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하준호.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수원=이재현 기자]kt의 외야수 하준호(28)가 승부처에서 허술한 수비로 화를 자초했다.

kt는 21일 오후 6시30분 수원 kt wiz 파크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3-5로 패했다.

이날 kt는 3회말까지만 하더라도 1-1로 팽팽히 맞섰다. 하지만 4회초 시작과 동시에 불길한 기운이 수원 구장을 감쌌다.

1-1로 맞선 4회초 넥센의 선두타자 고종욱은 kt 선발 투수 정성곤의 7구째 시속 126km 체인지업을 때려내 좌익수 방면으로 향하는 안타를 뽑아냈다. kt의 좌익수 하준호는 공을 따라간 뒤 손을 머리 위로 뻗었지만, 타구를 잡아내지 못했다. 조금만 빠르게 움직였다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였기에 기민한 대처가 아쉬웠다.

그러나 문제는 낙구지점 오인에서 그치지 않았다. 펜스 플레이에서도 하준호는 미숙한 모습을 보였다. 좌익수의 키를 넘긴 고종욱의 타구는 좌중간 펜스를 맞고 흘러나왔는데, 하준호는 공을 두 차례나 더듬으며 빠르게 송구를 하지 못했다.

그나마 시도했던 송구의 방향도 애매했다. 유격수와 3루수 사이로 송구가 향한 것. 자신의 실책을 만회하겠다는 의욕이 앞선 결과였다. 실수와 실수가 겹친 사이 리그를 대표하는 준족인 고종욱은 여유있게 3루로 향할 수 있었다.

물론 공식 기록상 하준호의 두 차례 실수는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았다. 고종욱의 3루타로 기록 된 것. 하지만 단순히 고종욱 스스로가 잘 했기에 얻어낸 3루타는 아니었다. 최소한 2루타로 막아낼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이를 날려버린 것은 하준호의 수비였다.

순식간에 3루에 주자를 위치시킨 정성곤은 크게 흔들렸다. 이미 앞선 3회초 1사 1루에서 주자를 과도하게 신경 쓰다 보크까지 범했던 그였다. 정성곤은 후속 타자 김민성에게 끝내 좌월 투런포를 맞고 실점 기록을 3점까지 늘렸다. 김민성의 홈런에 하준호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자신이 자초한 2실점이었기 때문.

하준호는 역시 승부처 중 하나였던 6회초에도 아쉬움을 남겼다. 3-3으로 팽팽히 맞선 6회초 무사 1,3루에서 이정후는 좌선상으로 향하는 뜬공에 그쳤다. 타구가 좌측으로 치우쳐 있던 것은 분명했지만 3루 주자가 홈을 파고들기는 다소 역부족인 듯 했다.

하지만 3루에 있던 대주자 임병욱은 자신의 빠른 발을 믿고 과감하게 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준호의 송구가 중요했던 상황. 하지만 역시 급한 마음에 하준호는 홈플레이트에서 크게 벗어난 송구를 범했고, 그렇게 임병욱은 어떠한 제지도 받지 않고 득점에 성공했다.

경기 전 김진욱 감독은 이례적으로 하준호를 콕 집어 칭찬했다. 특히 김 감독이 긍정적으로 바라봤던 부분은 수비였다. 그는 “최근에 수비와 타격 모두 좋아지고 있는데 특히 약점이었던 외야 앞쪽에 떨어지는 타구를 잘 잡아내 놀랐다. 원래 (하)준호가 외야 뒤편으로 날아가는 타구는 곧잘 잡아왔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감독의 발언과는 달리 이날 하준호는 수비에서 큰 아쉬움을 남겼다. 김 감독의 칭찬이 무색해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스한 스틸컷 : 스틸 컷(Still cut)은 영상을 정지된 화면으로 보여주는 것을 뜻합니다. 매 경기 중요한 승부처의 한 장면을 있는 그대로 자세히 묘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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