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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올해 FA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대구에서 시작된 폭풍이 시장 전체를 뒤흔들 조짐이다.

지난 21일 오전, 야구계를 깜작 놀라게 할 소식이 전해졌다. 말로만 듣던 그 '삼민호', 삼성 강민호가 현실이 됐다. 4년 80억원이라는 조건이었다.

롯데는 삼성과 같은 금액의 조건을 제시했다고 소리쳤지만, 강민호는 '진심'이라는 말로 삼성을 택했다고 강조하며 부산에서 대구로 살림을 옮겼다.

삼성이 계약조건을 숨겼든, 아니면 롯데와 프랜차이즈 스타 강민호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제는 다 지나간 일이다. 대신 이 계약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사실 삼성은 강민호와의 계약 이전에 이번 FA 시장에 나온 외야 3인방 '김현수-손아섭-민병헌' 중 한 명을 영입할 수 있는 유력한 팀으로 점쳐졌다.

이승엽도 빠지고 외야에 무게감이 타 팀에 비해 가벼웠기에 팀내 핵심타자가 필요했다. 하지만 삼성의 선택은 외야가 아닌 내야, 그것도 안방을 책임진 포수였다.

동시에 홍준학 삼성 단장은 "강민호 영입으로 이번 FA 시장에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를 봤다. 이제 외국인 선수와 2차 드래프트에 주력하겠다"고 큰소리쳤다.

사실상 이번 FA 시장 종료를 선언했다. 할 거 다 했으니 이제 문 닫고 들어가겠다는 의미다. 뭐든 경쟁이 붙어야 가격이 높아지는데, 시장에서 경쟁팀이 하나 빠져버렸다.

롯데는 강민호를 내줬으니 손아섭까지 놓친다면 팬들의 비난이 이만저만 아니다. 80억원이라는 거금도 남았겠다, 손아섭이 빅리그 도전을 포기하면 총력전을 치를 준비가 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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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와 부산이 들썩이는 동안 잠실에서도 꿈틀거림이 감지된다. 전 두산소속과 현 두산소속의 외야수 두 명의 행보에 초점이 모아진다. 김현수와 민병헌이다. 김현수는 볼티모어에서 고생을 많이 했지만 돌아오면 여전히 리그 최고의 교타자다.

신고 선수로 입단, 두산에서 꽃을 피운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이기에 두산도 KBO리그에 돌아오는 김현수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대신 민병헌은 좀 다르다.

선수 본인도 시장에서의 평가를 원했고 구단 역시 급할 것이 없으니 잘 돌아보고 추후에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런데 민병헌을 영입할 것이라는 유력 후보였던 삼성이 강민호를 마지막으로 철수를 선언했다. 이제 민병헌을 데려갈 수 있는 팀은 많아야 두 팀, 실질적으로는 한 팀이다.

LG다. 젊은 외야수들의 성장이 멈춰버린 LG 입장에서는 야수진 전력을 보강하는 것이 절대적이다. 신임 류중일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같은 잠실을 쓰는 구단이니 적응 면에서도 문제가 없고 장타와 빠른 발, 수비까지 모두 수준급이다 LG가 데려가면 3번 우익수로 놓고 활용하기에 딱 좋다.

하지만 라이벌 팀이기도 하고 분위기가 두산과는 전혀 다르다. 민병헌이 굳이 LG를 선택할 이유는 많지 않다. 하지만 FA는 다르다. 프로는 돈으로 움직인다.

14년간 프랜차이즈로 뛰며 팀을 대표했던 선수도 단박에 발 벗고 팀을 떠나게 만드는 것이 지금의 KBO리그다. 선수는 개인사업자다. 구단은 선수의 미래를 책임지지 않는다.

게다가 삼성이 철수를 했으니 지금은 LG만 남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강민호를 데려간 삼성의 시장 철수로 인해 LG는 다소 유리하고, 민병헌은 다소 불리할 수도 있다.

물론 다른 어떤 팀이 조심스레 민병헌에 접근, 진심이 담긴 물밑 작업을 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점점 더 흥미진진 해지는 FA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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