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선수단.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SK가 4연패의 늪에 빠졌다. 하지만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결과적으로는 패했지만 잠자고 있던 '뒷심 DNA'를 깨워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SK는 지난 2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던 두산과의 경기에서 3-6으로 패했다. 8회말 3실점이 결정적인 패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SK는 8회초까지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다. 이러한 선전은 바로 SK가 보여준 강한 '뒷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근 10경기에서 SK가 거둔 성적은 3승7패. 최근 4경기를 내리 패하며 울상을 짓고 있지만 3연승을 거두며 잠시나마 미소를 지어보이던 때가 있었다.

지난달 26일 5-4로 승리한 인천 KIA전을 시작으로 SK는 28일 잠실 LG전까지 3연승을 달렸다. SK가 이 기간 동안 3연승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숨어있다. 바로 경기 종반인 8,9회에 집중력을 발휘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는 점이다.

9회말까지 2-4로 패색이 짙었던 지난달 26일 인천 KIA전에서 정상호의 끝내기 3점 홈런을 통해 승리한 것을 기점으로 27일 잠실 LG전(8회초 5득점, 6-3 승), 28일 잠실 LG전(8회초 3득점, 4-0 승)모두 경기 종반 뒷심을 발휘하며 승리를 확정지었다.

반면 지난 1,2일 펼쳐진 두산과의 2연전을 제외하고, 최근 패배한 5경기들을 살펴보면 8,9회 득점이 전무한 상황. 이중 4경기에서 SK는 3회 이전, 즉 경기 초반에 대량 실점을 하고 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패했다.

쉽게 말해 최근 SK는 경기 초반 번번이 리드를 가져가는 데 실패하고 있어 '뒷심' 발휘 여부에 따라 승패 여부가 나뉘는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9월의 첫 일정인 두산과의 2연전은 달랐다. 2연전 모두 두산에게 끌려 다녔던 SK는 '뒷심'을 발휘하며 경기를 끝까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끌고 갔다.

먼저 지난 1일 SK는 경기 초반부터 두산과 물고 물리는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4-4로 맞선 6회말 SK는 2점을 내주고 4-6으로 끌려가며 이대로 패하는 듯 했지만 '약속의 8회'에 희망을 되살렸다. 8회초 김성현이 1타점 적시타를 통해 한 점을 만회 한 것.

비록 SK는 5-6으로 패했지만 경기 종반 얻어낸 귀중한 1점은 두산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SK의 깨어난 '뒷심 DNA'는 하루 뒤인 지난 2일 경기에서도 발휘됐다. 1-3으로 끌려가던 8회초 1사 2루에서 이재원은 좌중월 2점 홈런을 통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8회말 두산에 내준 통한의 3실점 탓에 끝내 6-3으로 패했지만 더 이상 경기 후반 무기력한 경기 내용으로 일관했던 SK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또한 이날 경기를 통해 SK 타선의 주축인 최정과 이재원은 나란히 4회와 8회, 홈런포를 가동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김용희 감독이 늘 바랐던 '게임메이커'들의 '한 방'이 터져나온 것. SK는 '뒷심 DNA'의 재발견과 함께 '간판스타'들의 타격감 회복이라는 의외의 수확까지 얻을 수 있었다.

물론 타선의 뒷심이 살아나도 마운드가 받쳐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특히 최근 SK 불펜진의 '뒷심'은 다소 떨어진 모양새다. 두산과의 2연전 역시 불펜진이 내준 실점 탓에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8월 들어 선발진이 초반부터 무너지며 불펜진에 급격하게 많은 피로도가 쌓였던 부분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10경기에서 SK 불펜진들의 평균 자책점은 3.10(리그 2위)으로 준수한 상황이지만 8월 한 달 동안 SK 불펜진이 책임진 이닝은 106.2이닝에 달한다. 리그 2위에 해당할 정도로 높은 기록. 그만큼 불펜진의 피로도가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8월 한 달 동안 책임진 이닝이 114.1이닝(공동 7위)에 그치고 있는 SK의 선발 투수들은 팀의 '뒷심 야구'를 받쳐주기 위해 최대한 많은 이닝을 버텨내야 한다는 과제를 떠안게됐다.

4연패라는 불행 속에서도 늘 어두운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구름 뒤에 햇살이 있는 것처럼 SK에도 희망적인 면은 반드시 있다. 최근의 승리 공식이었던 '뒷심'을 서서히 발휘하기 시작한 SK가 '연패'라는 구름을 걷히고 '연승'이라는 햇살을 다시 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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