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한국야구위원회(KBO) 정운찬 총재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다. 새로운 사무총장에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를 낙점했고 KBOP를 분리했다.

KBO는 30일 서울 모처에서 이사회를 열고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를 KBO리그를 이끌 새로운 사무총장에 선임했다. 임기는 올해부터 3년이다.

장 신임 사무총장은 일간스포츠 편집국장 출신으로 1997년부터 2002년까지 6년간 미국 메이저리그 특파원을 맡아 현장을 취재한 야구 전문기자다.

특파원을 마친 뒤에는 일간스포츠 체육부장, 야구부장, 편집국장을 지냈고 현재는 스포츠·연예 매체인 스타뉴스 대표를 맡고 있다. 한국과 미국야구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BO는 양해영 총장이 자리에 물러난 뒤, 한 달 가까이 공석이었던 총장 자리가 채워지면서 KBOP 분리에 따른 새로운 조직구성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운찬 KBO 총재. 연합뉴스 제공
왜 정운찬 총재는 언론인을 사무총장으로 택했나?

지난 7대 최영언 총장 이후, 언론인 출신으로는 두번째 사무총장이다. 장 신임 총장의 선임은 향후 정운찬 총재가 그려나갈 KBO 청사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올해 KBO의 수장을 맡은 정운찬 총재는 지난 3일 취임식에서 "프로야구 36년 역사에 걸맞는 질적인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구단 스스로 경제적인 독립체이자, 이익을 낼 수 있는 진정한 프로 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 10개 구단과 KBO가 힘을 합쳐 프로야구 전체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각오를 내보였다.

프로야구의 산업화와 함께 10개 구단의 안정적인 수익구조 확보의 필요성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임기 3년간 자신과 함께 손발을 맞출 수 있는 사무총장이 필요했다.

그 결과, 정 총재는 취임 당시에 강조했던 '3년 로드맵'의 핵심인 MLB닷컴을 벤치마킹한 KBO닷컴을 설립하기 위한 첫 번째 행보로 메이저리그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장 총장을 적임자로 선임했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 메이너리그에서 버드 셀렉 커미셔너가 MLB닷컴이라는 통합 마케팅을 추진할 당시, 장 신임 사무총장은 현지에서 특파원을 하며 이 과정을 누구보다 자세하게 지켜본 인물이었다.

또한 꽉 막혔던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의 원활한 소통도 기대된다. 전임 구본능 총재의 경우 김응용 대한야구협회 회장과의 소통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불협화음까지 나타났다는 지적이 많았다.

대한야구협회는 예산의 상당 부분을 KBO의 지원금에 의존하는 구조다. 연결고리가 사무총장이다. 후임 사무총장의 조건으로 총재와 김응용 회장과의 관계를 원활하게 풀어낼 수 있는 `소통맨'을 꼽은 것도 이때문이다.

기자 출신으로 오랜 기간 KBO를 출입한 장윤호 사무총장은 부드러운 스타일로 대인관계의 폭이 넓고 원칙에만 꽁꽁 매여있는 스타일이 아닌 포용력을 앞세워 소통을 중시하는 스타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정 총재가 취임 후, 한 달 가까이 사무총장 인선에 고민을 하고 여러 인물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과정에서 장윤호 신임 총장에 대한 추천을 가장 많이 들었던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장윤호 KBO 신임 사무총장(왼쪽), 류대환 KBOP 신임 대표이사. KBO 제공
야구 산업화 기반 다지기…행정과 마케팅 분리 통한 KBO 조직 이원화 추진

프로야구 산업화를 위한 홍보에 능한 언론인 출신의 총장을 선임한 것은 정운찬 총재의 큰 그림이었다. 정운찬 총재는 그간 "사무총장에게 권한이 너무 집중돼 있다"며 "행정과 마케팅 등 사무총장의 권한을 분산해야 업무 효율이 높아진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KBO가 이제는 마케팅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피력했다.

마케팅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한 대목이다. 정 총재는 실행에 옮겼고, KBOP 대표이사로 류대환 사무차장을 선택했다.

KBOP는 지난 2002년 7월 프로야구의 수익 창출을 위해 타이틀 스폰서십, 온라인 마케팅 등 각 구단과의 함께 프로야구 수익 사업을 전담하고자 만들어진 KBO의 자회사다. 이제까지 KBOP는 사무총장이 대표이사를 겸직했다. 그러다보니 사무총장의 권한이 너무 집중돼 있었다.

그 와중에 리그가 성장하고 중계권 규모 역시 함께 커졌지만 지상파 3사의 컨소시엄 대행사인 에이클라가 이를 독점하면서 조직 규모가 원체 작았던 KBOP는 이름 뿐인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사무총장 겸직 하나만 보더라도 KBOP는 사실상 KBO와 한 몸이나 다름 없었고 산업화는커녕, 그저 들러리 역할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리그는 최근 신한은행과 연간 80억 규모의 타이틀 스폰서를 맺으며 이제 900만 관중 시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으며 프로야구 구단도 자립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러한 리그의 큰 흐름에 맞게 움직이고자 KBO도 사업적인 부분에서 보다 전문가 집단이 필요했다.

그렇게 정 총재는 행정 분야는 사무총장에게 맡기되 마케팅 및 산업 분야에서는 KBOP 설립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내부인사인 류대환 사무차장을 대표이사로 선임, 조직의 안정화를 꾀하면서 KBOP가 영역을 넓히고 보다 독자적으로 마케팅을 추진하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조직을 분리했다.

정 총재의 마케팅 핵심은 '수익 창출'이다. 예전에 비해 덩치가 커진 KBO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실무를 담당할 두 명의 책임자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취임 후, 열린 첫 이사회에서 사무총장 및 KBOP 대표이사를 선임하며 행정과 마케팅을 확실하게 분리하며 인선을 완료했다. 이제 진짜 정운찬의 KBO가 엔진 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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