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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이래저래 '무의미한 실험'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며 마음고생이 심했던 김기태 감독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성공했다. 그것도 아주 중요한 경기에서 승리를 일궈냈다.

그 중심에는 신예 이민우(24)가 있었다. 데뷔 첫 선발 등판에서 승리까지 따냈다. 타이거즈 역사상 다섯 번째로 데뷔전 선발승의 주인공이 됐다. 말 그대로 '깜짝 스타' 탄생이었다.

이민우는 2015년 1라운드로 KIA에 입단한 선수다. 계약 후, 곧바로 팔꿈치인대접합 수술을 받았고 군 복무도 끝냈다. 그렇게 올해 4월에 제대했고 6월부터 공을 만지며 훈련에 들어갔다.

이후 2군에서 정회열 감독의 지도 하에 차분하게 선발 수업을 받았다. 공교롭게 팀 상황이 좋지 못했다. 5선발이 없었다. 매번 불펜에서 끌어와서 쓰기엔 부담이 컸다. 그렇게 이민우가 낙점됐다.

사실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원래 KIA가 1차 지명으로 먹고 사는 팀이긴 해도, 1군 등판이 한 번도 없었던 신인 선수가 데뷔전에서 잘 나가는 롯데를 상대로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지 궁금했다.

롯데가 처음 보는 투수에 약한 면모가 있긴 했지만, 이민우 본인도 5이닝은 커녕 4이닝 정도만 막아도 좋겠다는 말을 꺼낼 정도였다. 말 그대로 모 아니면 도였다.

그렇게 판이 열렸다. 그리고 KIA는 긁었다. 걱정했던 꽝 대신 당첨이 떴다. 이민우는 팀 타선의 도움을 제대로 받으며 6이닝 동안 91개의 공을 던져 6피안타 3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11-2, KIA의 완벽한 승리였다. 지난 12일 SK전에서 7회 단 1이닝에 무려 10실점을 허용하며 10-5에서 10-15로 패한 악몽을 하루 만에 깔끔하게 씻어낸 승리였다.

물론 전날 승리도 좋지만, KIA 입장에서는 이민우라는 5선발을 얻었다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이는 KIA의 향후 선두 자리 유지에 있어 아주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이제 첫 경기를 치른 상황이기에 섣부른 판단은 무리다. 하지만 이민우가 시즌 막판까지 로테이션만 소화를 해줘도 KIA는 정규시즌 우승에 더욱 가깝게 닿을 수 있다.

우선 불펜진에 있는 선수를 끌어와서 선발 자리를 채울 필요가 없다. 이는 원체 약한 불펜진의 불안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온전히 경기 마무리에만 집중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KIA의 잔여경기는 이제 14경기다. 5명의 선발이 많으면 3번, 혹은 2번 나설 수 있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헥터와 양현종이 합쳐서 4승, 팻딘과 임기영이 3승만 챙겨도 7승을 가져간다.

여기서 이민우가 전날에 이어 2승만 더 챙기면 9승 5패로 잔여경기를 끝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KIA는 최종 88승 1무 55패로 시즌 마감이 가능하다. 두산이 남은 11경기를 모두 잡아도 87승 3무 54패다.

물론 이것은 최상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KIA는 남은 14경기의 5할인 7승 7패만 기록해도 86승 1무 57패(0.597)가 된다. 이는 두산이 11경기에서 9승 2패를 해도 85승 3무 56패(0.590)로 패한다.

7승만 해도 확률상 KIA가 매우 유리하다. 전날 1승을 따낸 이민우가 향후 두 번 정도의 등판에서 1승, 혹은 2승을 보태서 최대 3승을 기록하면 KIA의 정규시즌 우승은 확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매우 중요한 순간, KIA는 깜짝 스타를 얻는데 성공했다. 미래의 유망주를 얻었다는 점도 좋지만, 우승을 위해 달려야 하는 최고의 타이밍에 등장했다는 점에서 김기태 감독은 그저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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