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연합통신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역시 박병호다. 팀의 우승을 확정짓는 완벽한 홈런을 미국을 상대로 쳐냈다. 존재감 '갑'의 박병호에 미네소타 역시 웃음을 짓고 있을지 모른다.

한국대표팀은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미국과의 '프리미어 12' 결승전에서 8-0으로 승리를 거뒀다.

4강전에서 '기적의 9회'를 만들어 내며 일본을 제압하고 결승에 진출한 대표팀이다. 꼼수를 부린 일본이지만, 덕분에 하루 휴식까지 챙기면서 체력적인 부담까지 줄어든 대표팀이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됐음에도 얼굴에 웃음기가 없는 선수가 있었다. 바로 박병호다.

대회 내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 박병호다. 물론 대만에서 치른 멕시코와의 조 예선에서 홈런을 쳐내며 조금이나마 체면은 살렸지만 준결승을 포함, 7경기에서 26타수 5안타 1홈런 1타점에 그친 박병호였다. KBO리그에서 2년 연속 50홈런을 기록한 그의 어깨에는 더욱 부담감이 실렸다.

선발 5번으로 계속 출전했지만 아쉬운 박병호였다. 또한 멕시코전 이후 갑작스럽게 오른 엄지발가락에 불편함을 호소했고, 결국 미국과의 예선 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는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당초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좋은 분위기를 연결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그의 방망이가 다시 한 번 침묵에 빠졌다.

그리고 4강 일본과의 경기에서도 박병호는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표정이 좋을리 없었다. 그러나 미국과의 결승전에서 그는 완벽하게 부활했다. 4-0으로 앞선 4회 2사 2, 3루 기회에서 미국 두 번째 투수 브룩스 파운더스의 3구째를 통타,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3점 홈런을 폭발시켰다.

누가 봐도 홈런이었다. 도쿄돔을 화려하게 가로지르는 통쾌한 타구는 그대로 비거리 130m짜리 3점 홈런이 됐다. 스코어는 7-0. 대표팀의 승리에 쐐기를 박는 결정적인 홈런이었다. 베이스를 돌고 돌아 홈플레이트를 밟은 박병호의 굳은 표정이 서서히 풀어지면서 환하게 웃는 모습이 비춰졌다.

박병호 스스로도 부담이 컸기에 더욱 홈런의 기쁨을 크게 표출하는 모습이었다. 올 시즌이 끝나고 미국 진출을 선언한 박병호는 지난 10일, 미네소타 트윈스가 그의 영입을 위해 지불한 1,285만 달러(약 146억원)의 포스팅 비용으로 크게 주목 받았다.

그리고 이날 미국을 상대로 화끈하게 홈런을 터뜨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향후 본격적인 협상이 진행되면 이제 박병호는 넥센이 아닌 미네소타 유니폼을 입고 미국에서 뛰는 '메이저리거'다 된다.

김인식 감독의 '신뢰'에 보답했고 그의 홈런을 기다리고 기다린 팬들의 '성원'에 보답했다. 그리고 답답했던 스스로의 '자신감'을 살리는 짜릿한 한 방으로 박병호는 대한민국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임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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