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페즈, 헥터.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지난 2009년 KIA는 통산 열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마운드에서 에이스 역할을 했던 것은 외인 로페즈였다.

그는 29경기에 나서 14승 5패 평균자책점 3.12을 찍었다. 소화한 이닝이 190.1이닝이었다. 당시 로페즈의 활약은 대단했다. 리그 이닝 소화 1위, 다승 1위, 평균자책점 3위를 기록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한국시리즈에서의 모습이었다. 1차전과 5차전 선발로 나와 모두 승리를 챙겼다. 특히 5차전에서는 완봉승을 거두며 SK 타선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그리고 7차전이 열렸는데, 5-5 동점 상황이던 승부처 8회에 로페즈는 이틀 쉬고 자진해서 등판했다. 그리고 0.2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팀 우승에 결정적 역할을 해냈다.

당시 나지완이 쳐낸 끝내기 홈런의 임팩트가 커서 그렇지, 사실 한국시리즈 MVP는 로페즈가 받아도 이상하지 않았다. 실제로 KIA 팬들이 자체적으로 상을 만들어서 로페즈에게 건네기도 했다.

문제는 그 다음 시즌이었다. 직전 해에 많은 이닝을 던져서인지 체력적인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2010년에 166이닝 소화에 4승 10패 평균자책점 4.66에 그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타이거즈 역시 우승 직후의 시즌 임에도 1선발 로페즈의 부진으로 인해 최종 순위 5위에 그쳤다. 그렇게 챔피언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2연패의 꿈은 사라졌다.

2009년 우승 이후 8년이 지났고 작년에 KIA는 우승했다. 대삼관(정규시즌 MVP, 한국시리즈 MVP,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양현종의 임팩트가 상당했다.

하지만 양현종의 활약은 팀 내 동료이자 KIA가 가장 믿을 수 있는 에이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양현종 본인도 "그와의 경쟁을 통해 더욱 자극 받았다"라고 이야기 할 정도다.

바로 헥터다. 명실상부 타이거즈 1선발이다. 지난 2016시즌부터 KIA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그리고 작년까지 2년 연속 200이닝 이상을 돌파하며 팀 내 최강 이닝이터로 공을 뿌렸다.

2년간 408.1이닝을 던졌고 양현종과 같은 20승을 달성하며 공동 다승왕에 오르기도 했다. 양현종의 그늘에 가린 것도 있지만 사실 헥터가 없었다면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없었다.

우선 불펜이 약한 KIA에서 헥터가 차지하는 심리적 요인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팀 동료들도 헥터가 경기에 나서는 날은 '무조건 이기는 날'로 생각했다. 실제로 승률이 0.800으로 리그 1위였다.

기존에 불펜에서 던지다가 한국 와서 선발로 전환, 체력적 문제를 드러낸 로페즈와 달리 헥터는 선발로만 2년간 뛰며 KIA 선발진에 큰 힘이 됐다.

이닝 소화력에 있어서도 헥터는 로페즈보다 한 수 위다.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나 기복 없이 흔들리지 않는 멘탈도 함께 보유하고 있다. 김기태 감독의 신뢰도 대단하다.

2년 연속 챔프를 노리기 위한 올해 KIA의 첫 행보는 단연 외인 3인방과의 재계약이었다. 2010년과는 다르다. 팀 전력 손실 없이 2018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핵심은 단연 헥터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