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추신수(35·텍사스 레인저스)를 대신해 박건우(두산)가 2017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최종 명단에 포함되며 다시 한 번 WBC 엔트리가 변경됐다.

지난해 11월 처음 명단이 발표된 이래 6명이나 교체됐다. 하지만 잦은 변화속에서도 끝내 외면 받은 선수가 있다. 바로 지난 2016년 두산의 4번 타자로 자리잡은 외야수 김재환(29)이다.

KBO는 20일 2017 WBC 대회 조직위원회인 WBCI로부터 출전불가 통보를 받은 추신수를 대신해 예비엔트리에 머물고 있던 박건우를 최종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여기에 KBO는 50인 예비엔트리에 고종욱(넥센)과 정수빈(경찰)을 새롭게 발탁했다.

두산 김재환. 스포츠코리아 제공
앞서 KBO는 지난 13일 역시 출전불가 통보를 전한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를 대신해 손아섭(롯데)을 호출했다. WBC 대표팀은 대회 시작도 하기 전에 두 명의 주축 외야수들을 잃어버린 셈.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김인식 감독은 20일 스포츠한국과의 통화에서 “중심타선을 맡아줄 수 있는 두 선수가 빠지니, 고민이 많아졌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김 감독의 토로에 다소 의문이 드는 부분이 있다. 바로 지난 시즌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끈 ‘붙박이 4번 타자’ 김재환을 제외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예비엔트리에서도 외면 받았다. 그가 대표팀의 타선 약화 문제를 해결해줄 적임자로 여겨질 수는 없었을까.

단순히 기록만 놓고 본다면 대표팀에 발탁 되지 않는 것이 크게 이상해 보인다. 그는 지난 시즌 134경기에 나서 타율 3할2푼5리, 37홈런, 124타점을 기록했다.

지난 2008년 데뷔 이래 첫 풀타임 시즌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성적이었다. 이 같은 준수한 성적을 통해 그는 지난해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가져갔다.

남부러울 것 없는 시즌을 보냈지만, 끝내 대표팀과는 연을 맺지 못한 김재환.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그가 김인식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김인식 감독은 직접 이 의문의 해답을 제시했다.

김재환이 대표팀에 뽑히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대표팀 외야진의 ‘큰 산’ 최형우(KIA) 때문. 최형우와 동일한 포지션에 스타일마저 유사한 타자가 김재환이지만 결론적으로 최형우를 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

김 감독은 “김재환도 지난 시즌 잘 했던 선수다. 하지만 최형우와 비슷한 유형의 타자인데다 포지션(좌익수)도 겹쳐 배제할 수밖에 없었다”며 “냉정하게 말해 김재환이 최형우 보다 비교 우위에 있는 선수라고 평가할 수는 없지 않는가”라고 답했다.

만 34세인 최형우 역시 이번 대회를 통해 생애 처음으로 태극 마크를 달았지만 그의 발탁에 큰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최근 3시즌 간 ‘3할 타율-30홈런’ 고지를 밟았을 뿐만 아니라, 지난 시즌에는 타격 3관왕(타율, 타점, 안타)에 오르면서 KBO리그 최고의 타자로 거듭났기 때문. 당연히 골든글러브 역시 품에 안았다.

김재환 역시 뛰어난 기록을 자랑했던 것은 분명 사실이나 풀타임 시즌을 보낸 전례가 지난 시즌 한 시즌에 불과했을 뿐만 아니라 기록 면에서도 최형우를 압도하지 못했다.

실제로 최형우는 골든글러브 투표와 리그 MVP 투표에서 김재환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득표수를 기록한 바 있다. 위험부담이 상대적으로 높고 기록에서 뒤쳐지는 선수를 선발할 이유는 없었던 것.

게다가 김재환은 냉정하게 말해 공수주 모두를 겸비한 선수가 아니다. 이는 최형우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그럼에도 최형우가 선발 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부족한 수비·주루 능력을 상쇄시키고도 남은 타격 성적을 보유했기에 가능했다.

아무래도 공수주 모두를 겸비한 선수들을 선호하는 김인식 감독의 성향 상 수비와 주루 능력이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선수는 최형우 하나면 족했다. 실제로 대표팀의 외야진에는 공수주 3박자를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은 선수들(민병헌, 이용규, 손아섭, 박건우)이 이름을 올렸다.

게다가 최형우는 수비력이 다소 약해도 지난 2008년부터 외야수로 활약해왔다. 본격적으로 외야수로 전업한 이후 한 시즌만을 책임진 김재환과는 경험 면에서 비교를 불허한다.

김인식 감독은 추신수를 대신해 박건우를 뽑은 이유로 수비에서의 쓰임새를 들었다. 선발 좌익수로 나설 확률이 높은 최형우를 대신해 대수비로 나서 수비를 강화해 줄 수 있는 선수를 찾았던 것. 예비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고종욱과 정수빈 역시 준족을 갖춘 외야수다.

두산 김재환. 스포츠코리아 제공
박건우를 포함한 세 외야수의 대표팀 승선은 아무래도 타선 강화보다는 경기 후반 대수비 혹은 대주자로서의 쓰임새를 크게 고려한 결정이라 평가해도 무방하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아무래도 수비보다는 타격에 확실한 강점이 있는 외야수인 김재환은 외면 받을 수밖에 없었다.

김인식 감독은 이른바 ‘괘씸죄’를 적용해 성적과는 관계없이 김재환을 의도적으로 대표팀에서 제외한 것은 결코 아니라고 못 박았다. 일각에서는 김재환이 지난 2011년 파나마 야구월드컵 대표팀 선발 당시 대회를 앞두고 실시한 도핑테스트에서 도핑양성반응을 보였던 사실이 지금까지도 대표팀 선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시 도핑양성반응에 김재환은 즉시 대표팀에서 제외된 것은 물론 2012년 KBO로부터 페넌트레이스 10경기 출장정지 징계와 구단의 자체징계를 받은 바 있다.

김인식 감독은 “김재환은 이미 징계를 모두 받은 선수 아닌가. 당시 대표팀에서의 불미스러운 사건은 현재 대표팀 선발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 투수들도 김재환 보다는 최형우가 타석에 들어서면 더욱 긴장된다고 하더라. 같은 좌익수라면 최형우의 타격 능력이 훨씬 더 낫다고 판단해, 김재환이 빠졌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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