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조형래 기자] 롯데에서 등번호 10번의 의미는 남다르다.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자갈치' 김민호(전 롯데 수석코치)가 현역 시절 10번을 달았다. 이후엔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가 달면서 10번이라는 등번호에 상징성이 생겼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하지만 이후 롯데엔 애석하게도 '10번의 저주'만 남겨졌다. 이대호가 일본으로 떠난 이후 10번을 달았던 선수들이 모두 롯데를 떠난 것. 이대호 이후 2012년 송창현(한화)이 입단과 동시에 10번을 요구했지만 장성호(은퇴)와 유니폼을 맞바꿨다. 2013년엔 10번을 받은 외국인 선수 스캇 리치몬드가 등번호의 마킹이 채 마르기 전에 부상으로 낙마했다. 2014년 외야수 하준호가 10번을 물려 받았지만 하준호 역시 kt로 트레이드되어 롯데를 떠났다.

'10'이라는 숫자의 엄청난 기운이 선수들을 몰아내는 듯 했다. 그러나 10번의 상징성과 무게는 변함이 없었다.

하준호가 떠난 이후 지난해까지 10번은 김대우가 달았다. 올해 10번의 주인은 다시 바뀌었다. 주전 3루수 황재균이 10번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지고 그라운드를 누빈다.

황재균은 올해 그동안 함께했던 13번 대신 10번을 택했다. 다시 한 번 진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황재균은 시무식에서 등번호 10번을 확정했는데 당시 롯데 관계자는 "황재균의 아버지가 다니는 절의 스님에게 좋은 번호를 물어보셨다고 하더라"며 "10번과 16번이 나왔는데 황재균이 10번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황재균은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었고, 특별한 의미는 없다.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받는 것 같아서 놀랐다"며 구단 관계자를 통해 말을 전하기도 했다. 그만큼 롯데의10번에 대한 관심이 많다.

등번호를 바꾸는 것은 선수들이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잡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황재균도 같다. 지난해의 시행착오를 반복하게 않겠다는 의지다.

지난해 벌크업을 통해 체중을 늘린 황재균은 전반기 맹렬한 홈런 페이스를 보여줬다(타율 0.306 22홈런 65타점). 올스타전 홈런 더비 챔피언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후반기에는 급격한 체력 저하로 성적이 급전직하했다(타율 0.267 4홈런 32타점). 시즌을 마무리 했을때 성적은 타율 2할9푼 26홈런 97타점 95득점으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었지만 마무리가 좋지 못했다.

황재균의 지난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꾸준함이었다. 꾸준함이 아쉬웠던 것. 황재균은 지난시즌 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을 만회하기 위해 등번호로 일단 변화를 택했다. 그리고 지난해 유지하지 못했던 꾸준함을 갖추기 위한 대비에도 돌입했다. 4시즌 연속 전경기 출장, 594경기 연속 출장 기록은 황재균에게 훈장이다.

하지만 전경기 출장의 암은 체력저하였다. 급격한 벌크업은 빠른 체력 고갈을 불러왔다. 황재균 본인도 후반기 부진 당시 "체력이 빨리 떨어졌다"고 말하며 부진의 원인을 일찌감치 파악했다. 프리미어12 대표팀에 참가하고 4주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엔 꾸준함을 갖추기 위한 보강운동에 집중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황재균의 꾸준함이 필요한 건 팀도 마찬가지다. 황재균이 흔들리면 팀도 흔들린다. 새롭게 주장 명함을 단 강민호는 "황재균만 잡으면 된다"는 뼈있는 우스갯소리로 황재균의 존재감에 힘을 실었다. 조원우 감독도 "기량적으로 출중한 선수다. 그러나 경기 때 보면 느슨해 질 때가 있다. 그런 순간들만 푸시해서 잘 잡아주면 역할을 잘 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황재균에 대한 역할과 책임론을 강조했다.

본인에게 별 다른 의미는 없다고 하지만 '롯데의 10번'이라는 수식어는 황재균을 줄곧 따라다닐 것이다. 그리고 팀 내의 상황도 황재균에 역할을 강조해야만 하는 팀 내 상황이 됐다. 올시즌이 끝나고 황재균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꾸준해야만 가치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이 사실. 황재균은 2016년 꾸준함의 시험대에 오른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