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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투수에게 한 시즌 선발 20승은 어떤 의미일까? 한 시즌에 10승 하기도 벅찬데, 20승은 그야말로 꿈의 승수다.

물론 KBO리그에서 선발로 나와 20승을 해낸 선수가 몇 명 있다. 하지만 많지 않다. 정확히 7명이다. 우선 1983년, 삼미에서 뛰던 장명부는 그 해 60경기 30승 16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2.34를 찍었다.

30승 가운데 선발로 28승을 챙겼다. 지금 생각하면 상식을 뛰어 넘는 만화 같은 투수였다. 아직까지도 장명부의 28승은 선발 최다 승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1985년 삼성 김시진이 47경기에 나서 25승 5패 10세이브 평균자책점 2.00을 찍었다. 25승 가운데 선발승은 21승이다. 21승을 하고도 평균자책점이 2.00이다. 대단한 기록이다.

1985년 한국시리즈에서 롯데 최동원과 함께 치열하게 맞붙었던 재일교포 삼성 김일융도 그 해, 34경기에서 25승 6패 평균자책점 2.79를 찍었다. 그 중 20승이 선발승이었다.

1987년에 다시 20승 투수가 나왔다. 삼성 김시진이 또 해냈다. 23승 6패 평균자책점 3.12를 찍었다. 선발승은 21승이었다. 그리고 1995년, 장발의 한 선수가 다시 20승 고지에 올랐다.

LG 이상훈이 30경기에 나서 정확히 선발로 20승, 평균자책점 2.01로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2000년을 넘어 2007년에 와서야 겨우 20승 투수가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외인이었다.

두산 리오스가 33경기에 나서 선발 22승을 챙겼다. 이후 약물 적발로 인해 기록에 다소 신빙성이 사라진 것은 맞지만 어쨌든 남아있는 기록이다.

2010년대에 들어 두 명이 등장했다. 익숙한 두 이름이 있다. 지난 2014시즌, 염경엽 감독의 넥센, 그 중에서 1선발이었던 밴헤켄이 31경기에서 20승, 평균자책점 3.51을 찍었다.

그리고 2016시즌, 두산 니퍼트가 22경기에서 22승 중 21승을 선발로 챙기며 평균자책점 2.95를 남겼다. 역대 최소경기(25경기 20승) 선발승에 35세 4개월 7일이라는 역대 최고령 20승 기록의 주인공이었다.

이처럼 36년 KBO리그 역사에서 선발로만 20승을 따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10명도 채 되지 않으니 말 그대로 기록 보유자가 된다는 것은 역대급 반열에 올라간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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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20승이라는 것은 본인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팀도 강해야 한다. 팀이 강하지 않으면 20승은 결코 일궈낼 수 없다. 팀 실력과 자신의 컨디션, 그리고 운까지 삼박자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져야 한다.

KIA에도 올해 20승에 도전하는 투수가 두 명 있다. 15승의 헥터, 그리고 지난 9일 경기에서 자신의 한 시즌 최다승 타이인 16승을 찍은 좌완 양현종이다.

12일 기준, 양현종은 22경기에 나와 16승 3패 평균자책점 3.42를 기록 중이다. 시즌 초반에 7연승을 달렸고 이후, 잠시 주춤했지만 다시 원래의 페이스를 회복해서 선발 9연승 중이다.

9일 경기가 끝난 뒤, 그는 "토종 20승, 영광스럽지만 운이 따라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제 컨디션과 운, 팀 성적을 보면 감히 해볼 만하지 않나 싶다"라고 당차게 포부를 밝혔다.

역대 타이거즈 가운데서도 올해 KIA의 방망이는 최고 중 하나로 손꼽힌다. 공격력이 탄탄하니 선발 입장에서는 충분히 20승 고지를 노려볼 수 있다.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22경기에서 16승이니 수치상으로만 계산하면 향후 22~3승도 가능하다. 물론 투수는 예민하다.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결코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다.

만약 양현종이 20승을 달성한다면 그 의미는 상당하다. 우선 타이거즈에서 20승을 찍은 선수는 정확히 두 명이다. 선동열 현 국가대표팀 감독과 이상윤이다.

선 감독은 해태시절, 1986년에 24승, 1990년에 20승, 1989년에 21승을 따낸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선발이 아닌 구원승이 포함된 20승이었다. 20승의 이상윤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양현종이 선발로만 20승 고지에 오른다면 타이거즈 최초가 된다. 물론 좌완이라는 부분도 포함된다. 리그 전체를 놓고 봐도 1995년 LG 이상훈 이후 토종 좌완 선발 20승으로는 22년 만의 도전이다.

이처럼 20승의 고지를 넘게 된다면 양현종은 타이거즈를 넘어 리그의 역사에 남게되는 좌완 투수가 될 수 있다. 144경기로 늘어났기에 예전에 비해 더 기회가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물론 투고타저의 흐름이 워낙 강하기에 평균자책점 2점대까지 동시에 달성하긴 힘들어도 20승이라는 승수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양현종의 도전은 성공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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