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조형래 기자] 강정호(넥센)에게 올해 한국시리즈는 '악몽'이었다. 타율 5푼(20타수 1안타)에 머물렀고, 5차전 9회말에는 승부는 물론 시리즈의 무게 추를 기울게 한 실책까지. 그야말로 수난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강정호가 악몽 속에 계속 있을 순 없다.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또 다른 꿈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시리즈가 삼성의 우승으로 끝남과 동시에 그라운드 밖에서 소리 없는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그 시작은 '대어급' 선수들의 더 큰 무대를 향한 발걸음이다. 김광현의 소속 구단인 SK는 12일 한국야구위원회(KBO)를 통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샌디에이고가 제시한 200만 달러(21억 9,000만원)의 포스팅 금액을 받아들이겠다고 통보했다. 당초 예상보다 적은 포스팅 금액에 SK는 고심을 거듭했지만 김광현의 빅리그 진출은 가시화 됐다.

김광현의 사례에서 보듯 국내와 미국 현지의 온도차는 확연히 느껴졌다. 그러나 김광현과 달리 강정호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우호적이다. 파워를 갖춘 유격수는 미국에서도 보기 드물기 때문. 공급은 한정돼 있지만 수요는 많은 미국 현지의 상황도 한 몫 한다. 강정호가 김광현만큼 포스팅 금액 때문에 고민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시즌 현재 미국 자유계약시장에 나와 있는 유격수 자원들 가운데서 핸리 라미레스를 제외하고 아스투르발 카브레라, 제드 라우리, 스테판 드류가 강정호 만큼의 파워를 지니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보스턴 글로브'의 닉 카파르도는 "강정호는 '메이저'급 파워를 가지고 있고,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그를 차지하기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고 평하기도 했다.

또한 'ESPN'의 키스 로는 "힘 있는 '미들 인필더'로 평가하기도 하고 한국 외에서는 장타력이 없는 '코너 인필더'로 평가한다"고 소개하면서 "나는 강정호가 파워를 겸비한 내야수에 가깝다고 본다"며 "내가 본 스윙대로라면 강정호는 타자 친화적인 홈구장(목동구장)을 벗어나서도 수준급의 장타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후한 평가를 내렸다. 키스 로는 강정호의 포스팅 금액으로 1500만 달러(약 164억)정도 예상했다.

강정호의 파워라는 가치는 이미 많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에 어필했다. 비록 한국시리즈에서의 극심한 타격 부진을 겪었지만 정규시즌에서 타율 3할5푼6리, 40홈런, 117타점, 103득점, OPS(출루율+장타율) 1.198로 타격 전 부문에 상위권에 포진하며 생애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정규시즌 동안 보스턴·클리블랜드·볼티모어·샌디에이고·텍사스 등 다수의 메이저리그 구단이 목동구장을 찾아 강정호의 플레이를 수차례 관찰했다. 데이터가 쌓여있는 가운데 1,2경기로 평가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강정호의 파워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공존한다. 한국에서도 선수 생활을 했던 크리스 니코스키는 최근 'FOX 스포츠'에 기고한 글을 통해 강정호를 소개하면서 "내가 한국에서 활약할 때 36살에 1선발을 경험했다. 한국 리그를 트집 잡는 것은 아니지만 강정호가 커리어 동안 상대한 투수들의 수준을 보여 준다"고 말하며 강정호의 파워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유격수 수비에 대한 의문 부호는 한국시리즈에서 범한 결정적 수비 실책 이전부터 가시지 않고 있다. 니코스키는 "강정호가 빅리그에서 유격수로 플레이를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면서 "그의 수비 능력을 높게 보지 않을 것이지만 만약 15~20홈런 정도 치는 유격수를 원한다면 수비를 상쇄할 수 있을 것"는 평가를 내렸다.

대신 니코스키는 유격수 보다 3루수로 가능성을 높게 봤다. 니코스키는 "만약 팀에 필요로 한다면 유격수 보다는 3루수가 더 나을 수 있다. 2014년 메이저리그에서 3루수로 20홈런을 이상 때린 타자는 5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니코스키는 강정호의 포스팅 금액으로 500만 달러에서 800만 달러를 예상했다.

강정호의 올 시즌은 리그를 '씹어 먹었다'는 표현이 적절할 만큼 대단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에서 강정호는 '악몽'에 휩싸였다. 이젠 빅리그 진출이라는 도전을 통해 악몽에서 헤어나올 필요가 있다. 미국 내에서도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강정호. 과연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길몽'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사진=스포츠코리아 제공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