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마산=이재현 기자]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단 1승만 남겨둔 NC가 2017 KBO 준플레이오프 4차전 선발 투수로 최금강을 예고했다. 이른바 확실한 승리를 위한 변칙은 없었다. 순리를 택한 NC인데, 그들의 순리는 오히려 변칙 보다 더욱 매서워 보인다.

NC 최금강. 스포츠코리아 제공
NC는 지난 11일 오후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2017 KBO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13-6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2승1패를 기록한 NC는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1승만을 남겨뒀다.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한 NC다. 홈에서 곧바로 치러지는 4차전만 잡아낸다면 조기에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을 수도 있다. 따라서 4차전 필승을 위해 1차전 선발 투수였던 해커의 조기 투입도 예상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해커의 조기 등판이란 변칙 전술은 없었다. 오히려 NC는 4차전 선발 투수로 이른바 4선발인 최금강을 예고했다. 기존의 선발 로테이션 순서를 바꾸지 않고 순리대로 일정을 치르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였던 대목. 다소 의외의 선택처럼 보여질 수도 있겠지만 이는 전체 판세를 내다보고 내려진 결정에 가깝다.

NC는 올 해 포스트시즌을 치를 3선발 까지는 이미 확정을 해뒀다. 해커, 맨쉽 여기에 장현식이 바로 그 주인공들. 하지만 이 세 선수가 회복할 시간을 벌어줄 4선발이 큰 고민거리였다.

실제로 11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김경문 감독은 “3선발까지는 크게 고민하지 않지만, 4선발이 필요할 경우 투수코치와 장고를 거듭한다. 사실 4선발은 어느 팀이든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재학 혹은 최금강이 존재하긴 했지만, 무게감이 앞선 세 선수들에 비한다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 고민할 수 밖에 없었던 것.

하지만 고민이 된다고 해서 선발 투수를 이른바 당겨쓰는 것은 김 감독의 야구 철학과 맞지 않았다. 절체절명의 상황까지 내몰리지 않는다면 순리대로 풀어나가는 것이 옳다고 본 것이다. 그는 “하지만 나는 1차전 선발 투수가 다시 나서야 한다면 5차전에 나서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라고 답했다.

3차전을 잡아내면서 1승의 여유가 생기자 김 감독의 ‘당겨쓰기’를 지양하는 그의 기존 지론은 더욱 확고해졌다. 게다가 최금강을 향한 주변의 평가도 나쁘지 않았다. 그는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투수 코치의 이야기로는 최금강의 컨디션이 무척 좋다고 한다. 이재학과 최금강 두 선수를 두고 저울질을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최금강이 조금 더 컨디션이 좋다고 해 내일 선발 투수로 결정했다”라고 답했다.

김 감독의 마음 속 에는 4차전 선발 투수로 해커를 쓰고 싶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없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없었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준플레이오프가 포스트시즌의 끝이 아니다. 이 관문을 넘어서면 플레이오프 여기에 한국시리즈까지 있다. 다음 시리즈를 순조롭게 풀어나가려면 4차전에서 최금강이 잘해서 이기는 것이 맞다. 해커가 나서야 한다면 5차전에 나서는 것이 옳다”라고 답했다.

항상 당면한 경기에 모든 힘과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해왔던 김 감독이었지만 그는 내심 준플레이오프 그 이후의 일정까지 내다보고 있었다. 오랜 시간 포스트시즌을 치르면서 쌓인 내공이라 평가할 수 있다. 해커를 플레이오프 1차전에 쓸 수 만 있다면, NC는 미리 휴식을 취하면서 다음 일정을 대비한 두산 선수단과도 대등한 입장에서 시리즈를 치를 수 있다.

NC 최금강. 스포츠코리아 제공
최금강을 선택한 것이 언뜻 보기에는 상대 선발 매치업(롯데 박세웅)에 비해 불리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넓게 본다면 4,5차전 일정은 NC가 훨씬 유리해 보인다.롯데 조원우 감독은 4차전에서 1차전 선발 투수인 린드블럼까지 계투로 투입시키는 것을 고려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비로소 총력전을 각오한 셈.

그러나 NC라고 해서 4차전에서 총력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김경문 감독은 만약을 대비해 3차전에서 비교적 적은 이닝만을 책임진 구창모를 최대한 활용할 수도 있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실제로 지난 11일 3차전에서 구창모는 0.2이닝 동안 단 10개의 공만을 던지는 데 그쳤다. 4차전에서 롱릴리프로 나서는 데 큰 문제가 없다. 게다가 최근 구위 역시 나쁘지 않았다. 이번 준플레이오프 기간 동안 2차례 계투로 나서 도합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나름 믿을 만한 투수임은 분명해 보인다.

구창모가 아니어도 비장의 카드는 하나 더 있다. 바로 앞서 최금강과 함께 4선발로 고려됐던 이재학이다.

이재학 역시 지난 3차전에서 구원 등판해 단 5개의 공만을 던진 채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8회초 1사에서 이대호를 상대하다 이대호의 타구에 정강이를 맞으며 내야안타를 내주기도 했으나, 큰 부상은 아니었다. 따라서 NC는 최금강이 아니어도 그의 뒤를 받쳐 주며 경기 후반을 도모할 수 있는 구창모, 이재학이라는 백업이 존재한다. 롯데가 린드블럼을 믿는 것처럼 NC에게도 믿는 구석은 있다.

여기에 설령 박세웅, 린드블럼을 앞세운 롯데에게 4차전을 내줘도 NC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다. 오는 14일 5차전에 ‘믿을맨’ 해커를 투입 할 수 있는 NC와 달리 롯데는 박세웅과 린드블럼을 소진하고 나면 5차전에 믿고 맡길 투수가 사실상 전무하다.

물론 레일리가 남아있지만, 그는 지난 9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 도중 나성범의 부러진 배트에 정강이 부상을 당해 5차전 선발 등판 여부가 불투명 하다. 세 바늘 정도 상처를 꿰맸지만, 회복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4차전에서 총력전을 펼친 뒤 5차전을 맞이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롯데다. 팀의 4선발을 4차전에 투입시키는 순리를 택한 NC. 이들이 변칙 전술까지 동원할 의사를 전한 롯데보다 유리해 보이는 것은 단지 기분 탓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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