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같은 날 벌어진 한화와 삼성 선수단의 벤치클리어링 사태에 다소 묻힌 감은 있지만 롯데의 우완 투수 박진형(23)을 향한 논란의 보크 역시 지난 21일 프로야구계를 들썩인 사건 중 하나였다. 과연 해당 판정은 옳은 판정이었을까.

롯데는 지난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3-4로 패했다. 해당 경기의 승부처는 3득점에 성공하며 LG가 전세를 역전시킨 8회말 공격이었지만, 사실 롯데는 6회말 LG에게 분위기를 넘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난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LG전에서 6회 롯데 투수 박진형의 보크 지적에 항의하는 조원우 롯데 감독(오른쪽). 스포츠코리아 제공
이날 5회까지 한 점도 내주지 않았던 박진형은 6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6회초는 박진형에게 무척 힘겨웠다. 1-0으로 앞선 상황서 2사 1,3루의 실점 위기에 몰렸기 때문. 위기 속에서 양석환을 상대했던 그는 1스트라이크 상황에서 2구째 투구를 준비했다.

이 때 문제의 장면이 발생했다. 이날 구심을 맡았던 윤상원 심판은 박진형에게 보크(베이스에 주자가 있을 때 투수의 반칙투구행위)를 선언했다. 보크가 선언되면 누상의 모든 주자는 한 베이스씩 진루하게 된다. 3루 주자인 박용택은 그렇게 홈플레이트에 무혈입성했다. 당연히 판정의 당사자인 박진형은 크게 당황했다. 포수 강민호, 조원우 감독까지 나서 판정에 불만을 제기했지만, 한 번 내려진 판정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구심의 판정 근거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구심은 박진형이 스트레치(팔을 머리 위 또는 신체의 앞으로 뻗는 행위)라는 예비 동작에서 세트 포지션을 취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KBO 야구 규칙에 따르면 투수는 스트레치 동작에서 중단함이 없이 일관된 동작으로 세트 포지션에 들어가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보크가 선언될 수 있는데 구심은 박진형이 이중동작을 취했다고 바라본 것이다. 실제로 느린 그림을 보면 세트 포지션을 취하기 전 박진형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던 것을 알 수 있다.

경기의 흐름을 한 순간에 바꿔놓은 판정이었기에, 경기가 끝난 뒤에도 박진형의 보크 판정은 많은 이야기를 낳았다. 해당 판정을 쉬이 납득하지 못하는 야구팬들은 물론 일부 야구인들도 존재했다.

일단 김풍기 KBO 심판위원장은 롯데 입장에서는 아쉽겠지만 결과적으로 해당 보크 판정이 옳은 판정이라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22일 스포츠한국과의 통화에서 “박진형의 경우는 명백한 보크였다. 분명 세트포지션으로 넘어갈 때 어깨가 움찔하는 모습이 보였다. 승부처였기에 보크를 지적하는 일이 분명 쉽지 않았을 텐데 구심이 제대로 지적했다”라고 밝혔다. 세트포지션을 한 동작에 취해야 하는 규정을 어긴 것만큼은 확실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

물론 김 위원장 역시 해당 판정을 두고 여기저기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특히 그 중에서도 김 위원장이 가장 아쉬워했던 부분은 보크 판정의 일관성 결여 비판과 과거 사례들과의 형평성 논란이다.

김풍기 위원장은 “정확한 판정임에도 논란이 이는 것 같아 아쉽다. 박진형의 사례를 두고 일각에서 ‘심판들이 일관된 보크 판정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것 같다’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들었다. 하지만 주심들은 언제나 눈에 불을 켜고 보크를 지적하고자 준비돼 있는 사람들이다. 이전에는 지적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지적하지 못했던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정말 짧은 찰나에 일어나는 반칙이 바로 보크다. 관심 있게 지켜봐도 잡아내기 힘든 것이 보크다. 어느 때는 지적하고 어느 때는 넘어가는 것이 결코 아니다. 본능적으로 판정이 나가는 것이다. 워낙 미묘한 반칙이 보크인 탓에 주심들도 더욱 정확하게 반칙 투구 행위 여부를 가려내고자 훈련을 거듭하고 있다. 게다가 심판위원회가 과거 보크 오심(2011년 6월 8일 잠실 한화-LG전)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기에 더욱 판정에 신경을 쓰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롯데 박진형. 스포츠코리아 제공
심판위원장 뿐 만 아니라 야구인도 해당 판정이 옳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투수 출신인 박명환 야구학교 코치는 “구심이 제대로 봤다. 판정에는 문제가 없다. 경험이 부족한 투수가 범한 명백한 실수다. 판정에 이의를 제기한 조원우 감독은 박진형의 미세한 움직임을 미처 포착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박 코치는 포수 강민호와 경험이 다소 부족한 투수 박진형간의 호흡에 다소 문제가 있었던 장면이 끝내 보크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워낙 중요한 승부처였기에 당시 강민호는 벤치의 사인을 확인한 뒤 투수에게 사인을 냈다. 박진형이 예상한 것보다 포수의 사인이 늦게 나왔던 것이 화근이었다. 인터벌이 이처럼 길어지니, 투수가 한 번 멈칫거리다 어깨가 흔들렸다. 아무래도 어린 친구라 실수가 나왔다”라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일반적인 어깨 떨림을 구심이 과도하게 지적한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하기도 했지만 박 코치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이번 어깨 떨림은 통상적인 허용 범위 안에 있는 움직임이 아니었다. 메이저리그의 예를 들면 쉽게 이해가 가능하다. 미국 선수들은 몸을 크게 숙여서 스트레치 동작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투수가 포수의 사인이 안 보인다고 해서 재차 몸을 일으켜 세우면 즉시 보크가 선언된다. 박진형도 이와 비슷한 사례인 셈이다”라고 말했다.

롯데 박진형. 스포츠코리아 제공
올시즌 롯데는 박진형의 보크를 비롯해 수차례 석연찮은 판정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 보크 판정에 롯데 벤치가 유독 억울해 했던 것도 일정부분 납득이 가는 것은 바로 이 때문. 결과적으로 옳은 판정이었지만 당시 ‘비디오 판독이라도 가능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의문이 남는 것도 사실. 현재 보크는 비디오 판독 대상 플레이에서 제외돼 있어 한 번 판정이 내려지면 번복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보크가 비디오판독에서 제외된 이유는 무엇이며, 향후에도 판정 대상에 포함될 수는 없을까. 김풍기 위원장은 확언할 수는 없지만 보크가 비디오 판독의 영역으로 넘어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 설명했다. 엄밀히 말해 보크는 행위 자체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판정의 대상이 아닌 규정 위반시 부과되는 일종의 벌칙이기 때문.

김 위원장은 “보크는 KBO가 정한 투구 규정을 투수가 어겼다는 것을 심판이 발견했을 때 성립되는 특수한 제재다. 게다가 스트라이크 판정처럼 주심의 주관이 개입되는 제재이기도 하다. 보크 장면을 두고 비디오 판독실의 의견과 주심의 의중이 서로 다른 경우에, 어느 쪽의 판단이 옳다고 결론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에서도 보크는 전적으로 주심에게 맡긴다. 보크가 비디오 판독에서 제외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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