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히어로즈가 6일 김시진 전 현대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임명하고 내년 시즌 도약을 준비한다.

히어로즈 선수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작년에는 감독으로서 같은 선수단을 지휘했었다는 점에서 김시진 신임 감독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올해 단 하루도 바람 잘 날 없었던 히어로즈 구단의 행보를 지켜보면 불안감을 쉽사리 지울 순 없다. 창단 1년도 채 안 돼 단장과 감독을 동시에 경질한 건 시행착오의 결정판이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내야 할 신생구단 가입금 납부 문제, 그로 인한 메인스폰서 ㈜우리담배의 계약 해지 요청, 사안마다 빚어진 구단 수뇌진의 엇박자로 시즌 내내 시끄러웠고 급기야 야구인 출신 첫 단장 박노준씨와 이광환 감독은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옷을 벗었다.

야구 경기보다 야구 외적인 문제로 히어로즈는 1년간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고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애물단지'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달게 됐다. 1년은 짧지않은 시간이었으나 히어로즈는 '아마추어'라는 이미지를 벗지 못했다. ◇절반의 성공에 그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업투자사 센테니얼인베스트먼트는 지난 1월 메인스폰서를 잡아 '네이밍마케팅'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겠다며 프로야구에 뛰어들었다.

모그룹 지원금으로 1년 살림을 꾸려가던 기존 구단과 달리 여러 기업의 광고 마케팅으로 수익을 내는 프로야구단을 청사진을 야구팬 모두가 관심 있게 지켜봤다.

하지만 결과는 초라했다. ㈜우리담배가 3년간 300억원에 후원계약을 하겠다고 나섰으나 지난 8월 '팀 명에서 '우리'를 빼달라'고 요청하면서 사실상 후원 계약은 끊어졌다. 우리 히어로즈로 출발했던 팀명은

이후 히어로즈로 개칭됐고 우리를 상징하는 'W'대신 히어로즈의 'h'만 유니폼에 남았다.

구단 수뇌부는 당장 메인스폰서 유치에 나섰지만 아직 구체적인 성과는 없다. 구단을 운영할 수 있는 안정적인 재원이 마련되지 않았기에 여전히 존립기반은 불안하다.

히어로즈는 이달 중 새로운 메인스폰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대표-단장 간 끝없던 마찰

야구 선수 출신 박노준 전 단장과 창투사 출신 이장석 대표는 '메이저리그식 구단운영'을 모토로 의기투합했다. 경기는 현장에 맡기되 박 전 단장과 이 대표는 각각 구단 운영과 구단 경영에만 집중하기로 했으나 서로 영역을 침범하면서 파열음이시즌 초부터 들려왔다.

5월 성적 부진을 이유로 이 대표측 인사가 감독 경질을 거론한 게 시발점이 됐다. 6월 말까지 내기로 한 2차 가입금을 내지 못하면서 박 전 단장과 이 대표측의 신뢰는 무너졌고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구단 경영에 집중해야 할 이 대표측 인사들은 박 전 단장의 고유 영역인 운영 쪽에 개입했다. 거듭된 말 바꾸기로 박 전 단장이 미덥지 못하다는 이유였다.

반면 박 전 단장은 야구를 잘 모르는 인사들이 제대로 구단 운영을 이해하기도 전에 사사건건 '감 놔라 배 놔라'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신뢰가 깨지면서 단합할 수 없었고 수뇌부의 분란은 히어로즈가 사태 대응에서 능수능란하지 못했고 끝까지 아마추어적일 수밖에 없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박 전 단장의 석연치 않은 자진사임, 시즌을 마치기 전에 불거진 후임 감독 임명설 등은 시행착오가 현재진행형임을 알려 주는 대목이다.

◇올해 실패는 고스란히 성적 책임

시즌 초 누누이 밝혔던 '꼴찌만 안 하면 된다'는 말은 결국 공허한 말에 그쳤다.

히어로즈는 각종 시행착오로 큰 기대에 못 미쳤음에도 불구, 모든 책임을 시즌 7위에 그친 성적 탓으로 돌렸고 현장 관계자 박 전 단장과 이광환 감독을 중도에 하차시키면서 사태를 일단락지었다.

이장석 대표는 "히어로즈가 4강에 충분히 갈 만한 전력"이었다고 평가했지만 현장의 분석과는 큰 괴리가 있다.

이광환 전 감독은 "발 빠른 주자가 없어 득점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오랫동안정체된 히어로즈의 기동력을 줄기차게 지적했다. 히어로즈는 떨어지는 기동력을 번트로 만회해 온 팀이다.

전지훈련을 국내에서 치른 투수들은 나중에서야 힘을 발휘했다. 시즌 초부터 치고 나간 SK, 두산, 롯데 등과 히어로즈가 경쟁하기에는 어려웠다.

히어로즈 전력이 떨어진 이유는 창단 때 자행한 '연봉 후려치기' 탓이라는 게 정설이다.

박 전 단장은 7개 구단과 KBO의 도움 아래 악역을 자임했고 선수들의 연봉을 엄청나게 후려쳤다. 포수 김동수는 73.3%나 깎여 해마다 발간되는 프로야구 연감에 역대 최대 삭감률을 기록한 선수로 남게 됐다.

연봉 삭감과 메인스폰서 중도 해지 등으로 선수들의 사기는 자연스럽게 저하될 수밖에 없었다. 구단은 올해 성적에 따라 내년 협상 때는 연봉 보전을 약속했지만 인상폭이 얼마가 될지는 미지수다.

구단 경영주체인 센테니얼인베스트먼트는 현대를 120억원이라는 헐값에 사 프로야구에 참가했다. 8개 구단 체제를 가능케 해준 노고는 높이 인정할 만 하나 이들의궁극적인 목표는 비싼 값에 야구단을 되팔아 차익을 노리는 것이다.

결국 히어로즈는 좋은 성적 없이는 메인스폰서 선정은 물론 구단 가치 상승이 어렵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성적이 곧 수익으로 연결된다는 논리가 결국 김시진 감독 임명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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