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김기태 KIA 감독, 허영택 KIA 대표이사, 조계현 KIA 단장.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깜짝 놀랄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선수 출신 단장이 대세라고 해도, 이 정도의 파격 인사는 생각치도 못했다.

올해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한 KIA는 지난 6일 팀 프랜차이즈 스타인 조계현(53) 수석코치를 단장으로 선임했다.

앞서 KIA는 허영택 전 단장(전무)를 부사장 대표이사로 승진시켰다. 모기업 출신인 허 신임 대표이사는 타이거즈의 우승을 이끌어내며 승진했다.

2013년부터 단장직을 맡았던 허 대표는 일명 'TEAM 2020'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작년에는 5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 올해는 우승을 이끌며 챔피언스필드 100만 관중 시대를 이끌었다.

동시에 대표이사를 함께 맡고 있던 KIA자동차 박한우 사장이 겸직에서 해제, 타이거즈는 오롯이 허영택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이 됐다. 자연스레 비어있는 단장 자리의 후보가 궁금했다.

내부 인사 승진이 유력했다. 그리고 허 대표이사는 조계현 수석코치를 단장 후보로 점찍고 제안했다. 함께하자는 말에 조 수석은 고민에 고민을 더했고 결심을 굳히고 단장직을 맡게 됐다.

엄밀히 말해 수석코치는 현장에서 감독 다음이다. 현장의 수장은 감독이다. 감독이 단장에 오른 경우는 많았지만, 수석코치가 두 단계를 뛰어 단장으로 바로 선임 된 것은 처음이다.

왜 이런 파격적 인사를 단행한 것일까? 우선 현역시절 다양한 구종를 구사해 `팔색조'로 불렸던 조 신임 단장은 타이거즈를 대표했던 선수 출신이다. 1989년부터 1997년까지 9년을 해태와 함께 했다. 9년간 3점대 평균자책점은 두 번에 불과하다.

모두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해태에서만 올린 승수가 무려 106승이다. 타이거즈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상징적인 투수였다. 마운드의 싸움닭이자 해태라는 상징성을 놓고 이견이 생길 수 없는 인물, 그게 바로 조계현 단장이었다.

또 하나는 바로 김기태 감독과의 시너지 효과다. 흔히 말하는 소울메이트, 영혼의 단짝이 바로 김기태-조계현 콤비다. 두 사람은 성향은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있다.

김기태 감독이 차분하면서도 불 같은 성질이라면 조계현 단장은 넉살 좋게 웃으면서도 상황을 면밀히 살핀다. 까다로운 면도 있다. 서로가 서로를 보완하는 부분이 많다.

김 감독은 항상 조 수석을 존중하고 형님으로 모셨고 조 단장은 김기태의 사람으로 행보를 이어갔다. LG시절부터 지금까지 감독-수석으로 6년간 함께했다.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이다. 나이가 적고 많음은 두 사람에게 큰 의미가 없다. 그렇기에 조계현 전 수석이 단장이 되었다고 해서 두 사람의 관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KBO리그에서 감독을 가장 잘 아는 단장이라고 보면 된다. 조 수석은 예전에 "감독님의 의중을 사전에 파악해서 이를 빨리 조치하고 행동하는 것이 수석이다"라는 말을 했다.

선수 출신 단장은 현장을 잘 알기에 감독과 충돌이 생길 수 있지만, 대신 조 단장은 김 감독을 잘 안다. 감독이 경기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모든 힘을 쏟아부을 것으로 보인다.

조 단장은 "5일에 사장님께 제안을 받고, 3시간 정도 고민한 끝에 결정했다. 감독님을 비롯해서 많은 분들에게 축하 인사를 받았다. 기쁘면서도 책임감이 크다"고 이야기 했다.

이어 "팀의 결속력을 다지고 프런트와 현장의 가교 역할을 하는 자리다. 꾸준히 KIA가 강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해야할 일이 많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선임 소감을 말했다.

현장과 프런트를 따로 보지 않는 허영택 대표이사의 포용력, 우승을 이끈 형님리더십 김기태 감독의 실행력, 화기애애 팀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조계현 단장의 관계력까지, 대표이사, 단장, 감독, 세 개의 톱니바퀴가 적절하게 맞춰진 느낌이다.

무엇보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여론이다. 타 팀과 달리 단장 인사에 팬들이 더 좋아하고 인정하는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물론 향후 결과를 봐야겠지만 이번 타이거즈 수뇌부 인사의 시작은 나빠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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