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감독이 자리를 비우면 팀은 아무래도 패배할 가능성이 높아질까. 결론부터 말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김성근 SK 와이번스 감독은 19일 잠실 두산전에 `윤길현 파문' 책임을 지고 자진 결장했고, SK는 이 경기에서 시즌 최소안타(3개)와 최다실책(3개) 기록까지 세우며 졸전을 펼친 끝에 0-8로 졌다.

감독의 `자진' 결장은 프로야구 27년 역사상 처음이었지만 이전에도 감독이 `타의'로 한 두 경기에 못 나온 적은 여러 차례 있었다. 주로 감독들이 판정 시비 끝에 심판을 때리고 출장 정지를 당한 경우가 많았다.

20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이런 경기는 71경기에 이르렀고, 감독 대신 지휘봉을 잡은 코치들의 성적은 39승29패3무로 승리 쪽이 많았다.

대표적인 건 2000년 6월28일∼7월1일 삼성의 6경기를 지휘한 장효조 코치였다.

장 코치는 당시 김용희 감독과 계형철.이순철 코치가 6월25일 대전 한화전 도중 심판을 폭행하고 무더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는 바람에 잠깐 감독 대행을 맡았다. 이전까지 비틀비틀하던 삼성은 장 코치가 이끈 더블헤더 포함, 6경기에서 4승2무의 성적을 거둔 덕에 원기를 회복하고 한동안 승리 행진을 이어갔다.

심판과 잘 싸우기로는 김응용 전 해태 감독이 가장 유명했다.

해태는 김 감독의 출장 정지로 5차례나 임시 대행을 세워야 했고 유남호 코치가 3차례, 5경기에서 감독대행을 맡았는데 전적은 1승4패로 좋지 않았다.

해태 코치 중엔 차영화 코치의 성적이 가장 좋았다. 김응용 감독이 5월29일 광주 삼성전에서 장진범 심판을 폭행한 뒤 출장금지 처분을 받자 차 코치는 1999년 5월30∼6월10일 10경기에서 지휘봉을 잡아 8승2패를 거뒀다.

김성근 감독은 자진 결장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쌍방울 감독 시절 심판과 싸우고 12경기 출장금지 처분을 받은 적도 있고, OB 코치 시절엔 경기에 못 나오게 된 김영덕 감독 당시 대행을 맡은 적도 있었다.

쌍방울 감독 시절인 1999년 6월 12경기 출장금지 처분을 받았을 때에는 감독대행을 임명하지 않고 7월15일 중도 퇴진했고, 프로 원년인 1982년 김영덕 감독 대신 7경기 감독 대행을 맡았을 때에는 5승2패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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