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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잠실=박대웅 기자] 두산 니퍼트가 외국인 최다승 타이 기록을 세우는 기염을 토했다. 팀 동료들과 함께 만들어낸 승리였기에 그 의미가 더욱 컸다.

니퍼트는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6이닝 6실점(5자책점)을 기록하는 아쉬운 피칭 속에서도 팀이 9-6으로 승리하며 활짝 웃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통산 89승(41패 1홀드)을 기록한 니퍼트는 리오스가 이룬 외국인 최다승(90승)까지 단 1승만을 남겨놓고 있었다. 또한 KBO리그 7시즌 동안 6번째 두 자릿수 승리에도 단 1승이 부족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이날 니퍼트는 중지 손가락 살이 찢어지는 등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았다. 결국 6이닝 동안 8피안타 2볼넷 7탈삼진 6실점을 기록했고, 슬라이더와 직구가 높게 제구 되면서 홈런을 무려 3차례나 내주는 흔치 않은 장면을 노출하기도 했다. 특히 잠실구장에서의 한 경기 3피홈런은 사상 첫 경험이었다.

하지만 니퍼트는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최대한 이닝을 소화하려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108개의 공을 던지며 기어이 6회를 채웠다. 팀이 5-6으로 뒤져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패전 위기에 올려 있었으나 6회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두산이 무사 만루 기회를 잡은 가운데 3점을 집중시키면서 8-6으로 재역전을 이뤄낸 것. 결국 두산이 9회에도 뽑아내면서 최종 승리를 거둬 니퍼트도 극적으로 시즌 10승이자 통산 90승을 채웠다.

니퍼트의 90승은 리오스의 90승과 비교해 반 시즌 정도를 더 소화하며 이뤄냈지만 단 173경기만에 쌓아올려 리오스의 215경기를 크게 앞질렀다. 물론 리오스가 2002년 첫 시즌에는 7월까지 마무리로 뛰었으나 이를 감안해도 두 선수의 경기 수 차이는 제법 크다.

물론 평균자책점과 이닝 소화 능력 등에서는 리오스가 앞서 있다. 하지만 90승을 기록할 때까지 니퍼트가 단 41패에 그쳤다면 리오스는 59차례 패해 승률에서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니퍼트가 두산 한 팀에서만 이같은 기록을 이뤄냈다는 점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또한 니퍼트는 현역이기 때문에 향후 매 승리마다 KBO리그 외국인 투수의 새 역사를 쓸 수 있다. 최초의 외국인 투수 100승 정복도 사실상 예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 후 니퍼트는 90승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입을 연 뒤 “두산이라는 팀과 동료, 코칭스태프와 좋은 관계를 이어가며 이같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며 두산 선수단 모두에게 공을 돌렸다.

니퍼트는 이어 “오른손 중지 살이 조금 찢어졌고, 경기 중 더 찢어질까봐 입으로 물어뜯었다. 하지만 이것 때문에 못 던진 것은 아니다. 핑계일 뿐이다”면서 “사실 오늘 투구 내용이 좋지 않았고, 힘든 경기를 했다. 하지만 동료들이 도와줬기 때문에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다”며 다시 한 번 팀 두산과 함께 이룬 승리에 기쁨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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