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25·인천시청)은 23일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400m결승에서 3분48초33를 기록,동메달을 차지했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미디어 문학=김성태 기자] 결국 부담감이 발목을 잡았다. 자신의 페이스를 그대로 유지하기에는 홈이라는 이점이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했다.

박태환(25·인천시청)은 23일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400m결승에서 3분48초33를 기록, 쑨양(중국·3분43초23)과 하기노 고스케(일본·3분44초48)에 이어 동메달을 차지했다.

박태환은 지난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자유형 200m, 400m, 1,500m에서 모두 정상을 차지하며 3관왕을 달성했다. 이어 2010 광저우 아시안 게임 역시 자유형 100m와 200m, 4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아시아 최고의 선수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다.

그가 보여준 최근의 성적 역시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박태환은 전지훈련 도중 참여한 지난 8월 팬퍼시픽 대회에서 남자 자유형 400m 시즌 베스트인 3분43초15를 기록하며 메달에 대한 가능성을 더욱 높이기도 했다.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아시안게임 3연패로 이어졌고, 그 부담감은 고스란히 박태환에게 지워졌다. 특히 자신의 이름을 딴 경기장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리기 때문에 그가 받는 정신적인 압박은 상상 이상이었다.

말 그대로 '살아있는 레전드'라고 불리기에 충분한 선수가 바로 박태환이다. 오히려 금메달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하며 부담을 준 우리가 부족했을지도 모른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박태환은 23일 오전 예선전을 전체 3위로 마친 후 "예선이라서 기록은 큰 의미가 없다. 국내 대회가 약이 될 수 있지만, 부담이 크다. 대회 첫 날부터 부담감이 지속됐다. 컨디션 조절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운하지가 않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와 오랫동안 함께한 마이클 볼(호주) 감독 역시 "홈에서 규모가 큰 메이저 대회를 치르다보니 부담감이 상당해보였다. 이전 대회에서 보였던 실력이 보이지 않았다. 결선에서는 부담감을 떨쳐내고 좋은 레이스를 펼쳐야 한다"라고 우려 섞인 조언을 했다.

하지만 우려는 현실이 됐다. 그는 지속적인 컨디션 난조를 보였다. 그를 향한 기대감과 부담감은 너무나 무거웠고, 결국 박태환 역시 스스로의 마음을 컨트롤하기 쉽지 않았다.

결과 역시 안타까웠다.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 터지자, 박태환은 주저없이 몸을 날렸다. 0.68초라는 출전 선수 중 가장 빠른 출발 반응 속도를 기록하며 뛰어들었지만 그 뿐이었다. 하기노와 쑨양에게 밀리며 계속 세 번째 자리를 위치했던 박태환은 좀처럼 치고 나가지 못했다.

이후 초반에 치고 올라온 하기노가 쑨양에게 역전을 당했고 박태환 역시 잠시 2위 자리까지 올라왔지만, 300m 구간을 지나며 그는 지친 모습을 보였다. 장기인 후반 승부가 더이상 보이지 않은 박태환이었다. 끝내 선두 쑨양에 5초 이상 뒤진 3위로 경기를 마감한 그의 표정은 아쉬움이 한가득이었다.

박태환은 경기 후 "계속 좋게 가려고 노력했다. 몸은 괜찮았지만, 정신적으로나 심리적으로 200m 정도에서 지쳤던 것 같다. 이러한 부분이 미흡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팬들이 많이 와주셨고 홈 경기다보니 이것을 잘 이겨내고 힘을 얻었어야 하는데, 어려웠다. 많이 아쉽다고 생각한다. 시합 3일 전까지만 해도 몸 상태는 매우 좋았다. 연습대로만 했어도 우승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박태환은 말 그대로 대한민국 수영 역사에 빠지지 않는 대기록을 남긴 선수다. 금단의 영역이라 불리웠던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박태환은 자유형 200m에서도 은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수영에서 메달을 따낸 한국 최초의 선수가 됐다.

말 그대로 '살아있는 레전드'라고 불리기에 충분한 선수가 바로 박태환이다. 오히려 금메달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하며 부담을 준 우리가 부족했을지도 모른다.

아시안게임 3연패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어느 누구도 그에게 비난할 자격은 없다. 이미 걸어온 길로 충분히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해준 선수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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