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내 출전 경기수 3위, 도루 저지 30개로 리그 1위…준플레이오프 MVP에 빛나는 꾸준한 대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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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미디어 김성태 기자] 12년간 묵묵히 야구에만 모든 것을 바쳤던 한 사나이가 있다. 그를 떠올리기에 가장 쉬운 단어는 바로 '백업 포수'다.

하지만 올 시즌, 홈플레이트 앞에서 투수의 공을 받아내는 그의 입가엔 항상 미소가 맴돌았다. 당당히 1군의 주전포수로 뛰면서 항상 감사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며 '수훈선수'가 된 날, 취재진이 주변에 몰리면 그는 당황해하며 어쩔줄 몰라하던 선수였다. 그만큼 순수하게 야구를 사랑하고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던 그에게 올해는 뜻 깊은 한 해였다. 바로 LG의 안방마님 최경철(34)이다.

그는 2003년 SK에 입단, 프로생활을 시작했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당시 주전 포수였던 박경완과 정상호에게 밀리면서 제대로 된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나마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간 백업포수로 출전, 모두 140경기를 뛰었던 것이 전부. 이후 상무에 입대한 뒤, 소속구단인 SK로 돌아왔지만 그의 자리는 여전히 없었다. 2010년에는 단 1경기만 출전했고 2011년에는 20경기에만 출전하는 전형적인 백업 포수가 됐다.

2012년 5월, SK는 최경철과 투수 전유수를 바꾸는 트레이드를 시도했다. 그는 넥센에서 주전 포수 허도환의 백업으로 다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2013년 군에서 제대한 박동원에게 밀리며 2군을 오가가는 평범한 선수가 됐다.

하지만 기회가 찾아왔다. LG에서 급작스럽게 포수가 필요했다. 윤요섭과 현재윤이 모두 부상으로 빠지면서 2013년 5월 LG와 넥센은 트레이드를 감행했고 최경철은 LG로 새롭게 둥지를 옮겼다. 1년만에 두 번이나 팀이 바뀌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꾸준히 자신의 역할에 집중했던 그에게 양상문 감독은 포수 마스크를 건넸다.

그리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양 감독의 첫 부임 경기였던 4월 23일 롯데전에서 시즌 1호 겸 2004년 이후 10년만에 쳐낸 잠실구장 좌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쏘아올렸다. 팀 승리와 자신의 존재감을 팬들에게 극적으로 알리는 순간이었다. 또한 7월 23일 광주 KIA전에서는 생애 첫 만루홈런을 쳐내는 감격스러운 순간을 맞이하기도 했다.

그렇게 최경철은 시즌 내내 부상없이 꾸준히 출전하면서 LG의 안방을 지켰다. 올 시즌 성적만 놓고 보더라도 그가 팀에 기여한 부분은 상당하다. 모두 117경기에 출전, 290타수 62안타 4홈런 39타점을 기록, 팀 내에서 박용택과 손주인 다음으로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해냈다. 포수 포지션만 놓고 보더라도 리그 전체에서 120경기를 소화한 SK 이재원 다음으로 많은 경기 출전이었다. 도루 저지 역시 30개로 리그 단연 1위.

시즌 전반기가 끝날 무렵, 양 감독 역시 후반기에 중점을 두어야 할 부분으로 최경철의 체력적인 부분을 가장 먼저 손에 꼽기도 했다. 그만큼 최경철은 팀을 위해 헌신했다. 시즌이 지날수록 9위였던 팀은 차근차근 순위 싸움에서 우위를 차지하며 4위까지 올라갔고 2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포스트 시즌에서도 최경철의 활약은 눈부셨다. 특히 NC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그는 15타수 8안타 1홈런 5타점을 쳐내며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의 일등공신이 되기도 했다.

LG 역시 올 시즌, 최경철의 활약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올 시즌, 팀 공헌도에 있어서도 최경철만큼의 선수는 많지 않다. 연봉 협상이 진행 중이다보니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병규(7)와 함께 그 역시 팀에서 연봉 인상률이 가장 높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힌 바 있다. 최경철의 올 시즌 연봉은 5,000만원이다. 올해의 활약만을 놓고본다면 1억 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

물론 금액이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2군을 전전하며 백업포수로만 활약했던 그에게 있어 '억'소리 나는 연봉은 말 그대로 꿈만 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경철을 알고 있는 야구인들은 한결 같이 이야기 한다. 그와 같이 뒤에서 묵묵히 하는 선수야말로 더욱 성공해야 한다고. 올 시즌, LG에서 최고의 활약을 선보인 그가 과연 따뜻한 겨울을 맞이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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