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전영민 기자
[스포츠한국 전영민 기자] “감독님께서 고민하셨다면 성공이죠.”

심우준은 지난 14일 kt wiz 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시범경기에 1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이날 경기에서 그는 4타수 4안타 1볼넷 2득점을 기록하며 kt의 9-4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팀의 리드오프로서 맡은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마지막까지 삼성 투수진을 괴롭혔다.

지난 시즌 103경기에 출전한 심우준은 286타수 82안타 타율 2할8푼7리 4홈런 2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7할1푼을 기록했다. 개인 커리어 하이는 찍었지만 아직 한 팀을 대표하는 리드오프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렇기에 그는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절치부심했다. 그리고 성과를 보여줬다. 승패가 중요하지 않은 혹은 전력을 점검하는 시범경기 단 2경기라 할지라도 심우준은 올 시즌 주전 1번 타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제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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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말 상대 선발 리살베르토 보니야를 상대로 불리한 카운트 속에서도 파울을 4개나 때려냈다. 심우준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끝에 보니야의 9구째를 받아쳐 중전 안타를 기록했다. 이후 로하스의 2루타에 홈을 밟았다.

3회에도 선두 타자로 나선 심우준은 우익선상을 가르는 2루타를 쳐냈다. 이어 박경수의 내야안타, 로하스의 2루타가 연이어 터지면서 또다시 홈에 안착했다. 사실상 이날 경기의 승부처가 3회였던 만큼, 윤석민의 스리런이 터지기 전 심우준이 보니야를 흔든 것이 주효했다.

3번째 타석에서는 볼넷을 거르며 당당히 1루까지 걸어나갔다. 이후 2루 도루에도 성공했지만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잔루로 남았다.

심우준은 출루뿐 아니라 승부에 쐐기를 박는 타점도 뽑아냈다. 6회 무사 1·3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그는 2구 만에 우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쳐내며 3루 주자 송민섭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8회 마지막 타석에서도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쳐내며 100% 출루를 완성했다.

kt 김진욱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당초 kt 김진욱 감독은 경기에 앞서 “지난 시즌 (정)현이와 (심)우준이 모두 괜찮은 활약을 보였다”며 “그래도 지금까지는 (정)현이가 조금 앞서있다고 본다. 시즌 개막 후 한 명은 주전, 나머지 한 명은 백업을 맡을 것”이라고 시즌 구상을 밝혔다.

지난 10일 스프링캠프에서 복귀한 날 인터뷰에서도 김 감독은 “정현이 톱타자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심우준과 경쟁을 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1번 타자로서의 모습, 집중력에서 현재 정현이 가장 좋은 것은 사실이다”라며 톱타자로 정현이 유력함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심우준의 활약은 김 감독을 고민에 빠트릴 정도로 강렬했다. 아직 100% 컨디션이 아니지만 부상만 없이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심우준은 내심 개막전 선발 1번 타자도 노려볼 수 있다.

경기를 마친 뒤 심우준은 “아무리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 시범경기여도 팀 승리에 보탬이 됐다는 것이 좋다”며 “감독님께서 고민하셨다면 성공이지 않겠나”라고 덤덤하게 소감을 밝혔다.

주전 1번 타자 경쟁자인 정현에 관한 질문에 심우준은 “타격은 (정)현이 형이 나보다 가진 것이 더 많다. 수비도 마찬가지다”라며 경쟁자인 정현을 인정하면서도 “다만 주루에서만큼은 내가 조금 더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는 말로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kt는 지난해 팀 전체 86도루 중 27%에 해당하는 23개를 책임진 이대형이 십자인대 부상으로 전력 이탈했다. 필드 복귀는 빨라야 후반기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심우준은 이대형의 부재 속에 팀 내에서 ‘뛸 수 있는’ 선수가 본인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때문에 올 시즌 목표를 ‘높게 잡아서’ 출루율 4할로 설정했다.

그는 “(이)대형이 형의 부재가 내게는 너무 좋지 않다. 주루 쪽에서 항상 조언을 얻었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대형이 형이 복귀할 때까지 출루를 통해 리드오프로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제 역할을 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23살 나이답지 않게 절실했던 심우준은 남은 6번의 시범경기에서도 감정 기복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경기를 펼칠 계획이다. ‘기분에 따라 야구하지 말자’라는 자신의 신조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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