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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조형래 기자] 넥센은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4위에서 요지부동이다. 선두 삼성과 2경기 차이 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치고 올라가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일 필요는 없다. 반대로 말하면 넥센이 악재 투성이의 전반기 동안 4위에서 떨어지지 않고 버텼기 때문. 버티고 버티면 오르지 못할 곳은 없다.

넥센은 72경기를 치른 현재 40승1무32패로 4위에 올라있다. 4위라고는 하지만 상위 3팀과 승차는 크게 나지 않는다. 연승 한 번만 몰아치면 순위는 금새 바뀔 수 있다.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공백, 선발로 전환한 한현희에 대한 지워지지 않는 물음표, 하위 선발들에 대한 고민, 필승조의 재구성 등 재정비해야 할 전력들이 많았다. 그리고 시즌 초반, 예기치 못한 서건창, 이택근의 부상까지 겹치면서 올해의 넥센은 가시밭길을 걸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넥센은 이러한 악재들을 스스로 이겨내고 상위권에 올라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정확히 72경기를 치르며 144경기의 반환점을 돌았다. 이 시점에서 그는 “밴헤켄과 조상우가 투수 쪽에서 가장 고생을 많이 해줬다. 야수 쪽에서는 유한준이 아무래도 좋은 성적을 보여줬다”고 말하며 팀의 수훈선수들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택근이 잔부상에 이은 손등 골절상으로 빠졌고 서건창이 무릎 부상으로 약 두 달간 자리를 비운 가운데서도 이들의 빈자리를 메워준 ‘보배들’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힘든 시기였던 4월에 문우람, 박헌도, 윤석민, 고종욱이 잘해줘서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이들이 돌아가면서 난자리를 메우며 넥센의 현재 성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염경엽 감독은 아직 승부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의 순위에서 더욱 높은 곳을 바라보고 싶어 한다. 현재의 4위가 최선이 아니라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한다는 것. 순위가 떨어지면 승부를 걸어야 하는 상황에서 선수들이나 스탭 모두 심리적으로 쫓길 수밖에 없다. 염 감독이 지난달 30일 목동 삼성전을 앞두고 “전반기 남은 경기에서 현재 +8의 승수를 +10까지 만들고 싶다”고 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4위에서 떨어지지 않고 +10을 만들며 ‘승운’이 따를 때를 기다려야 한다. 물론 이 승운도 염 감독의 구상이 잘 이뤄질 때 가능하다. 넥센은 지난해 올스타 휴식기 이후 문성현과 오재영, 헨리 소사(현 LG)가 후반기 각성을 시작하며 30승1무15패로 창단 첫 페넌트레이스 2위까지 올라섰다.

물론 승운이 아무런 대가 없이 오는 것은 아니다. 염 감독이 투수진에 기대했던 선수들이 계획대로 자리를 지켜줘야 가능하다. 그는 “문성현과 김택형이 돼서 올라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불펜진에서는 “김대우와 김영민을 적절하게 활용해서 기존 조상우와 손승락의 필승조들과 비중을 비슷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초점은 역시 투수진에 맞춰져 있었다.

‘리딩히터’ 서건창은 이제 본업인 2루수 수비에 들어간다. 라인업이 탄탄해졌다. 여기에 후반기가 시작되면 ‘캡틴’ 이택근 역시 돌아올 전망이다. 투수진 역시 김영민과 김대우가 선발로 빠져나간 한현희의 몫을 어느 정도 메워주고 있고 조상우의 부담도 덜고 있다.

돌아올 전력 자체는 강하지 않지만 기존 자원들의 성장이 넥센이 4위에서 ‘버틸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그리고 이 자원들이 한 번 더 알을 깨고 나왔을 때 넥센은 버티기를 넘어 더욱 높은 곳으로 오를 수 있다. 그리고 넥센은 계속 그렇게 해 왔다.

“야구가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늘 울상을 짓는 염경엽 감독이지만, 넥센은 지난 2년간 언제나 그랬듯 버티기 이후 고공행진을 펼쳤다. 그동안의 전례로 봤을 때 올 시즌 역시 버티기 이후 넥센의 후반기 상승세를 기대해도 좋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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