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NC와 두산이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서 격돌한다. 지난 2년 간 매번 승리했던 두산과 매번 패했던 NC의 맞대결인만큼, 천적 관계 굳히기와 청산이 이번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가 될 전망이다.

NC는 지난 15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2017 KBO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9-0 완승을 거뒀다. 이로서 시리즈 전적 3승2패가 된 NC는 롯데를 누르고 플레이오프 행 티켓을 따냈다.

두산 선수단(상단)과 NC 선수단. 스포츠코리아 제공
이로써 NC와 두산은 지난 2015년 이래로 3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맞대결이 확정됐다. 지난 2년간 NC와 두산간의 대결은 양 팀을 이끄는 사령탑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두산 김태형 감독과 NC 김경문 감독이 과거 현역 시절 OB에서 포수 선후배 사이였기 때문. 두 사람간의 끈끈했던 인연은 매 맞대결 때 마다 야구팬들에게 회자되고는 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맞대결의 결과로 양 팀 간에는 묘한 기류가 형성됐다. 우호적인 관계라기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라이벌로 평가된다. 두산이 2년 연속 맞대결의 승리팀이 된 반면 NC는 쓰라린 패배의 상처만을 떠안았다.

지난 2015년 플레이오프에선 3승2패로,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선 4전 전승으로 매번 NC를 울렸던 두산이다. 한 쪽은 과거 기억을 살려 완승을, 한 쪽은 설욕을 준비하는 것이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정규리그 2위로 먼저 플레이오프에 선착해 있던 두산은 상대적으로 태평해 보이나 NC는 두산이 상대로 정해지자 마음가짐부터 달라졌다. NC 선수단의 최고참 이호준에게 롯데를 꺾었다는 기쁨은 잠시 뿐이었다. 그는 당장 이틀 앞으로 다가온 플레이오프 걱정에 휩싸였다.

이호준은 15일 플레이오프 5차전 이후 “사실 NC 선수단이 두산에 위축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올시즌 정규시즌 맞대결 상대전적(5승11패)에서도 밀리고 지난 2년간 포스트시즌에서 내리 패했다는 부분도 부담일 것이다. 나 역시도 두산을 만난다는 사실에 걱정이 든다”라고 답했다. 두산은 NC 선수단에게 일종의 공포증에 가깝다.

NC 이호준. 스포츠코리아 제공
하지만 이호준은 공포증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해결책으로 ‘즐기는 가을야구’를 꼽았다. 그는 “그럼에도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지금하는 그대로만 잘 준비를 하고, 나를 포함한 고참들은 후배 선수들이 편하게 경기를 즐길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고자 한다”라고 답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두산 역시 NC와의 플레이오프 모토를 ‘즐기는 야구’로 꼽았다는 점이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5차전 직후 “NC가 만만치 않은 상대지만, 두산 다운 야구를 펼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로 가을 야구를 즐기겠다"라고 밝혔다.

양 팀이 즐기는 야구를 표방한다고 하나, 결국 승패는 나뉘는 법. 어느 팀이 좀 더 유리한 국면에서 시리즈를 끌고 나갈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 시점에서 가장 손쉬운 예측은 역시 선발 투수 매치업이다. 당장 선발진 경쟁에서는 두산이 조금 유리해 보인다. 두산은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포스트시즌에서 믿고 맡길 만한 4명의 선발이 건재하다. 비록 지난해처럼 ‘판타스틱 4’라는 별칭을 그대로 쓰긴 무리가 따르지만 동일한 선수(니퍼트, 장원준, 보우덴, 유희관)들이 팀에 남아있다. 이들의 시즌 성적은 지난해에 비해 다소 떨어졌으나 시리즈 구상이 비교적 쉽게 잡힌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하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치고 올라왔던 NC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준플레이오프 1,5차전에 선발 등판했던 에이스 해커는 선발 로테이션 상 최소 3차전에 돌입해서야 활용 할 수 있을 전망. 필승 카드인 해커 없는 시리즈 초반, 두산에 기선을 제압 당 할 여지도 있다.

여기에 2선발 맨쉽은 올시즌 후반기부터 위력이 다소 떨어져 있는 상태. 지난 5일 SK를 상대했던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지난 11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모두 4이닝만을 책임지는 데 그쳤다. 사실상 장현식 만이 시리즈 초반 유일한 ‘믿을맨’이지만 그는 선발 투수로서 풀타임 시즌을 치른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경험 부족이 언제 발목을 잡을지 모를 일이다.

지난 2016년 KBO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만났던 NC 김경문 감독(왼쪽)과 김태형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일견 두산이 유리해 보이긴 하나 그럼에도 섣부른 승부예측은 금물이다. 포스트시즌은 변수가 가득하기 때문. 언제 어디서든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나타나 승패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서로 간 비밀이라고 할 것이 없는 두산과 NC간의 대결은 더욱 그렇다.

“패배의 기억은 언제나 쓰리다”라는 말을 남기고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조용히 퇴장했던 NC 김경문 감독과 한국시리즈 우승에도 퇴장하는 김 감독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던 두산 김태형 감독. 양 팀의 세 번째 맞대결은 이번엔 어떠한 명장면을 만들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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