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2연패를 당하며 궁지에 몰린 넥센이었다. 하지만 팀이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쓰여지면서 승리를 거뒀다.

물론 1승만 거두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두산이 여전히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계속'을 외치고 싶은 넥센과 '여기까지'로 답하고 싶은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 더욱 흥미진진해지고 있다.

넥센은 13일 목동에서 열린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5-2로 승리를 거뒀다. 전날 승리로 넥센은 시리즈 전적 1승 2패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선발 밴헤켄의 압도적인 피칭과 10안타를 쳐낸 팀 타선의 활약으로 넥센은 승리를 거뒀다. 물론 두산 역시 막바지에 힘을 내며 2점을 추가, 추격의 뒷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매 경기가 살얼음판인 가을야구에 양 팀 팬들의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2015시즌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주목할만한 포인트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

'보이지 않아, 아직도…' 침묵만 지키고 있는 외인타자

넥센과 두산 모두 외국인 타자에 대한 비중은 타 팀에 비해 크지 않았다. NC 테임즈나 KIA 필처럼 팀 내 타선에 없어서는 안될 선수들이 있는 반면, 두산과 넥센은 외인타자 재미를 크게 보지 못하고 있다.

두산은 올 시즌, 이미 외인교체를 단행했다. 야심차게 영입한 잭 루츠는 올 시즌, KBO리그 방출 1호 외인타자가 됐다. 허리 부상과 더불어 프로답지 않는 어설픈 행동이 김태형 감독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로메로를 데려왔다. 큰 차이가 없었다. 시즌 내내 로메로는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모두 76경기에 출전해 타율2할5푼3리 12홈런이 전부였다.

포스트시즌 엔트리 합류 역시 쉽지 않았다. 넥센전에 강하다는 것이 그가 합류한 결정적 이유였다. 특히 밴헤켄을 상대로 페넌트레이스에서 3안타 1홈런을 4타점을 기록한 점이 그나마 눈에 띄었다.

하지만 1, 2차전에서 로메로는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그가 없어도 두산 타선은 강했기 때문. 김 감독은 3차전에서 그를 선발로 전격 기용했다. 1승만 추가하면 됐고, 목동구장이기에 한 방을 보유하고 있는 타자의 존재감은 무게감을 실어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3차전에서 로메로는 3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은 성적이었다. 밴헤켄에게 강하다는 것은 그나마 증명했다. 하지만 팀은 패했다. 승부가 결정되고 로메로 홀로 뒷북을 친 느낌이었다.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기에 4차전에 뛸 지도 미지수다. 확실한 한 방이 있는 외인 타자의 부재가 두산 입장에서는 아쉬울 따름이다. 김 감독 역시 시즌 내내 "우리팀은 외인 운은 다소 없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 한 바 있다.

두산에 비하면 그나마 넥센이 낫다. 지난 시즌, LG의 가을야구에 희망을 안겨준 스나이더를 넥센은 과감하게 영입했다. 시즌 내내 기복이 심했다. 별다른 활약이 없었다.

눈에 띌 정도로 화려한 선수도 아니었다. 하지만 시즌 막바지에 이르러 조금씩 페이스를 찾아갔고, 모두 26개의 홈런을 쳐내며 타격이 강한 넥센에서 두 번째로 많은 홈런을 쳐냈다. 믿고 기다려준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결실이 컸다.

그리고 가을에 다시 살아나는 모습도 보였다. 7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그는 팀의 승리를 이끌어내는 동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가을 스나이더'라는 별명도 얻게 됐다.

하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그의 자리는 없었다. 1차전 선발로 나갔지만 번번히 고개만 숙였다. 4타수 무안타. 기복이 심했고, 결정적인 상황에서 조용히 덕아웃으로 돌아오기에 바빴다.

2차전은 끝내 선발에서 제외됐다. 3차전 역시 그는 교체로 나왔지만 1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가을에 강했던 스나이더의 모습은 더이상 찾아보기 힘들었다.

두산과 넥센 모두 외인 타자의 난조가 안타까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두 선수 중 한 명이라도 살아나게 된다면 팀 입장에서는 천군만마 이상의 전력이 될 수 있다.

이미 우리는 두 선수의 한국무대 마지막 경기를 본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기회는 있다. 과연 4차전에서 어떤 팀의 외인타자가 활약하는지, 관심을 두고 지켜봐도 충분히 재미가 있을 듯 싶다.

중심타선이 살아야 팀이 산다…'핵심' 선수들의 활약이 포인트

결국 승패를 가르는 것은 팀 타선이다. 전날 패한 김태형 감독은 "넥센도 그렇지만, 우리도 타선이 좋지 못하다. 4차전은 타선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다. 양 팀 모두 중심타선의 활약이 생각 이상으로 저조하다. 넥센 중심타선의 성적표는 3경기동안 모두 29타수 6안타에 그쳤다.

넥센은 1차전에서 선발로 출전한 3번 이택근, 4번 박병호가 각각 1안타에 그치며 2안타로 고개를 숙였다. 5번 유한준은 무안타.

2차전은 더 심했다. 세 선수 모두 무안타에 그치며 패배를 맛보았다. 중심타선이 두 경기동안 3안타에 그쳤으니, 두산에게 패하는게 당연했다.

3차전이 그나마 나았다. 넥센은 3번 자리에서 별다른 활약이 없던 이택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7번으로 자리를 이동시켰다. 대신 3번 자리에 윤석민을 넣었다.

큰 효과는 없었지만 윤석민(1안타), 박병호(1안타), 유한준(2안타)이 모두 제 몫을 해주며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3차전까지 모두 5개의 홈런을 쳐냈음에도 시리즈 전적에서 밀리고 있다는 것은 결국 중심타선의 부진이 원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두산 역시 마찬가지다. 4번 김현수를 제외하고 팀 타선에게 무게감을 실어줄 선수가 없다. 게다가 13일 3차전에서 3번 박건우, 4번 김현수, 5번 양의지는 무안타로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첫 승을 거둔 1차전에서 4번 김현수의 멀티히트는 승리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신 다른 중심타선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2차전은 그나마 5번 겸 포수 양의지가 1안타를 쳐냈다. 그 외에는 없었다.

양 팀 모두 준플레이오프 3경기동안 중심타선의 활약이 현저하게 저조했다. 결국 4차전 승부는 타선에 결정된다고 봐도 틀린 말이 아니다.

중심타선이 살아나야 팀 타선이 살아나고 자연스레 승리를 가져갈 수 있다. 누가 먼저 상대 선발을 덕아웃으로 돌려보내고 선취점을 얻을 것인지, 양 팀 중심타선의 활약이 가장 중요한 '키포인트'가 될 듯 싶다.

'B'급 무명용사 선발 대결, 누가 'A'급 피칭으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까?

전력을 다했다. 이미 각 팀의 에이스는 경기에 나와 최선을 다했다. 하루라도 빨리 이기고 싶은 두산과 2년 전, 가을야구에서 당한 2승 후 3연패를 당한 수모를 똑같이 갚아주고 싶은 넥센이다.

넥센은 선발로 양훈을 선택했다. 올 시즌, 트레이드를 통해 한화에서 넥센으로 이적한 양훈은 시즌 막바지가 되서야 페이스를 되찾고 경기에 나섰다.

그리고 지난 10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 선발로 나와 5.1이닝 5피안타 2탈삼진 1실점으로 나쁘지 않은 피칭을 선보였다. 팀은 비록 졌지만, 자신의 역할을 나름대로 잘 수행했다.

이어 4차전 선발로 염 감독의 입에서 '양훈'이라는 이름이 다시 나왔다. 2015년 포스트시즌 두 번째 선발. 넥센 팬 입장에서는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선택'해서 기용한 것이 아닌 '어쩔 수 없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 밴헤켄을 제외하면 현재 넥센에서 믿음을 줄 수 있는 선발은 없다는 점이 뼈아프다.

하지만 넥센은 전날 밴헤켄-조상우 두 명의 투수로 경기를 끝냈다. 김택형, 한현희, 손승락과 같은 불펜 자원을 모두 투입할 수 있기에 아직 희망은 남아있다.

두산 역시 부상으로 주춤하고 있는 스와잭 대신 이현호를 선발로 과감하게 투입했다. 올 시즌, 이현호는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뛰면서 49경기동안 6승 1패, 평균자책점 4.19를 기록했다.

완벽하지 않지만 성장세만 놓고 본다면 충분히 선발로 기용할만한 가치가 있다. 게다가 이현호는 넥센을 상대로 올 시즌 6경기에 나가 1홀드 평균자책점 5.63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목동에서는 3경기동안 평균자책점 2.84를 기록했다. 넥센에게 유독 강한 모습을 보였기에 김 감독은 과감하게 이현호를 선택했다.

두 선수 모두 팀 내에서 'A급' 선발 자원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 그러나 매번 팀 에이스가 경기에 나설 수 없는 법이다. 결국 뒷받침 해주는 선발자원의 활약에 따라 팀 승리가 엇갈린다.

결국 누가 더 오래 마운드에서 버티느냐에 승패가 달렸다. 넥센은 양훈, 두산은 이현호로 승부를 걸었다. 넥센과 두산, 어떤 팀의 선발이 'A급'를 넘어 'S급'의 활약을 선보일지 기대가 된다.

사진 = 스포츠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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