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시계방향) KIA 양현종(26), 임준섭(25), 김병현(35), 김진우(31).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미디어 김성태 기자] 뜨거웠던 FA 시장에서 각 팀들은 필요한 선수를 하나씩 챙기며 전력 보강에 힘썼다. 한화는 배영수, 송은범, 권혁을 데려가며 마운드를 보강했고, 삼성은 윤성환과 안지만을 잔류시켰다. 또 두산은 장원준으로 평정했다.

경기 수가 늘어나는 내년 시즌, 각 팀의 가장 고민이 되는 부분은 역시 마운드일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선발진. 선발이라는 이야기를 꺼내면 팬들 사이에서 한숨이 저절로 나오는 팀이 있다. 바로 KIA다.

KIA는 올해 8위를 기록했다. '레전드' 선동열 감독을 통해 2009년 우승 당시 막강했던 '투수왕국'의 재건을 꿈꿨지만 3년 연속 4강 진출에 실패하며 이 또한 별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일찌감치 팀 리빌딩을 선언했으나 손대야 할 부분이 너무 많다. 포수-키스톤 콤비- 중견수로 이어지는 센터라인은 텅텅 비었다. 선수는 있으니 출전시키면 된다. 하지만 기존 선수를 공백을 확실하게 채워줄 대체 자원은 마땅치 않다.

무엇보다 고민이 되는 부분은 바로 선발진. 올해 두자릿수 승리를 거둔 투수는 '16승의 에이스' 양현종 단 1명뿐이었다. 야심차게 영입한 데니스 홀튼(5승)과 도중에 들어온 토마스(2승)는 모두 합쳐 7승을 따냈다. 꾸준하게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선발 기어를 돌려준 임준섭은 29경기 동안 5승을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 승수를 많이 채운 선수는 5승을 따낸 불펜의 김태영이었다. 선발에서 5승 이상을 기록한 투수는 단 3명뿐이었다. 기대를 모았던 김진우가 28경기 동안 3승을 따내며 무너졌고, 김병현이 21경기 동안 3승을 겨우 채웠다.

중요한 사실은 내년에도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많은 이닝을 지켜낼 투수가 없다. 양현종이 해외진출 대신 잔류를 선택하면서 한숨을 돌렸지만, 이 외에 확실한 카드는 없다.

KIA는 최근 2012년 메이저리그에서 역대 21번째 '퍼펙트 게임'을 한 필립 험버(32)를 영입했다. 150km에 가까운 직구와 4개의 변화구를 구사하는 험버는 구위는 좋지만, 이닝을 많이 소화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가장 화려한 시즌을 보냈던 시카고 화이트 삭스 소속이었던 2011년의 경우, 28경기에서 26경기를 선발로 출전해 163이닝을 던졌다. 평균적으로 경기당 6이닝 미만에 그쳤다. 2012년에도 26경기(16경기 선발)에 출전했지만 102이닝에 머물렀다.

임준섭은 올 시즌 29경기 동안 130.2이닝을 던져 경기당 등판이 5이닝이 되지 않는다. 김병현과 김진우 역시 각각 21경기 동안 71이닝, 28경기동안 90이닝에 그쳤다.

이닝 소화력이 떨어지는 선발진의 문제점은 그대로 불펜까지 부담으로 이어진다. 불펜진이 다른 팀에 비해 부족한 KIA의 상황에서는 더욱 치명적이다. 현재 불펜진 가운데 그나마 `믿을맨'인 최영필, 김태영이 있지만 나머지는 불안하다.

한승혁은 구위에 비해 제구력과 기복이 크고, 서재응은 구위가 예전만 못하다. 또 심동섭은 마무리로 옮길 가능성이 크다. 곽정철, 한기주가 있지만 복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계약을 저울질 중인 저스틴 토마스의 경우 올 시즌 10경기에 출전해 46.2이닝을 던졌다. 시즌 도중에 가세해 적응의 문제는 있지만 이닝을 많이 소화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대안은 하나다. 마운드에서 오래 버텨줄 외국인 투수가 그것. 2009년부터 2011년까지 KIA에서 뛰었던 로페즈의 경우, 승패 여부에 상관없이 이닝을 많이 소화하면서 마운드에 숨통을 터줬다. 팀 성적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내년 선발진의 두 축인 류제국과 우규민이 수술을 받아 복귀 여부가 확실치 않은 LG가 최근 넥센에서 이닝 이터로 활약한 소사를 영입한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KIA는 현재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물색하고 있다. 노련하고 경험이 풍부한 선수를 위주로 찾아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물론 장애물은 많다. 한정된 선수군에서 뽑아야 하는 어려움도 있고, 다른 구단과 경합하는 선수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KIA에게는 투수도 그냥 투수가 아니라 마운드를 길게 지켜줄 이닝이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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