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2017시즌을 앞두고 야심차게 데려왔던 워스가 어깨 부상 탓에 사실상 전력에서 이탈했다. 정확한 회복 기간이 불투명해 이대로라면 개막전은 물론 시즌 초반에도 전력 손실이 불가피하다. 박승욱이라는 대안이 있지만 그 역시 주전으로 삼기에는 못 미더운 것이 현실이다.

SK 박승욱. 스포츠코리아 제공
SK는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센터라인 수비 강화를 위해 유격수가 가능한 외국인 타자를 영입했다. 고메즈에 이어 워스를 영입한 것. SK는 컨택에 능하고 중장거리 타자인 워스가 타석에서는 SK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출루율을 높여주는 것은 물론, 수비에서도 안정감을 보여주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시범경기 일정을 모두 마친 27일 현재, 워스를 향한 SK의 기대감은 실망으로 바뀐지 오래다. 지난달 말 스프링캠프 도중 어깨 부상을 당했던 그가 1개월이 지나도록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

당초 단순한 어깨 염좌라는 진단을 받았던 탓에 SK는 워스가 1~2주면 회복할 것이라 내다봤지만, 예상보다 부상 정도가 심한 것으로 보인다. 워스는 지난달 14일 시범경기 개막 이후 총 4차례 수비에 나서지 않는 지명타자로 경기에 나섰을 뿐이다. 설상가상으로 타격 성적마저 썩 좋지 못했다. 해당 기간 워스의 타율은 2할1푼4리(14타수 3안타). 타점은 물론 득점 역시 전무하다.

여기에 지난 21일 인천 두산전을 앞두고는 캐치볼조차 소화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워스는 컨디셔닝 코치와의 상의 끝에 22일 오전 병원에 들러 진통제를 주사 받았지만, 회복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제는 지명타자로도 출전이 불가능해졌다.

시범경기 기간 내내 인내심을 가지고 워스의 회복만을 기다렸던 힐만 감독. 그러나 그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른 모양새다. 힐만 감독은 26일 인천 한화전을 앞두고 워스의 개막전 출전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사실상 개막전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이라 공언한 셈.

만약 워스가 힐만 감독의 발언대로 개막전 엔트리에서 제외된다면 최소 10일간은 1군 경기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을 전망. 애초 워스를 붙박이 유격수로 두고 내야진을 구성하고자 했던 SK의 구상은 크게 틀어진 듯하다.

일단 대안은 있다. 시범경기 기간 SK의 붙박이 주전 유격수로 활약한 박승욱이 바로 그 주인공. 그는 올시즌 SK의 12차례 시범경기 가운데, 11경기를 유격수로 출전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박승욱이 SK의 개막전 선발 유격수가 될 공산이 크다.

박승욱의 장점은 군더더기 없는 수비. 스프링캠프 기간 내내 ‘깔끔한 수비 동작’을 강조했던 힐만 감독의 성향을 생각해본다면 그가 SK의 주전 유격수로 통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선수 본인 역시 자신감을 가지고 의욕까지 충만한 상황. 지난 22일 인천 두산전을 앞두고 만났던 박승욱은 “워스의 부재는 적어도 나에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놓치지 않고 싶다”라고 힘줘 말한 바 있다.

감독의 신뢰를 받고 있는데다 선수 본인의 의지도 충만하지만 불안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최근 타격감이 유독 좋지 못한 것은 걱정거리다.

지난 21일 인천 두산전까지만 하더라도 박승욱은 타율 2할6푼3리, 4타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선보인 바 있었지만 이후 그의 타격감은 급감했다. 지난 22일 인천 두산전 이후 4경기 연속 안타를 신고하지 못한 것. 그의 시범경기 타율은 1할6푼7리까지 떨어졌다.

제 아무리 큰 의미가 없는 시범경기 성적이라고 하지만, 가장 최근 경기에서 이처럼 타격감이 급감한 것은 분명 우려가 되는 대목.

SK 박승욱.SK 와이번스 제공
물론 힐만 감독은 “프로야구에서 투수진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강력한 수비다”라고 말하며 “타율이 높아도 수비가 다소 떨어지는 선수보다는 타율이 낮더라도 수비 능력이 뛰어난 선수를 우선적으로 기용하겠다”라고 자신의 선수 선발관을 밝힌 바 있다. 박승욱은 힐만 감독이 말하는 ‘타율이 낮아도 수비 능력이 뛰어난 선수’인 셈.

따라서 당분간 박승욱은 충분한 기회를 보장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SK의 진짜 문제는 일찌감치 불안요소를 감지했음에도 마땅한 ‘대안의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박승욱의 타격감이 개막 이후에도 좀처럼 회복세로 돌아서지 못한다면, 이를 타개할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

힐만 감독은 시범경기 최종일인 지난 26일 인천 한화전에서 박승욱을 대신해 ‘유틸리티 내야수’ 이대수를 선발 유격수로 낙점했다. 하지만 이대수의 성적은 3타수 무안타, 5회말 무사 3루에서 내야 땅볼로 타점을 기록했다는 데 위안을 삼아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대안의 대안’으로 꼽히는 이대수의 시범경기 타격성적 역시 1할3푼에 불과하다. 박승욱을 대체할 만한 매력은 다소 떨어진다.

최근 부상에서 회복한 주전 2루수 김성현의 유격수 임시 복귀를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이 역시 가능성은 낮은 편. 실제로 김성현은 2015시즌 주전 유격수로 활약한 바 있지만, 잦은 실책으로 팀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힐만 감독 역시 이러한 이력을 모를 리 없다. 게다가 김성현이 2루수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 만큼, 개막을 앞두고 무리하게 보직을 바꿀 이유가 없다.

이쪽저쪽으로 생각해봐도 묘수가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SK다. SK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선택한 박승욱이 시범경기의 종반의 침묵을 깨주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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