없어요.”

올시즌 개인적인 목표에 대해서도 박동원은 정확한 수치를 언급하는 대신 ‘박동원답게’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확실한 목표를 꼽았다.

“포수인 제가 경기장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가 않아요. 적어도 주어진 상황에서는 후회하지 않게 최선을 다할 생각이에요. 그리고 할 수 있는 플레이를 다 해서 팀에 보탬이 되는 것이 올시즌 제 목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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