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현재를 살아가는 많은 야구팬들은 프로야구 시즌이 진행되는 4월부터 10월까지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간다. 각 구단의 선수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성적은 어떻게 되는지 스마트폰 하나만 있다면 실시간으로 알아낼 수 있다. 그만큼 정보가 많은 시대다.

박명환 현 야구학교 코치.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하지만 시즌이 마무리되는 매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는 이듬해 2월까지, 즉 비시즌 기간 프로 선수들의 생활은 여전히 베일에 쌓여 있는 것이 사실. 그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조금이나마 드리고자 한다.

먼저 시즌이 끝나면 약 5개월의 시간이 주어진다. 이 시기는 무척 중요하다. 정규시즌의 종료는 곧 비시즌 훈련의 시작이기도 하기 때문. 이 때 1군 주전 선수들과 1.5군 혹은 2군 선수들간의 휴식기 차이가 발생한다.

많은 야구팬들은 1.5군 선수들을 비롯한 2군 선수들이 시즌 종료 직후 2주 정도 휴식기를 가진 뒤 통상적으로 11월 말까지 마무리 캠프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터. 하지만 1군 선수들은 시즌 종료 시점부터 휴식기나 마찬가지다. 개인 훈련을 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팀 훈련을 하는 선수는 아무도 없기 때문.

휴식기의 차이는 있지만, 일단 본격적인 비시즌 훈련 이전 충분히 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약 6개월 간 지친 몸과 마음을 충분히 달래줘야 하는데, 이 기간은 보통 시즌 직후 2주 정도로 잡아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때 선수들은 본인이 그동안 꿈꿔왔던, 하고 싶은 일들을 한다. 나의 경우, 다른 스포츠를 하는 데 시간을 많이 보냈다. 골프, 등산, 수영 등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휴가를 보내는 것도 좋지만 요가, 필라테스, 에어로빅 등 유연성 강화에 도움이 되는 취미를 갖는다면 더욱 바람직하다.

휴가를 알차게 보냈다면, 본격적으로 비시즌 개인 훈련에 돌입한다. 각 구단들은 시즌 종료 이후 비시즌 훈련에 대한 지침서를 전달한다. 구단 마다 세부적인 훈련 방법에는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인 훈련 진행 흐름은 비슷하다.

개인별로 조금씩 상이하나 내 경우, 최소 2주간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최소화했었다. 격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몸을 만드는 기간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렇게 저강도 운동이 이뤄지는 2주간의 시간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에 돌입한다. 비시즌 기간의 강도 높은 웨이트 트레이닝은 별도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나 역시 웨이트 트레이닝의 효험을 톡톡히 봤다. 지난 2004시즌을 앞두고 웨이트 트레이닝에 그 어느 때 보다 열심히 매달렸는데, 당시 체중이 103kg까지 증가했음에도 몸이 가벼웠다. 이렇게 몸을 만든 상태에서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다.

당시 스프링캠프에서는 웨이트 트레이닝 보다는 기술 훈련에 중점을 뒀는데 이 때 불필요한 근육이 빠지면서, 자연스레 체중이 줄었고 순발력이 크게 향상됐다. 현역 시절 동안 가장 이상적인 몸을 만들 수 있었던 것. 지난 2004년 탈삼진(162개)과 평균자책점(2.50)에서 리그 1위를 달성했던 원동력은 바로 웨이트 트레이닝이었다.

앞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체중이 크게 증가했음을 언급했는데, 나를 제외한 많은 선수들 역시 비시즌 기간 웨이트 트레이닝에 매진하며 체중을 크게 불리는 선수들이 많았다. 이 같은 모습은 종종 웃지 못 할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한다.

수많은 취재진들은 스프링캠프 출국 당시 선수단의 모습을 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문제는 공개된 사진들 속에 유독 체중이 늘은 모습의 선수들이 야구팬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프로선수임에도 체중 관리에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다수를 이룬다.

그러나 이는 오해인 경우가 많다. 오히려 웨이트 트레이닝에 열심히 매달린 흔적이라고 평가해도 무방하다. 단백질 보충제를 섭취하며, 식사량을 늘린 채 훈련하기 때문에 체중이 늘어나는 것은 필연적인 현상이다.

박명환 현 야구학교 코치.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흥미로운 점은 웨이트 트레이닝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이 시기부터 투수와 타자의 훈련 내용과 양상이 달라진다. 특히 상체 운동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투수들은 섬세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그마한 신체 변화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선수들이 바로 투수다. 이는 웨이트 트레이닝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갑자기 가슴근육이 늘어나거나 과도하게 커지면 공을 던지는 일이 상당히 불편하다. 단 타자들은 근력을 위해 몸집을 키울 수 있는 상체 운동에 집중해도 무방하다.

타자에 비해 투수들의 몸이 상대적으로 왜소하거나 혹은 뚱뚱해보이기 까지 하는 것은 그들이 운동을 게을리 하기 때문이 아니다. 단단한 근육을 만드는 데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닌 유연하고 탄력 있는 몸을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둔 탓이다.

이른바 ‘D자형 몸매’로 인해, 조롱을 받기도 했던 두산의 유희관 역시 마찬가지다. 그 역시 웨이트 트레이닝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상체 근육량을 무리하게 늘리면 투구 밸런스가 흔들릴 수 있어, 현재의 몸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

다만 타자의 경우에도 테임즈와 같이 온 몸을 단단한 근육으로 만드는 일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내가 NC의 코치로 재임했을 당시 지켜본 바 테임즈는 상당히 예외적인 경우였다. 그는 미국 시절부터 스트레칭이 몸에 배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선천적으로 유연성을 타고났다. 따라서 체격을 크게 키우는, 이른바 단단한 근육량을 늘려도 순발력을 유지하고 있어 야구를 하는데 큰 지장이 없었다.

박명환 스포츠한국 야구 칼럼니스트·해설위원/前 NC 2군 보조코치, 現 야구학교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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