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조형래 기자] 아프지 않아야 한다. 잠시 돌아갈 필요도 있다. 거침없이 달린 '악바리' 손아섭(27)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쉼표' 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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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밤, 손아섭을 둘러싼 소문이 퍼졌다. 손아섭이 옆구리 부상으로 스프링캠프까지 불참한다는 것.

확인 결과, 손아섭의 옆구리 부상은 사실이었고 스프링캠프 불참은 사실무근이었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옆구리 부상으로 최근 2주 진단을 받은 것이 맞다. 시즌 중에도 조금씩 통증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서 "개인 훈련을 하다가 조금씩 누적되어 온 통증이 온 것이다. 2주 뒤에 재검을 받고 다시 한 번 확인하려고 한다. 스프링캠프에 불참한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다. 의미를 부여할 수준은 아니다"며 스프링캠프 불참이라는 확대 해석은 경계했다. 경미한 수준의 부상이라는 것이 롯데 측의 설명이다.

사실 올해 손아섭에겐 험난한 시즌이었다. 옆구리 통증과 손목 부상, 그리고 개인사 등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올해 116경기에 출장했다. 지난 2011년 116경기 출장 이후 최소 경기 출장이다. 아울러 시즌 28경기 결장은 풀타임으로 등극한 2010년 이후 최다 결장이다. 그만큼 올해 올해 부침이 심한 시즌을 겪었다.

그러나 손아섭은 여러 악재 속에서도 타율 3할1푼7리(445타수 141안타) 13홈런 54타점 86득점의 성적을 올렸다. 특유의 근성이 그를 다시 일으켰다.

'그래도 손아섭'이라는 명제를 확인시켜줬던 2015시즌. 하지만 반대로 손아섭의 부상 관리에서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쉼표를 찍을 때는 찍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도 깨달은 시즌이었다.

손아섭은 올해 시즌 초반부터 손목 통증을 달고 다녔다. 그리고 지난 5월 26일 인천 SK전 경기 도중 스윙을 하는 과정에서 오른 손목에 통증을 얻었다. 이후 약 열흘 넘게 1군에 머물며 대타로 출장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오히려 손목 부상은 악화됐고 결국 6월9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공교롭게도 롯데는 손아섭이 라인업에서 빠진 순간부터 승리를 구경하기 힘들었다. 7월 초 손아섭은 다시 1군에 복귀했지만 이미 팀은 5강 경쟁에서 멀어져 있었다.

손아섭의 경기 출전 의지와 벤치의 뒤늦은 판단이 역효과를 냈다. 1군 엔트리 말소 이후 열흘이었다면 괜찮았을지도 모르는 시간이 결국 한 달 넘게 연장됐다. 이 기간 롯데는 손아섭의 자리에 김문호, 이우민, 김민하 등의 선수가 메웠지만 결국 손아섭의 공백을 온전히 메우지 못했다. 손아섭이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 지를 알 수 있는 올해였다.

손아섭은 '악바리' 같은 근성, 그리고 욕심으로 똘똘 뭉쳐 KBO 리그 정상급의 좌타자로 올라섰다. 2010년부터 올해까지 6년 연속 100안타에 성공했고 통산 타율 부문(3000타수 이상)에서도 3할2푼3리로 故 장효조(0.331)에 이은 2위에 올라 있다. 6년 동안 쉼 없이 달려왔고 그의 의욕과 자신감은 언제나 넘쳤다.

하지만 과도한 의욕은 화를 불러 올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한다. 손아섭은 시즌이 끝나고 프리미어 12 대표팀 참가, 4주 기초군사훈련을 받았다. 이 사이 그동안 동경해 온 '꿈의 무대'인 메이저리그 도전의사를 내비쳤지만 포스팅 '무응찰' 충격파를 얻었다. 이에 손아섭은 다시 이를 악물었고 구단을 통해 인터뷰도 정중히 거절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리고 비시즌 개인 훈련에 열을 올리다가 삐끗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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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는 곧 몸이 재산이다. 손아섭도 마찬가지다. 손목과 옆구리 부상 뿐만 아니라 2012년부터 왼 어깨 부상도 달고 있다. 부상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손아섭은 지금까지 쌓아 온 커리어보다 앞으로 쌓아 갈 커리어가 더 많은 선수다. 아울러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통해 한 번 좌절을 맛 본 '꿈의 무대'에 다시 도전할 기회도 있다.

팀의 입장에서도 당장 팀의 대체 불가 자원이자 핵심 타자가 전력에서 이탈할 경우 엄청난 타격을 얻는다. 그 공백을 온전히 메우는 것은 힘들다. 이미 올시즌 그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올해 조원우 신임 감독 체제 하에서 의욕적인 출발을 보여야 하기에 손아섭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롯데 구단 입장에서도 주축 선수의 부상 관리에 조금 더 세심하게 손 쓰고 손아섭도 과욕이 부를 참사를 막기 위해 잠시 쉼표를 찍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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