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로저스, 브리검, 최원태, 한현희.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길준영] 넥센이 흥미로운 선발진을 구축했다. 로저스(33), 브리검(30), 최원태(21), 한현희(25)까지 땅볼 유도에 능한 투수들을 중심으로 선발진을 꾸린 것이다.

넥센 선발진의 통산 땅볼/뜬공(KBO기준), 표 = 길준영 기자
이들의 땅볼과 뜬공 숫자를 보면 모두 땅볼이 뜬공보다 더 많다. 땅볼/뜬공을 봐도 모두 리그 평균 땅볼/뜬공(1.02)보다 높다. 단순히 땅볼이 많은 것이 아니라 땅볼 유도 능력이 리그 평균 이상이란 의미다.

로저스는 넥센이 6년간 함께한 밴헤켄을 포기하고 150만 달러(약 16억원)를 투자해 영입한 외국인 투수다. 지난해에는 KBO리그에서 뛰지 않았지만 2014년과 2015년 한화에서 뛰었다. 당시 로저스는 땅볼 151개, 뜬공 77개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땅볼 유도능력을 보여줬다.

브리검은 오설리반의 대체 외국인투수로 지난해 5월 팀에 합류했다. 시즌 도중 합류했음에도 10승을 따내며 제몫을 다했다. 시속 140km 중반대를 넘나드는 투심으로 타자들을 농락하며 땅볼을 양산했다. 넥센은 65만달러(약 7억원)에 브리검과 재계약했다.

최원태는 원래 땅볼 유도에 능한 투수는 아니었다. 2016년에는 땅볼 61개, 뜬공 70개로 오히려 뜬공이 더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투심을 던지기 시작하면서 땅볼투수로 변신했다. 시즌 후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25경기에서 11승을 거두며 맹활약했다. 최원태는 순조롭게 복귀를 준비 중이다.

한현희는 지난 2시즌 동안 계속해서 선발 전환을 시도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했다. 2015년에는 선발 등판시 평균자책점이 5.48로 좋지 않았고 지난해는 평균자책점은 3.89로 좋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넥센은 여전히 한현희를 선발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번 시즌에도 한현희는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감독들은 보통 땅볼투수들을 선호한다. 땅볼은 뜬공에 비해 안타는 많이 나오지만 장타는 잘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뜬공은 홈런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지만 땅볼은 홈런을 맞을 위험은 없다.

하지만 반대로 안타가 나올 확률은 땅볼이 더 높다. 그렇기 때문에 땅볼투수에게 든든한 내야수비 지원은 필수적이다. 올해 넥센 내야진은 1루수 박병호-2루수 서건창-유격수 김하성-3루수 김민성으로 꾸려진다. 이중 미국에서 복귀한 박병호를 제외하면 모두 지난 시즌 1000이닝 이상 소화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넥센 내야진은 지난 시즌 내야타구의 90.7%를 아웃으로 만들었다. 이는 두산(91.2%)에 이은 리그 2위였다.

하지만 병살처리에서는 41.9%로 리그 9위에 머물렀다. 땅볼타구의 가장 큰 이점 중 하나가 병살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임을 감안하면 아쉬운 수치다.

넥센은 오랫동안 선발진 구성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해 팀 역사상 최고 금액인 110만달러(약 12억원)를 투자해 오설리반을 영입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오설리반의 대체 외국인투수로 영입한 브리검이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고, 구단 최고 금액 기록을 경신하며 로저스라는 대어를 잡았다. 최원태와 한현희 역시 풀시즌 선발로 뛸 수 있다면 좋은 성적이 기대되는 투수들이다.

관건은 내야 수비다. 넥센의 내야 수비는 분명 뛰어나지만 다소 기복 있는 모습이 있었다.

특히 유격수 김하성의 활약이 중요하다. 지난 시즌에는 4번타자라는 중책을 맡아 부담이 컸지만 올해는 박병호가 복귀해 타격에서의 부담감은 조금 줄어들었다.

그동안 넥센의 선발진은 팀의 강점이라기보다는 약점에 가까웠다. 하지만 넥센 선발진의 땅볼 유도능력과 내야 수비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만 있다면 올 시즌에는 대권 도전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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