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아섭.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이것이 현실이다. 미국 진출에 대한 꿈을 꾸고 과감하게 도전했지만 여전히 메이저리그의 벽은 높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4일 오전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롯데 손아섭에 대한 포스팅 결과, 응찰액을 제시한 구단이 없음을 통보 받고 이를 롯데 구단에 전달했다"라고 밝혔다. 아애 따라 손아섭의 미국 무대 도전은 물거품이 됐다.

KBO는 지난 18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을 통해 30개 구단에 손아섭의 포스팅 공시 사실을 알렸다. 미국 현지 언론의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면서 24일 오전 7시 포스팅 응찰 최고액을 적어낸 구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무위에 그쳤다. 이날 오전 10시까지도 KBO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던 롯데는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아무도 포스팅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자 허탈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롯데는 이미 공언한 대로 조만간 황재균에 대한 포스팅을 신청할 계획이지만 손아섭의 실패로 적잖은 부담을 갖게 됐다.

손아섭은 프로 데뷔 7년차로 미국 진출을 위한 포스팅 자격을 갖추고 과감하게 도전했다. 올 시즌, 모두 116경기 출장해 타율 3할1푼7리 13홈런 54타점 86득점 11도루를 기록했다. 통산 기록에서는 타율 3할2푼3리(3103타수 1002안타) 79홈런 413타점 543득점을 올렸다.

현역선수 가운데 통산 타율 1위를 자랑하는 수준급 외야수가 바로 손아섭이다. 그렇게 미국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롯데 역시 이를 승낙하면서 손아섭은 야심차게 시장에 나갔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차가운 바람 뿐이었다.

지난 시즌, 500만 달러의 금액으로 피츠버그로 진출한 강정호의 후광으로 인해 KBO리그에서 미국으로 진출하는 선수들의 몸 값이 대부분 상승 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게다가 올 시즌이 끝나고 2년 연속 홈런왕의 자리에 오른 박병호가 무려 역대 아시아 야수 2위의 포스팅 금액인 1,285만달러의 금액으로 미네소타의 선택을 받았기에 기대감은 더욱 컸다.

그렇다보니 높은 금액은 아니더라도 최소 몇몇 구단에서는 손아섭에 대한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실제로 미국 현지에서도 손아섭에 대한 보도가 나왔다. 특히 볼티모어에서 그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말도 나왔지만, 결국 현실은 냉정했다.

손아섭의 포스팅 실패에 관련해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우선 강정호나 박병호처럼 사전에 진출을 위한 준비가 다소 미흡했다. 많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KBO리그를 찾아 두 선수의 플레이를 지켜봤지만, 손아섭의 미국진출은 상당히 빠른 시간 내에 이루어졌다. 급하게 진행됐고 현지에서 손아섭에 대한 정보는 극히 부족했다.

또한 미국은 현재 장타력의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흔히 말하는 '약물의 시대'에서 많은 선수들이 50홈런 이상을 쳐내며 괴물 같은 힘을 자랑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마크 맥과이어나 세미소사처럼 50개가 넘는 홈런은 이제 나오기 쉽지 않다. 40개는 커녕 대부분의 팀에서 20개 전후의 홈런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보니 한국에서 40개 이상의 홈런을 쳐내며 장타력에 강점을 보인 강정호와 박병호에게 구미가 당길 수 밖에 없었다. 자연스레 손아섭과 같은 교타자 유형의 선수를 향한 관심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또한 정교함에 있어서 KBO리그보다 한 수 위로 평가되는 일본 타자들의 연이은 미국 진출 실패가 메이저리그 구단 입장에서는 손아섭의 포스팅 입찰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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