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루카스.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원래 조용한 팀이지만 더 조용하다. 차분하게 물밑 작업을 하면서 다음 시즌 구상을 준비하고 있다.

LG 구단 관계자는 26일 루카스에 대해 "계약 대상이지만 차분하게 더 좋은 선수를 물색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하며 여전히 재계약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드러냈다.

LG는 두 명의 외인 선수를 잡는데 성공했다. 지난 9일 투수 소사와 연봉 총액 90만 달러, 히메네스와 80만 달러에 다음 시즌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한 명이 남았다. 하지만 LG는 아직 고민 중이다. 바로 루카스다.

루카스는 올 시즌 33경기에 출전해 10승11패, 1홀드 평균자책점 4.93을 기록하고 있다. 두 자릿수 승수를 올렸다. 구위가 떨어지는 투수도 아니다. 양상문 감독은 지금까지 본 외인 투수 가운데 구위로는 다섯손가락 안에 들어간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실력이 아닌 다른 부분에 있다. 이래저래 LG는 올해 루카스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 공을 잘 던지다가도 주심의 판정이 본인의 생각과 어긋나면 곧바로 감정을 드러낸다. 글러브를 팽개치거나 포수 유강남과의 사인이 맞지 않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롯데 최준석의 홈런 세리머니를 따라하며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말 그대로 천방지축인 선수. 양상문 감독 역시 시즌 도중 "잘 고쳐졌다고 생각했는데, (흥분하는 습관) 다시 나오더라. 팀 동료들과도 사이도 좋아졌는데, 급한 상황이 되면 자신의 가지고 있는 그러한 부분들이 다시 나오는 것 같다"라고 언급할 정도이니 루카스의 성격이 어떤지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다보니 LG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 시즌, 루카스와 함께 한다고 해도 선수가 갑자기 온순한 성격으로 바뀔 리가 없다. 재계약의 가능성보다는 하지 않는 쪽에 무게감이 실린다. 그래도 실력은 좋다. 어떻게든 안고 가거나, 아니면 다른 선수로 교체해야 한다. LG는 두 개의 선택지를 모두 열어두고 있다.

루카스에 대한 재계약을 다시 고려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리즈다. LG의 외인투수 하면 많은 팬들은 자연스레 리즈를 떠올린다. 그만큼 리즈가 LG에서 보여준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초, 리즈는 LG의 유혹을 뿌리치고 미국 진출에 도전했다.

그리고 시즌이 끝난 후, 피츠버그에서 나왔지만 LG가 아닌 일본행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소사와 함께 도미니카 투톱으로 선발진을 이끌어가려면 LG의 생각이 틀어진 것. 둘 다 이닝 소화력은 리그에서 수준급이다. 불펜이 강한 LG가 선발진의 호투에 이어 뒷문까지 완벽하게 틀어막는다면 상대하는 팀 입장에서는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 2014시즌에 LG가 9위에서 4위까지 올라가는 '역주행의 기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불펜진이 활약이 컸다. 불펜이 살아나려면 가장 우선적인 조건은 바로 선발진의 탄탄함이다. 그렇기에 LG는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10승 이상을 훌쩍 넘길 수 있는 선수를 원했다.

하지만 리즈가 틀어지면서 루카스 역시 다시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우선 LG의 생각은 내달 7일부터 열리는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을 전후로 선수 물색을 어느 정도 끝내려는 생각이다. 루카스 이상의 성적을 기대해볼 수 있는 선수가 나오면 과감하게 영입을 노릴 수 있다.

아직은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 루카스를 일단 보류하되, 더 나은 성적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교체도 가능하다. 과연 다음 시즌에도 LG가 루카스와 함께 할지, 아니면 인연을 뒤로 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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