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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광주=김성태 기자]감독이 경기를 지켜보면서 가장 까다로운 순간은 언제일까? 여러 상황이 있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난감한 것은 바로 선발 투수의 조기 붕괴다.

선발이 상대 타선에 일찌감치 얻어 맞으면 머리가 아파진다. 조기에 내리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계획했던 불펜 운용이 곧바로 틀어진다. 매 이닝이 이제 골치가 아프다.

그만큼 각 팀에 있어 마운드 고민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선발이 틀어지면 불펜도 무너진다. 그 날 경기는 어떻게 버틴다고 해도 야구는 144경기다. 결국 내일, 그리고 모레도 생각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에이스가 나가면 안심이다. 최소 6이닝 이상은 버텨낼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하지만 5선발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난조에 빠지면 감독은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다.

KIA는 헥터-양현종, 원투 펀치는 절대적 신뢰다. 펫딘은 잠시 부진했지만 여름 들어 다시 본모습을 보여주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두 명이 문제다.

임기영, 그리고 정용운이다. 임기영의 경우, 이제는 서서히 심각한 수준이다. 전반기에만 7승을 따냈지만 지금은 상대에게 분석을 당해도 읽힌 상황이다.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정용운이다. 지난 6월 4일 삼성전에서 기회를 얻고 선발로만 3승을 따냈다. 선수 본인도 "기회를 부여받는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일이다. 최선을 다해 던질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다.

바람대로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야구는 그리 녹록치 않다. 상대 역시 가만히 있지 않는다. 세밀하게 분석해서 철저하게 덤벼들고 악착같이 달려든다.

지난 6월 30일 LG전 5이닝 2실점 승리 이후, 아직 승리가 없다. 특히나 지난 1일 광주 kt전에서는 0.2이닝 8실점을 허용, 일찍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불펜이 조기에 가동됐지만, 7-15로 패했다.

김기태 감독은 "구속으로 승부하는 선수는 아니다. 상대에게 분석을 당한 것은 맞다. 고전하고 있긴 해도 선수 역시 체력적인 부분과 더불어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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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다. 선수 개인보다 팀이 우선이다. 상황에 맞게, 그리고 팀 사정에 맞게 선발진도 언제든 교체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은 정용운에게 좀 더 시간을 준다. 김 감독은 "기회를 주는 것은 맞다. 아직 엔트리에 제외 시키지 않았다"라며 그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팀 선발 로테이션으로 보면 원래 8일 경기가 정용운의 등판이었다. 하지만 뒤로 미뤘다. 한 차례 정도는 로테이션을 거르고, 좀 더 숨을 고를 시간을 주기로 했다.

대신 김 감독은 "스케줄 보고 빈 자리가 있으면 그 때 투입을 시킬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예상대로라면 KIA는 8일 임기영, 9일 양현종으로 넥센을 막고 10일 헥터, 11일 팻딘이 kt전에 나선다.

그리고 12일 토요일 광주 LG전의 등판 가능성이 있다. 전날 선발 임기영에 이어 3.1이닝을 던져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 좋은 모습을 보였으니 선발 출전 가능성은 더 커졌다.

지난 2009년에 입단, 별다른 기회를 얻지 못한 정용운에게 올해는 도약의 해였다. 그만큼 간절했다. 김기태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기에 그에게 좀 더 기회를 주려고 한다.

분석을 당했으니 살아남으려면 본인이 이겨내야 한다. 감독이나 코치가 하나하나 아기 달래듯 이것저것 가르칠 수 없다. 도움은 줄 수 있지만 해답은 결국 본인이 찾아야 한다.

상대 타자를 분석하고 공부하고 계속 물어보고 컨디션 관리에 더욱 초점을 맞춰야 한다. 김기태 감독도 전날의 3.1이닝 무실점 호투를 발판으로 난조를 털어내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2009년 KIA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할 당시, 그는 3차전에 나와 공을 뿌린 기억이 있다. 올해도 한국시리즈에 나가서 공을 뿌리고 싶다면 정용운, 스스로가 더욱 이겨내고 잘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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