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SK가 kt와의 3연전에서 무려 6개의 홈런을 때려내면서 홈런 공장의 면모를 제대로 과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과도한 홈런 의존도를 지적하기도 한다. SK가 작전을 펼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선수인 ‘리드오프’ 조용호(28)의 생각은 과연 어떨까.

SK 조용호. SK 와이번스 제공
SK는 지난 1일 오후 수원 kt wiz파크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서 10-4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SK는 6연승에 성공했다. LG와의 홈 3연전에 이어 kt와의 3연전에서도 연승을 달릴 수 있었던 비결은 역시 홈런에 있었다.

지난달 30일부터 치러진 kt와의 원정 3연전에서 SK는 총 6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3연전 기간 SK는 총 26점을 뽑아냈는데, 이 중 14점을 홈런으로 획득했다. 총 타점의 절반 이상을 오직 홈런으로 기록한 것.

이는 시즌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마찬가지다. 1일 현재 총 277타점을 올린 SK는 홈런으로만 144타점을 올렸다. 전체 타점의 51.9%를 홈런으로 얻었다.

이 같은 흐름을 좋게 본다면 SK는 가공할 만한 홈런 공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홈런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 것이 사실. 실제로 홈런이 터지지 않은 12경기에서 SK는 2승10패에 그쳤다. 이런 탓에 홈런으로 재미를 보고 있음에도 세밀한 작전 야구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SK에서 빠른 발과 비교적 준수한 작전 수행 능력을 바탕으로 올시즌 주전 리드오프로 자리매김한 조용호는 SK의 야구는 세밀함이 떨어진다는 일부의 지적에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까.

질문을 받으면 격하게 항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조용호는 예상과는 달리 “공격시 작전 지시가 비교적 적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다”라고 차분하게 답했다. 하지만 작전이 상대적으로 적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

조용호는 “물론 나는 아니지만 현재 SK는 언제든지 홈런 혹은 장타를 때려낼 수 있는 타자들이 즐비하다. 선행 주자가 출루 했을 때 굳이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작전을 자주 걸 필요성이 없는 것이다. 언제든지 장타가 나올 것이란 믿음이 있어 작전 없이도 충분히 득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굳이 변화를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확률이 높은 쪽에 집중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현재와 같은 흐름에선 괜히 작전을 펼치다 주루사를 당하는 것이 훨씬 큰 손해다. 주루사만큼 당혹스러운 순간도 없다. 리드오프를 맡게 되면서 가장 싫은 상황 중 하나가 주루사를 당할 때다. 경기 초반 내가 주루사를 당해 공격의 맥을 끊는 상황이 연출되면 그날 하루 전체가 힘들다”라고 덧붙였다.

작전을 시도하는 일이 타 팀에 비해 드문 것은 사실이나, 효율만큼은 높기에 문제 될 것은 크게 없다는 것이 조용호의 주장이기도 하다. 그는 “작전을 걸어야 할 때가 되면 힐만 감독이 주저 없이 사인을 내는데, 비교적 잘 통한다”라고 말했다. 한 가지 예시까지 들어보였는데 그가 예시를 든 상황은 지난 30일 수원 kt전 1회초 공격 장면이다.

SK 조용호. SK 와이번스 제공
0-0으로 맞선 1회초, SK는 조용호와 김강민으로 구성된 테이블세터가 모두 출루한 무사 1,2루에서 더블 스틸 작전을 냈다. 과감하면서도 상대의 의표를 찔렀던 이 작전은 제대로 먹혔고, 기회는 무사 2,3루로 심화됐다. 이에 타석에 들어섰던 최정은 우익수 희생 플라이라는 팀 배팅으로 SK에 선취점을 안겼다. 적어도 이 장면만큼은 홈런이 아닌 작전의 승리였다는 것이 조용호의 설명이다.

올시즌 드물긴 하지만 해야 할 때는 과감한 작전 사인도 마다않은 팀 컬러를 파악한 조용호는 각종 작전의 중심인 리드오프로서 단순히 작전을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효율을 높이는데, 온 힘을 기울이겠다는 각오다.

“저 같은 유형의 선수는 작전 사인이 났을 때 실패해선 안 돼요. 특히 작전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 SK에선 더욱 그렇죠. 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실패를 하면 할수록 팀 내에서 저의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항상 긴장하고 연습해야죠.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SK도 작전을 하는 구나’라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적은 기회 속 고효율을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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