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마산=이재현 기자]2017 KBO 준플레이오프가 우천 순연이라는 뜻하지 않은 변수를 만났다. 에이스 레일리를 부상으로 당분간 기용하기 힘든 상황인 롯데에 유리한 우천 취소인 것처럼 보이지만 NC에게도 절대 나쁘지 않은 우천 취소다.

NC 김태군(왼쪽)과 이재학. 스포츠코리아 제공
KBO는 지난 12일 오후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예고됐던 NC-롯데간 2017 준플레이오프 4차전을 13일로 우천 순연시켰다. 이날 오후 2시부터 굵어진 빗줄기로 인해, 선수들은 경기를 정상적으로 치를 수 없었다.

일견 롯데에게 유리한 우천순연처럼 보인다. 시리즈 전적도 1승2패로 밀려있는 데다 ‘에이스’ 레일리까지 부상으로 잃었기 때문. 당초 4차전 선발 투수로 박세웅을 꺼내들었던 롯데 조원우 감독은 총력전을 위해 린드블럼까지 불펜에 대기시킬 뜻을 천명했지만 이는 상당한 위험 부담이 따르는 결정이었다.

4차전을 잡아낸 다 해도 당장 5차전 선발 투수감이 없었기 때문. 하지만 우천순연으로 하루의 여유를 확보한 롯데는 당장 숨통이 트였다. 롯데는 기다렸다는 듯 13일 4차전 선발 투수로 린드블럼을 예고했다.

비 때문에 박세웅이 아닌 린드블럼을 상대하게 된 NC지만, 우천 취소 결정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 NC에게도 우천 취소로 인해 나름의 이점들이 발생했다.

일단 NC는 12일과 변동 없이 최금강을 선발 투수로 예고했다. 1차전 선발 투수인 해커를 당겨쓰는 것도 고려했지만, 이는 끝내 무산 됐다. 해커는 예정대로 혹시 있을지 모르는 5차전 혹은 플레이오프 1차전을 준비한다.

NC에게 유리한 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이재학을 포함한 불펜진의 휴식, 다른 하나는 주전 포수 김태군의 정상 가동이다.

김경문 감독은 1~3선발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지는 최금강을 향해 강한 신뢰감을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고 있었다. 그 대안이 바로 ‘1+1 전략’이었다. 최금강이 일찌감치 무너진다면 NC는 또 다른 4선발 후보군이었던 이재학을 곧장 계투로 마운드에 올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11일 지난 3차전 도중 상대 타구에 왼쪽 종아리를 맞으면서, 당초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했다. 김경문 감독은 12일 “원래대로라면 이재학을 불펜에 대기시킬 생각이었는데, 타박상을 입으면서 적어도 오늘(12일)은 쉬어야 한다”라고 답했다.

폐기 될 뻔 했던 ‘1+1 전략’은 12일 경기가 취소되면서 부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재학이 하루 정도만 더 휴식을 취한다면 등판이 가능한 몸상태이기 때문. NC에겐 경기의 연기가 든든한 보험 마련으로 이어진 셈이다. ‘최금강+이재학 전략’이 가동될 수만 있다면 상대가 린드블럼일지도 크게 두려워 할 것은 없다.

게다가 지난 11일 3차전에서 불펜진 소모가 유독 많았던 NC였다. ‘롱릴리프’ 감으로 평가 받는 구창모를 비롯해 김진성, 이민호, 원종현, 임창민 등이 꿀맛 같은 하루 휴식을 보장받으면서, NC는 13일 4차전에서도 총력전을 감행할 수 있게 됐다.

김태군의 정상 가동 역시 우천 취소로 NC가 얻게 된 이점 중 하나다. 김태군은 특별한 부상이 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김태군은 지난 11일 3차전을 마친 뒤 서울로 향해 체력적인 부담을 떠안았다.

NC 이재학. 스포츠코리아 제공
올시즌 후 입대를 앞두고 있던 김태군은 경찰야구단에 응시를 한 바 있는데, 경찰야구단이 시행하는 일종의 입단 테스트가 하필 12일에 잡혀있었다. 따라서 그는 포스트시즌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 상경할 수밖에 없었다.

오전 테스트를 마친 김태군은 같은 날 오후 2시 곧장 비행기를 이용해 선수단에 합류하고자 했다. 하지만 경기, 테스트를 단 시간 내에 병행했기에 선발 출전은 아무래도 힘이 부쳤다.

김 감독은 “2시 비행기를 타고 진해에 오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사실은 오늘 다른 포수를 선발 출전시키려고 했다. (김)태군이는 경기 후반부에 투입을 시키고자 했다. 따라서 비로 오늘(12일) 경기가 취소되면 좋은 것 중 하나가, 김태군을 내일(13일) 경기에 온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김태군은 13일 4차전에 문제없이 선발 출전할 전망.

무엇이든지 일장일단이 있는 법. 3차전 완승 분위기를 온전히 이어가지 못한다는 점은 분명 찜찜함을 안겼지만, NC에게 마냥 아쉬움만 남았던 우천 취소 결정은 아니었다. 오히려 우천 취소는 상대팀인 롯데만큼이나 NC에 ‘호재’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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