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한국대학야구연맹 신임 이사와 고문변호사로 선임된 설은주 상임이사(왼쪽)와 박승기 변호사 부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대학야구연맹 제공.
[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한 변호사 부부가 대학야구 부흥을 위해 한국대학야구연맹에 함께 몸담게 됐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지난 3일 한국대학야구연맹은 한양대학교 총동문회관 대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소집했다. 이날 이사회는 신임 상임이사와 고문변호사를 선임했다. 박승기 고문변호사와 설은주 상임이사는 이를 통해 대학야구연맹에 새롭게 합류했다.

언뜻 보기에는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어보인다. 그러나 앞선 두 사람의 관계가 부부, 그것도 '변호사 부부'라는 사실을 알고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어떻게 부부가 한 날 한 시에 같은 연맹의 이사회에 편입될 수 있었을까. 5일 박승기 고문변호사(이하 변호사)를 통해 직접 그 사연을 접할 수 있었다.

박승기 변호사는 지인의 소개로 연맹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는 “대학야구연맹의 한 지인이 나를 찾아와 ‘고문변호사가 필요하다’고 부탁했다”며 “최근 연맹은 정가맹단체로 승격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단계다. 법률적 자문이 필요한 시기다. 평소 야구를 좋아했고, 부인(설은주 이사) 역시 야구를 좋아하는 편이라 흔쾌히 수락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어떤 과정을 거쳐 ‘부부’가 함께 이사회에 진입하게 된 것일까.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우연’에서 비롯됐다. 그는 “아내 역시 직업이 변호사다. 당초 아내는 내가 연맹의 고문변호사 직을 수락하러 가는 길에 동행했을 뿐이다. 그저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이유였다”면서 “그런데 이사회는 아내를 만난 후 ‘나쁠 것은 없으니 부부가 같이 연맹에서 일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먼저 권유했다. 연맹은 여성 이사 선임을 통해 조직의 다양성을 높이고 나아가 폐쇄적인 조직의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향후 연맹의 고문변호사로서 연맹의 법률적 문제를 담당한다. 이 밖에도 그는 이사회 의결과정의 정당성 재고는 물론 정관 위배여부 등을 판단하게 된다. 물론 아내인 설은주 이사는 박 변호사와는 달리 의결권을 가진 한 명의 임원으로서 연맹을 이끌어갈 예정.

흥미로운 점은 인생의 동반자인 박승기-설은주 부부는 적어도 연맹에서만큼은 서로 대척점에 서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한 명은 운영자, 다른 한 명은 운영자를 지켜보는 감시자의 역할. 상황에 따라 연맹 운영에 있어 갈등을 빚을 여지도 충분하다.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부분.

하지만 박변호사는 이러한 우려에 웃음으로 화답했다.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 그의 입장. 그는 “물론 업무적인 면에서 얼마든지 의견이 다를 수는 있다. 그러나 크게 걱정은 안한다”며 “아내가 오히려 고문변호사인 나보다 언변이 뛰어나기 때문이다”라고 농담을 던졌다.

연맹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지는 이제 겨우 며칠이 지났을 뿐이지만 박 변호사의 머릿속에는 벌써부터 연맹의 발전을 위한 생각만이 가득했다. 그는 “연맹의 입장에서는 조직 자체의 안정화를 위한 충분한 경비 마련이 가장 시급한 과제인 듯하다”며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연맹의 정관과 규율을 바로잡는 일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연맹의 정관이 존재하지만, 완벽하게 확립된 상태는 아니다. 다소 어수선한 정관과 규율을 재정비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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