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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광주=김성태 기자]외야수 최형우(33)를 보고 있으면 100억이라는 큰 금액을 주고 데려온 KIA의 결정이 지금까지는 실패가 아닌 것 같다.

지난 2015년과 2016년, KIA는 2년 내내 팀 타격으로 고생했다. 도깨비 방망이 수준이었다. 터질 때는 잘 터지는데, 아닐 때는 정말 프로팀이 맞나 싶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김선빈-안치홍 키스톤이 돌아오면서 팀 전력이 강해졌다. 1루수 자리를 김주찬에게 주기 위해서는 외인 외야수도 필요했다.

필이 아깝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장타력까지 확실히 겸비한 외야수 버나디나가 오면서 KIA는 한층 더 강해졌다. 이명기-김민식을 데려온 트레이드는 신의 한 수였다.

1번과 8, 9번의 타순을 책임질 수 있는 선수를 과감하게 데려왔고 이들이 제 몫을 해주니 피해갈 곳이 없는 타선이 됐다. 꾸준한 나지완과 7번 이범호 역시 그 자리, 그대로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방점을 찍은 것은 바로 4번 최형우다. 애초에 KIA가 최형우를 영입할 당시 "중심타선의 무게감을 실어줄 수 있는 선수를 원했다"라고 말했다.

3번도 아닌, 5번도 아닌, 4번 타자를 영입했다. 타순 전체의 중심인 4번에서 최형우가 버티니 다른 타순의 시너지 효과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했다.

원래 원포인트 레슨을 받는 이유도 단순히 하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자 하는 것이 아닌, 전반적인 동반 상승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도 있다.

최형우의 기록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러한 시너지 효과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우선 타격 7개 부문(타율, 홈런, 장타율, 출루율, 득점, 타점, 안타)을 보자.

모두 리그 상위권이다. 그것도 전부 다섯손가락 안에 들어간다. 2일 기준, 타율 3할6푼6리 3위, 출루율 0.474 1위, 장타율 0.662 2위, 홈런 24개 5위, 득점 79점 2위, 안타 130개 2위, 타점 91점 1위다.

일단 컨택 능력이 좋다. 130개의 안타와 3할6푼대의 타율이 이를 증명한다. 그리고 타점이 많다는 것은 집중력이 강하고 승부사 기질이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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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상위타선인 이명기-김주찬-버나디나의 출루율이 좋은 것도 있지만, 득점권 타율이 무려 3할9푼이다. 결승타만 해도 KIA가 따낸 63승 가운데 11개를 최형우가 책임졌다.

특히 극적인 상황에서 최형우가 쳐낸 끝내기 홈런이 유독 많다. 몇 경기가 있지만, 지난 7월 12일 광주 NC전이 가장 인상적인 경기 중 하나였다.

7회부터 나온 정용운이 불펜에서 버티고 9회 김주찬이 장타 한 방으로 승부를 연장으로 잇더니 10회 최형우가 좌월 솔로포로 끝낸 경기였다. 극적 승부에 유난히 강한 모습이었다.

홈런 개수도 24개로 팀 내 1위, 리그 5위다. 홈런 포함, 2루타 이상의 장타도 잘 쳐내니 장타율이 0.662로 리그 1위다. 이처럼 높은 장타율은 자연스레 출루와 연결된다.

상대 투수가 한 방을 내줄 걱정에 쉽게 승부하지 못한다. 자꾸 도망가는 피칭을 하면 볼넷, 그러다가 볼카운트가 몰려서 가운데로 공을 던지면 그대로 장타를 내준다.

리그 1위의 출루율 0.474도 이러한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그렇게 장타와 출루에 능하다보니 후속 타자인 안치홍, 나지완, 이범호와 같은 펀치력 있는 타자들의 타격이 나오면 자연스레 득점까지 따낸다.

리그 2위인 득점 79점이 이를 증명한다. 이처럼 타격 전반에 모두 능한 최형우가 타순의 핵심인 4번에 있기에 1번부터 3번, 그리고 5번부터 7번까지의 타순이 전부 살아나고 있다.

단순히 4번 자리에서 홈런 하나 보고 100억 주고 데려온 타자는 아니다. 타격 최상위 클래스와 더불어 팀 전체의 전력 강화 및 시너지 효과까지 생각한 100억이다.

시즌이 끝나봐야 알겠지만, KIA가 선두로 계속 질주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최형우의 100억이라는 몸값이 헛돈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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