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최용규(30).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미디어 오키나와(일본)=김성태 기자] 오키나와의 날씨가 흐려졌다. 종잡을 수 없는 KIA의 캠프 연습경기 내용과 같은 우울한 날씨였다.

KIA는 지난 22일 한화와의 평가전을 포함, 6번의 연습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더욱이 15일 야쿠르트에게 3-14, 16일 라쿠텐에게 2-16으로 패하면서 모두 30점을 내준 것이 마음에 걸린다.

지난 17일 니혼햄전에서는 나지완의 3점 홈런이 터지긴 했지만 후반 집중력을 살리지 못하고 3-5로 역전패를 당했다. 계속된 요코하마전 5-8, 라쿠텐전 1-5로 패하면서 6전 6패의 참담한 기록을 남겼다.

물론 연습경기다. 결과가 첫 번째는 아니다. 흐린 오키나와의 날씨만큼이나 승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는 못했지만, 의외로 KIA의 분위기는 차분하다. 이유는 있다. 팀이 가야할 방향을 확실하게 정하고 꾸준히 달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눈앞의 성적이나 결과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선수들에게 경험을 쌓게 하고 경쟁을 통해 이전의 나약한 모습을 씻어내는 것이 KIA의 목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며 이목을 집중시키는 선수가 있다. 바로 최용규(30)다.

이름만 들으면 누군가 싶다. KIA 팬이 아니라면 잘 모르는 선수지만 그는 2008년 드래프트에서 2차 2순위로 KIA에 입단한 프로 8년차 베테랑 선수다. 당시 KIA에서 1순위로 뽑았던 선수는 바로 나지완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뽑았던 선수가 바로 그였다. 심지어 6순위로 뽑힌 선수가 지금은 상무에 있는 유격수 김선빈이었다. 그만큼 신인 최용규에 대한 팬들의 기대는 상당했다.

하지만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했다. 2008년에는 20경기 출전에 그쳤고, 2009년에는 51경기, 2010년에는 22경기만을 1군에서 뛰었다. 그리고 2010시즌이 끝난 뒤 그는 현역으로 입대했다. 이후 방출되는 수모를 겪었지만 전역한 뒤 다시 KIA에 재입단했다.

다시 입단했기에 더욱 필사적이었다. 그는 2014시즌 퓨처스리그에서 25경기에 출전해 57타수 20안타 타율 3할5푼1리 8타점 4도루를 기록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지난 시즌 1군 무대에는 비록 오르지 못했지만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인 그를 김기태 감독은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시켰다.

그는 오키나와에서 열린 자체 홍백전과 연습경기, 모두 6경기를 뛰며 눈도장을 찍었다. 17일 니혼햄과의 경기에서는 2번 겸 2루수로 출전해 4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했고, 6일과 10일에 열린 홍백전에서는 각각 2타수 1안타, 3타수 1안타를 뽑아냈다.

가장 인상적인 경기는 지난 22일 열린 한화전. 그는 4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3루타도 한개 있었다. 타격과 더불어 빠른 발까지, 완벽하게 자신의 장점을 모두 보여준 경기였다.

무엇보다 최용규에게는 절실함이 있었다. 매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무조건 쳐내고 나가겠다는 필사의 의지가 인상적이었다. 선수에게 있어서 살아남겠다는 오기와 끈질긴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선수 개인 뿐 아니라 팀을 위해서도 이러한 모습은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그의 주 포지션은 2루수다. 군입대한 안치홍의 빈자리를 두고 고심이 많았던 KIA지만, 캠프에서 보여지는 최용규의 인상적인 활약에 팀은 내심 미소를 짓고 있다. 비어있는 내야 센터라인의 다른 경쟁자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되기에 충분하기 때문. 베테랑 김민우나 박기남 역시 한 눈 팔다가는 금새 경쟁에서 밀릴 수도 있다.

무엇보다 그는 캠프에서 6경기를 출전, 5경기를 2번 자리에서 뛰었다. 향후, 2번 자리에서 최용규가 꾸준히 활약을 해준다면 KIA는 상당히 강한 타선을 구축할 수 있다. 이대형의 빈 자리를 채울 1번 김주찬을 시작으로 2번 최용규가 테이블 세터진을 책임진다.

절치부심하고 새시즌을 기다리는 최희섭이 3번, 4번 나지완, 5번 브렛 필, 6번 이범호 순으로 포진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최용규가 2번 자리에 있게 된다면 신종길을 7번으로도 기용할 수 있다는 점이 크다. 하위 타선에서 발이 빠르고 타격에 능한 신종길이 활약을 해준다면 상위타선까지 그 흐름을 충분히 이어갈 수 있기 때문. 점수를 확실하게 내야할 빅이닝의 기회는 이때 찾아온다.

물론 어디까지나 예상이다. 하지만 최용규가 제 몫을 해준다면 KIA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라인업과 더불어 좋은 성적도 낼 수 있다. 그렇기에 최용규에 대한 기대도 조금씩 커져만 가고 있다.

김기태 감독은 말보다는 조용히 지켜보며 리빌딩을 차근차근 해가고 있다.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최용규 역시 김 감독의 구상 안에 들어있는 선수임은 분명하다. 과연 2015시즌, 최용규가 어떠한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줄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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