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홈 6연전에서 5승 1패로 가을 희망 살려…베테랑 투수진과 젊은 야수진의 화끈한 '신바람 신구조화'가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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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잠시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예전의 LG를 기억하고 있는가? 파란 청룡이 그려진 유니폼을 뒤로 하고 서울 쌍둥이가 된 1990년에 구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1994년에 일명 '신바람' 야구를 선보이며 두 번째 우승을 따냈다. 당시 LG의 신구조화는 대단했다. 지금은 코치로 뛰고 있는 신인 3인방인 유지현, 김재현, 서용빈이 테이블세터진과 3번 타순을 맡으며 승승장구 했다. 세 선수의 당시 기록은 지금 봐도 대단하다. 유지현은 타율3할5리에 147안타 15홈런 51도루를 기록하며 펄펄 날아다녔다. 김재현은 타율2할8푼9리에 134안타 21홈런 21도루로 신인 최초 20(홈런)-20(도루) 클럽을 완성했다. 서용빈은 타율3할1푼8리에 157안타 72타점을 기록, 리그 안타 2위를 달리며 중심타선의 한 축을 맡았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격차가 큰 현재와 비교한다면 상상하기 힘든 대활약이었다. 야수진에서 젊은 선수들이 펄펄 날아다녔다면 마운드에서는 베테랑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모두 186.1이닝을 던져 15승을 기록한 정삼흠과 더불어 190.2이닝과 16승을 따낸 김태원이 있었다. 거기에 18승을 기록, 리그 다승 1위를 기록한 이상훈의 잠재력이 제대로 터진 것도 이 시기였다. 선발 3명이 고스란히 15승 이상을 기록했다. 그리고 마무리는 LG의 초대 영구결번이자 LG의 유일한 한국시리즈 MVP인 '노송' 김용수가 있었다. 물론 그 외에도 해태에서 건너온 한대화를 비롯해 노찬엽, 그리고 불펜 셋업의 차명석, 포수 김동수까지 당시 LG의 팀 전력은 그야말로 최강이었다. 당시 페넌트레이스 1위였던 LG의 성적은 81승 45패(승률 0.643)였다. 2위 태평양은 68승 3무 55패(승률 0.552)로 LG와 무려 11.5경기 차이였다. 쉽게 비교하면 올 시즌, 압도적인 파괴력을 보여주고 있는 두산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이제 즐거웠던 추억을 뒤로 하고 현실로 돌아오자. 2016년 LG를 1994년 LG와 비교하기는 어렵다. 당연하다. 하지만 그 당시 LG에 불었던 신바람 향기는 비슷하게 나고 있다. 그만큼 최근의 LG는 신구조화가 나름대로 잘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결승타를 쳐내고 환호하고 있는 LG 이형종. 스포츠코리아 제공
12일 현재 LG는 62승 1무 65패로 리그 5위에 자리하고 있다. 최근 LG는 야구를 잘 하고 있다. 중요한 승부처였던 홈 6연전에서 LG는 5승 1패를 기록, 4위 SK와의 승차를 0.5경기로 줄였고 KIA와는 공동 5위를 달리고 있다. 작년은 9위로 마쳤지만 일찌감치 리빌딩을 감행한 양상문 감독의 LG다. 그리고 기대 이상으로 많은 선수들이 존재감을 드러내며 순위 경쟁에 몰입하고 있다. 실제로 LG 야수진에서 꾸준히 나가는 베테랑 선수는 박용택과 정성훈 정도다. 그 외에는 모두 젊은 선수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히메네스와 박용택에 이어 팀 내 타점 3위인 채은성을 비롯해 2할 후반대의 타율을 기록하며 좋은 페이스를 이어가고 있는 이천웅와 양석환, 그리고 2013년 가을야구의 주역이었던 김용의와 문선재가 적재적소에서 자리를 채우고 있다. 좋은 수비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외야수 안익훈과 우여곡절 끝에 돌아온 이형종, 지난 9일 잠실 두산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며 20홈런에 1개를 남겨두고 있는 유격수 오지환까지 LG의 야수진은 대부분이 젊다. 대신 마운드는 베테랑의 존재감이 최근 들어 좋았다. 우규민이 타구에 맞는 부상으로 인해 1군에서 빠졌고 대체 선발로 봉중근이 나와서 활약했다. 특히 6일 넥센전에 등판, 5이닝 2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며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여줬고 셋업맨 이동현도 열심히 나와 던지면서 팀 승리에 보탬이 됐다. 이처럼 신구 조화가 서서히 맞아들어가고 있는 LG다. 그 정점이 바로 지난 11일 경기였다. 8회, 8-8에서 자신의 데뷔 첫 결승타를 쳐내며 팀 승리를 이끈 이형종의 활약은 현재 LG의 리빌딩과 신구조화가 스스럼 없이 잘 풀리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 대표적인 사례였다. 물론 1994년, 그 때의 신바람 야구를 온전히 바라는 것은 무리지만 2016년 가을야구를 노리고 있는 LG에게 그 때의 향기가 조금씩 느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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