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염경엽 감독과 넥센이 4시즌간의 동행을 마쳤다. 하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넥센은 염 감독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냄과 동시에, 밝히지 않아도 될 부분까지 공개하면서 '긁어 부스럼'까지 만들었다.

넥센 염경엽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넥센은 18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염경엽 감독의 사임 의사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앞서 염경엽 감독은 지난 17일 2016 KBO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4-5로 패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되자, 공식 기자회견에서 감독직에서 자진 사퇴할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넥센은 염경엽 감독의 사퇴를 받아들이면서 그를 향한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굳이 공개하지 않아도 무방한 사퇴 뒷이야기까지 보도자료를 통해 가감 없이 공개한 것.

먼저 넥센은 시즌 중반부터 염경엽 감독이 사의를 표명했던 전례가 있었음을 밝혔다. 넥센은 “염 감독이 지난 8월 1일 올시즌 종료 후, 구단을 떠나겠다고 통보한 사실이 있다”며 “당시 구단에서는 그를 만류함과 동시에, 염 감독에게 더 좋은 환경을 위해 떠나겠다면 결별에 동의하겠다고 전한 바 있다”라고 전했다.

당초 야구계에서는 염경엽 감독이 올시즌 중반 이번 시즌을 끝으로 넥센과의 결별을 결정했다라는 소문이 떠돌았다. 하지만 당시 넥센은 정규리그 3위를 할 정도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었고, 당시만 하더라도 이 소문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괴담’은 결국 사실로 드러났다.

이어 넥센은 당시의 사임의사 전달보다 지난 17일 구단과의 별도 상의 없이, 많은 매체들 앞에서 일방적으로 사임을 표명한 염 감독에게 직접적으로 서운함을 표시했다. 넥센은 “준플레이오프 4차전 종료 직후, 일방적으로 언론을 통해 먼저 사임의사를 밝힌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하는 바이다”라고 밝혔다.

넥센의 이같은 발표로 유추해 볼 때, 염 감독은 지난 8월부터 넥센과의 보이지 않는 갈등을 빚어 왔음을 알 수 있다. 프런트 출신으로 평소 언론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할 줄 아는 영민한 감독으로 평가받았던 인물이 바로 염 감독이었다. 준플레이오프라는 KBO리그 최고의 이벤트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을 때의 후폭풍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그였다.

그럼에도 그는 구단과의 협의 혹은 상의를 거치지 않고 사의 표명을 했다. 결과적으로 구단과의 사이가 좋았다면, 절대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었다.

이러한 갈등이 있었던 탓일까. 넥센의 다소 특이한 사퇴 수용 발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많은 구단은 전임 감독의 향후 거취 문제에 대해서 크게 언급하지 않았다. 어차피 결별을 결정했다면, 전임 감독의 거취 문제에 대해 신경을 쓸 필요도, 이유도 없기 때문.

하지만 넥센은 달랐다. 넥센은 “지난 8월부터 최근 까지 구단은 물론 야구계 안팎에서 논란이 되고 있던 염경엽 감독의 거취와 관련한 여러 내용에 대해 어떠한 내용도 밝히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염경엽 감독은 지난 8월부터 수도권 모 구단의 차기 감독 내정설에 시달려왔다. 그는 이러한 루머에 대해 상당한 불쾌함을 드러냈는데, 지난 17일 자진 사퇴 표명 이후에도 루머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오히려 루머가 확대 재생산 되면서, 구단의 이름까지 직접 거론되는 일로 이어졌다.

넥센 염경엽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넥센은 “4년간 팀을 이끌었던 부분을 인정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공식 입장 표명은 물론 어떠한 내용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거취 문제에 대해 함구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는데, 이는 ‘긁어 부스럼’에 가깝다. 넥센이 간신히 진화되는 양상을 보인 ‘루머’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사퇴 표명 이후, 염경엽 감독은 많은 매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루머는 사실이 아니다. 루머에 등장한 팀으로 부임하지 않겠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넥센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애매한 태도로 루머를 직접 언급했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루머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 모양새다. 다시 염 감독을 루머에 시달리게 만드는 발표에 가깝다.

물론 구단 입장에서는 계약기간 1년을 남겨둔 채, 팀을 갑작스럽게 떠나는 염경엽 감독이 괘씸해 보일 수는 있다. 그러나 대승적인 차원에서 어떠한 내용도 공개하지 않을 생각이었다면, 또한 마지막 예우를 취할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거취 관련 부분을 보도자료에 적시하지 말았어야했다. 넥센과 염경엽 감독은 끝내 아름다운 이별에 도달하지 못했다. 애초 '아름다운 이별' 이라는 말은 형용모순임은 물론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허상인 듯 하다.

*‘견제구’는 야구에서 주자가 베이스에 있을 때 도루 방지나 아웃을 잡기 위해 투수 또는 포수가 수비 선수에게 던지는 공을 뜻합니다. 날카롭고 빠른 견제구처럼 그런 시선으로 야구계 이슈와 인물들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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