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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마치 KIA가 베테랑 처리반이 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삼성에서 해외 원정도박 파문으로 인해 방출이 된 임창용을 데려간 것도 어쨌든 KIA였다.

당시 임창용 영입은 상당히 큰 부담이 있었다. 1976년생, 한국 나이로 마흔이 훌쩍 넘은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었다.

팀 리빌딩 기조에도 맞지 않았다. 그럼에도 KIA는 친정팀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그를 데려왔고 2년간 뒷문을 맡기며 적재적소에 활용했다. 작년에 우승도 했으니 효과도 톡톡히 봤다.

반면 최근 불거지고 있는 정성훈의 경우는 다르다. 임창용은 사고를 쳐서 팀에서 나왔지만, 정성훈은 철저히 내부 사정으로 인해 팀에서 방출이 된 케이스다. 1루수 유망주가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었다는 류중일 감독의 결정이었다.

1980년 생의 정성훈은 내야수 최초로 2000안타를 쳐낸 베테랑 타자다. 송정초, 무등중, 광주일고를 나와 KIA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현대를 거쳐 LG로 갔고 지금은 무적 신세다.

타격 하나는 확실히 좋다. 작년에 115경기에 출전해 276타수 86안타, 타율 3할1푼2리 6홈런 30타점을 찍었다. 양석환과 번갈아서 1루 자리를 채웠고 나름 제 몫을 해줬다.

KIA는 전날 2+1년 총액 27억의 조건으로 김주찬과 계약했다. 만약 정성훈이 KIA에 오면 1루수 김주찬의 백업으로 기용이 가능하다. 대타로 쓰기에도 좋다. 작년 한국시리즈 내내 오른손 대타가 유달리 아쉬웠던 KIA였다.

대타로 김주형이 한국시리즈에 나올 정도였으니 만약 정성훈 카드가 있다면 나름 재미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활용도는 여기까지다. 백업과 대타, 그게 전부다. 몸값이 저렴한 선수도 아닌데, 그 두 가지를 채우기 위해 로스터 한 자리를 쓰는 것은 사실 낭비다.

더욱이 LG에서 뛰었던 만큼의 출전 기회를 KIA에서 보장 받기는 어렵다. 작년에 보여준 성적 이상의 활약을 올해도 다시 보여줄 가능성도 많지 않다. LG라서 그렇지만 타점이 30개에 그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게다가 1루와 2루, 그리고 외야 백업이 가능한 서동욱 카드가 있고 꾸준히 키워야 할 최원준이라는 타격에 재능이 있는 유망주도 있다. 엄밀히 말해 정성훈은 없어도 된다.

KIA는 작년에 우승을 이끈 팀 에이스 양현종과 김주찬을 붙잡았고 외국인 선수 3인방을 잔류 시키는데도 성공했다. 팀 전력에 마이너스는 없다. 정성훈이 없어도 기용할 선수는 많다.

반대로 말해 플러스도 없다. 전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정성훈을 데려온다면 팀이 강해지는 것은 분명하다. 대신 기존 선수들의 박탈감과 팀 분위기 저하라는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다른 팀이라면 이 부분에서 고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KIA 사령탑이 김기태라는 점에서 이러한 논란을 충분히 불식할 수 있다. 형님 리더십의 대표 주자 아닌가. 기존 선수들의 아쉬움을 달래는데 능하며 LG 사령탑 시절에 정성훈과 11년 만에 팀을 가을야구로 이끈 인연도 있다.

베테랑 처리반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수도 있지만 구단은 김 감독이 원하면 충분히 데려올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조계현 단장은 김 감독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다.

조 단장 역시 "현장이 원하면 영입을 고려할 생각이다"라며 긍정적 뉘앙스를 보여줬다. 정성훈은 백업이든 대타든 전혀 상관 없다. 일단 뛸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주어지길 바라고 있다. 간절함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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