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조형래 기자] 포지션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멀티 포지션에 대한 고민도 늘어가고 있다.

현재 대표팀 야수진에는 내야수 8명, 외야수 5명이 있다. 하지만 이들의 포지션이 중복되는 곳이 몇군데 있다. 선발로 기용하고 벤치에 있는 자원들의 활용폭을 극대화 시킬 필요도 있다.

유격수 김상수가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올해 주로 3루수로 나섰던 허경민은 유격수까지 소화할 수 있는 멀티자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내야진에서는 1루와 지명타자 자원으로 분류되는 박병호, 이대호를 제외하면 6명이 남은 3자리를 두고 포지션을 분배해야 한다.

쿠바와의 슈퍼시리즈 2경기에서 2루수와 3루수는 각각 정근우와 황재균이 선발로 출장했다. 그리고 유격수는 김재호와 허경민이 번갈아 출장했다. 여기에 김상수와 오재원이 남는다.

정근우와 황재균은 자신의 자리에서 오랜 시간 동안 뛰어왔다. 데뷔 초창기엔 다른 포지션도 소화하긴 했지만 현재는 각각 2루와 3루에 자리를 잡았다. 이들에게 멀티 포지션을 요구하긴 현재 힘든 상황이다.

유격수는 김재호와 김상수의 경합이다. 두 선수 모두 풀타임 유격수로 시즌을 소화했다. 하지만 김상수는 정규시즌 자체를 온전하지 않은 몸상태로 소화했다. 현재 발뒤꿈치가 좋지 않다. 김재호 역시 두산에서 포스트시즌을 치르면서 체력이 떨어진 상황이다.

김재호만 유격수 수비가 가능한 상황이라면 유격수 자리의 고민이 생긴다. 그런데 허경민이라는 대안이 생겼다. 허경민은 포스트시즌부터 불붙은 타격감을 대표팀에서까지 보여주고 있다. 올해 허경민은 3루수로 대부분 출장했지만 사실 주포지션은 유격수다. 팀 동료 김재호에 밀렸을 뿐이다. 그런 가운데 쿠바와의 슈퍼시리즈 2차전에서는 유격수로 선발 출장까지 했다.

허경민의 타격감이 계속된다면 유격수까지 소화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허경민은 쿠바와의 2경기에서 3안타를 뽑아냈다. 여기에 2루도 가능하다. 2루와 3루, 유격수까지 오가는 멀티 자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오재원 역시 올해 2루수로 많은 경기를 나섰지만 비상시에는 1루수까지도 볼 수 있는 자원이기도 하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멀티 자원으로 활용하기에는 안정감을 장담할 수 없다. 허경민은 유격수로 투입되자마자 실책을 범했고 지난해까지 종종 봐왔던 1루수를 올해는 단 한경기도 보지 않았다.

내야는 멀티 포지션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포진해 있기에 고민이 덜할 수는 있다. 그러나 외야의 경우는 교통 정리가 필요하다. 이용규, 김현수, 나성범, 민병헌, 손아섭 중 나성범, 민병헌, 손아섭이 모두 우익수다. 우익수가 포화인 상황.

중견수 이용규와 좌익수 김현수 모두 KBO리그 탑급의 해당 포지션 수비력을 갖추고 있다. 대표팀에서도 주전이라고 봐야한다. 결국 우익수가 경합인데 선발에서 밀려나는 선수는 중견수와 좌익수에 대한 수비도 준비를 해야 한다.

민병헌의 경우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막판 중견수로 선발 출장하며 무리 없이 경기를 소화했다. 데뷔 초반 외야 전포지션을 커버하는 대수비로 출발했던만큼 다른 포지션의 수비도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나성범(사진)을 비롯한 손아섭, 민병헌 중 선발에 들지 못한 우익수 후보들은 다른 외야 포지션도 소화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의문부호가 쉽게 떨쳐낼 수 없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반면 나성범은 짧은 야수 경력으로 포지션 플레이어로서의 검증이 되지 않았다. 중견수로 데뷔 첫 2년을 치렀고 올해는 우익수로 나섰다. 투수 출신으로 강견이긴 하지만, 낙구지점 판단과 수비 스타트에서는 아직 완숙미가 부족하다.

손아섭도 마찬가지. 손아섭은 최근 KBO 리그에서 보살의 귀재로 통할 정도로 송구는 뒤쳐지지 않는다. 그러나 우익수 포지션에서도 뛰어나지 않은 판단력과 포구가 불안요소다. 롯데 소속으로도 종종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여기에 코너 외야수만 가능하다는 것도 손아섭의 수비에 의문부호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2011년부터는 우익수로만 뛰었다. 마지막 좌익수 출전도 2010년으로 5년 전이다. 쿠바와의 슈퍼시리즈 2차전에서 좌익수로 선발 출장했지만 결국 1회말 수비에서 다소 아쉬움을 남기며 단타를 2루타로 만들어주기도 했다.

5일 쿠바와의 슈퍼시리즈 2차전이 끝나고 김인식 감독 역시 "외야 포지션이 우익수에 3명이 있다보니까 좌익수도 수비를 해봐야 한다. 도중에 그 포지션 갔을 경우에 몇 경기라도 연습을 해야 했다. 일단 대비를 해야하니까 훈련도 또 해야 한다. 외야 포지션들이 겹쳐 있으니까 돌려가면서 봐야할 경우 생길 수 있다.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고 말하면서 우익수들의 활용법을 찾기도 했다.

멀티 포지션이 가능하다는 것은 같은 선수층이라도 활용법을 두배로 만드는 효율적인 방안이다. 포지션의 교통정리도 비교적 손쉽다. 그러나 준비가 되지 않은 멀티 포지션은 오히려 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전문 포지션이 아닌 곳에서 수비 부담이 높아질 경우, 팀의 밸런스는 금방 무너질 수 있다. 올해 대표팀 역시 내야와 외야의 교통정리를 통한 멀티 포지션이 쟁점이 됐다.

과연 프리미어 12 대표팀에서 집중된 포지션의 교통정리를 멀티 포지션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