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첫 데뷔전 타석에서 니퍼트 상대로 초구 공략…WBC 부진 우려 털고 짜릿한 우월 솔로포로 존재감 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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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광주=김성태 기자]"간만에 환호를 받아본 것 같다. 사실 홈런이 나오지 않아도 상관 없다. 이미 기분 좋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국가대표로 나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KIA 최형우(34)는 많은 기대를 받았다. 한화 김태균, 롯데 이대호와 함께 한국의 중심타선을 이끌 핵심 타자로 예상됐다.

하지만 생각처럼 몸 상태가 올라오지 못했다. 단기간에 경기에 뛸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건, 그리고 4년 100억이라는 부담과 첫 태극마크라는 걱정이 한번에 겹쳤다.

소속팀 KIA에서 잘 훈련을 하다가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에 도중에 합류, 빨간 유니폼 대신 나름 익숙했던 파란색의 대표팀 유니폼을 입게 됐다.

사실 오키나와에서 2월 12일부터 23일까지 훈련을 진행했지만 김인식 감독의 특성상, 선수들에게 연습을 그리 많이 시키는 감독은 아니다.

물론 선수가 알아서 몸 상태를 끌어올려야 하는 것이 맞지만, 구단의 배려가 아닌 국가대표로 임하는 훈련은 아무래도 환경 뿐 아니라 분위기상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최형우는 "훈련량이 부족했다, 연습을 많이 하지 못했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 결과, WBC를 앞둔 평가전에서 그는 7경기에 나서 23타수 2안타의 초라한 성적을 보여줬다.

김인식 감독은 그를 제외했다. 수비 강화를 목적으로 민병헌을 좌익수로 내세운다는 이야기도 했지만 결국 최형우의 부진한 타격을 믿지 못해서였다.

그렇게 대표팀은 이스라엘에게 1-2로 덜미를 잡혔고 네덜란드에게 0-5로 영봉패를 당했다. 네덜란드전 9회에 겨우 나온 최형우의 내야 안타는 그래서 더 슬펐다.

1승 2패의 초라한 성적만 남은 WBC 대표팀은 그렇게 조용히 짐을 싸서 각자의 소속팀으로 돌아갔다. 비난이 쏟아지고 또 쏟아졌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은 최형우를 끌어안았고 전날 선발로 바로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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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컸다. 팀을 상징하는 중심 타자의 무게감을 보여주길 원했다. 최형우는 보여줬다. 선발 4번 겸 좌익수로 출전, 2회 상대 선발 니퍼트의 141km짜리 직구를 그대로 통타 우월 솔로포를 작렬했다.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나서 들어선 첫 타석에서 첫 공을 상대로 첫 스윙에 날린 첫 홈런이었다. 본인의 존재감을 완벽하게 심어준 짜릿한 홈런이었다. 그렇게 팀도 작년 챔피언 두산을 7-4로 이겼다.

전날 그는 최형우는 "기분이 좋았다. 사실 처음 타석에 들어갈 때, 팬들이 환호해주셔서 기뻤다. 다소 들뜬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갔는데 좋은 타구가 나와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차피 정규 시즌이 아니다보니 니퍼트를 잡는다는 생각보다 타이밍 잡고 컨디션 조절하는 부분에 좀 더 중점을 뒀다"며 전날 홈런에 대해 겸손하게 이야기 했다.

하지만 아직은 훈련량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몸 상태 역시 작년과 비교하면 좀 더 아래다. 대략 6~70% 정도 올라왔다는 것의 그의 말이다.

최형우는 "막상 슬럼프가 왔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WBC 대표팀에 있을 때도 나쁘지 않았다. 시즌이 아직 남았으니 개막전에 맞춰 100%로 컨디션을 맞추도록 할 생각이다"라며 "저 말고도 안치홍과 김선빈이 팀에 합류하면서 짜임새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봐도 팀 타선이 좋아졌다. 쉬어가는 타선도 없고 타 팀이 보기에도 위압감이 있는 타선이 됐다. 작년보다 팀이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할 생각이다. 매년 쌓은 기록을 올해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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