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욱. 사진=김성태 기자
[대만 타이중=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야구 외적인 요인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컸다. 이제는 열심히 하는 것,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팬들에게 잊혀진 이름이었다. 1군에 나선지도 너무 오래됐다. 한 때는 리그 최고의 불펜 투수로 명성이 자자했다. 2009년 WBC에서 그는 위기의 순간마다 마운드에 묵묵히 올라와 공을 던졌다. 하지만 세월은 무심하게도 흘러만 갔다. 화려했던 시절을 지나 2012시즌이 끝나고 LG와 4년 28억 6,000만원에 계약했지만, 이후 그의 모습을 마운드에서 보기는 어려웠다.

2013시즌에 54경기를 출전한 이후, 2014시즌부터 그의 1군 기록은 없다. 개인적인 사정도 있었다. 하지만 선수는 결국 경기장에서 말하는 법이다. 그렇게 LG 정현욱(37)은 대만에서 열린 2군 캠프에 합류, 조용히 몸을 만들며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 대만에서 묵묵히 훈련에 임하고 있는 그에게 근황을 물어보았다. 정현욱은 "최근 2년간 쉬어서 올해는 준비를 철저하게 했다. 몸 상태가 좋아지면 가지고 있는 실력이 분명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캠프 와서 피칭도 계속 하고 투입 예정인 연습경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FA(자유계약)로 LG에 입단했지만, 제 몫을 해주지 못했다. 팬들의 아쉬움은 너무나도 컸다. 하지만 선수 본인도 그랬다. 그러나 이제는 마음 편하게 던지고 싶다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 정현욱은 "LG에 와서 페이스로 공을 던져본 적이 없다. 내려갈 때까지 다 내려왔다. 이제는 밑바닥이다. 그러다보니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오히려 사라졌다"고 이야기 하기도 했다.

나름대로 자신감을 드러낸 정현욱이었다. 하지만 팀 사정은 쉽지 않다. 2015시즌, 9위를 기록하며 고개만 숙였다. 변화가 필요했고 양상문 감독을 필두로 팀 리빌딩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정현욱에게 돌아갈 기회는 적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훈련에 열중하고 있는 정현욱. 사진=김성태 기자
하지만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 그는 "예전에는 출전 기회도 보장됐고, 잘하든 못하든 경기에 나갈 수 있었다. 재미있게 던졌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자리싸움에서 밀리면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야구 외적인 요인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컸다. 자연스레 마음은 앞서는데 몸이 따라주지 못했다. 그렇게 자신감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지금은 확실하게 마음을 비웠다. 백지에서 출발한다는 생각으로 필승조든, 패전조든 내 스스로 하기 나름이라고 본다. 자리싸움은 항상 해야한다고 여긴다. 내게 주어진 몫이라도 잘 하자고 생각하니 편하게 공을 던질 수 있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목표는 역시 1군이었다. 어떤 상황이 주어지더라도 1군에서 던지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베테랑으로서 선수생활을 잘 마무리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됐다. 정현욱은 "항상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번 캠프가 마지막 캠프, 이번 출전이 마지막 출전, 이번 훈련이 마지막 훈련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고 말했다.

과거의 화려했던 모습을 기억하는 팬들 역시 많다. 하지만 그에게 과거는 지나간 일에 불과했다. 예전에는 좋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주변의 말이 그를 가장 힘들게 했다. 그렇기에 정현욱은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는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잘 참고 기다리면 분명 기회는 올 것이라 여긴다"라고 강한 눈빛으로 조용히 말하기도 했다.

이제는 전성기를 지나 선수생활의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하는 정현욱이다. 그렇기에 더욱 좋게 마무리 하고 싶고 엉성하게 끝내고 싶지 않다는 말을 가장 힘주어 이야기 했다. 과연 2016시즌, 그가 원하는대로 화려하게 불꽃을 태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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