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1차전 MVP는 최경철 (창원=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19일 오후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LG 트윈스 대 NC 다이노스의 경기. 이날 MVP로 선정된 LG 최경철이 MVP 피켓을 들고 있다. 이날 경기는 최경철의 3점 홈런 등에 힘입은 LG가 NC를 13 대 4로 제압했다. 2014.10.19 superdoo82@yna.co.kr
"서른다섯에 전성기가 온 능구렁이에요." (NC 주장 이호준)

"최스타님 인터뷰하시네?" (LG 주장 이진영)

프로야구 가을잔치의 첫머리인 준플레이오프에서 맞붙은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주장 이호준과 이진영이 20일 LG의 안방마님 최경철을 두고 한 말이다.

두 선수의 말처럼, 뒤늦게 맞이한 포스트시즌의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 최경철의 '늦깎이 활약'이 올해 준플레이오프 초반 가장 큰 화제를 몰고 다니고 있다.

우천 취소된 20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둔 창원 마산구장 더그아웃 곳곳에서는 최경철과 관련한 이야기가 NC와 LG를 막론하고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만큼 LG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난 19일 1차전에서 최경철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다는 증거다.

최경철은 당시 1회초부터 LG의 우위에 쐐기를 박는 3점 홈런을 터뜨렸고, 3회에는 폭투를 틈타 2루 진루를 시도한 김종호를 귀신같은 송구로 잡아내는 탁월한 도루 저지 능력을 선보여 NC의 장기인 '발 야구'를 봉쇄했다.

NC 김경문 감독은 최경철의 홈런을 두고 "하위 타선에서 터져 분위기가 살았다"고 했고, 2루에서 잡힌 김종호는 "출발이 다소 늦었지만 세이프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는데, 상대의 대비가 좋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호준은 자신이 타석에 섰을 때 최경철이 "선배 왜 이렇게 진지하세요"라고 말을 건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공격과 수비, 기 싸움 모두에서 NC를 강하게 압박한 '최경철 활약'의 흔적이 이튿날까지도 상대 더그아웃에 묻어났다고 할 만하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최경철이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고 예측한 이는 드물었다.

지난해에도 최경철은 LG 선수였지만 11년 만의 플레이오프에서 엔트리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그래서 포스트시즌 출전 경력은 타석에조차 서지 못했던 2005년, SK 소속으로 한 경기가 전부였다.

올해 LG가 일으킨 돌풍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며 9년 만의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최경철은 한풀이라도 하듯 상대팀에게서도 주목받는 '뜨거운 가을'을 시작하고 있다.

후보 선수이던 때나 올해 LG의 기적을 이끌 때나 늘 그랬듯, 모처럼의 가을 야구에서도 최경철은 많은 말을 하지 않고 조용하다.

질문을 받아도 조용히 짧은 대답만을 내놓고는, 굵은 땀방울 사이로 두 눈을 빛낼 뿐이다.

그런 최경철을 두고 과거 SK에서 한솥밥을 먹은 적 있는 이호준은 "순진한 척하면서 머리를 엄청나게 굴리고 있는 녀석"이라고 했다.

상대팀 선수이다 보니 짐짓 신경전을 벌이듯 깎아내리는 식으로 이야기했지만, 속내에는 그간의 힘겨운 노력의 성과를 얻는 데 대한 기특함이 묻어난다.

이호준은 곧이어 "경기가 끝나도 늘 놀이터에서 1시간씩 스윙 연습을 하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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