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팬 30여명에 막혀 곤욕… 윤길현, 당분간 출전 정지 '자체징계'

SK 선수단이 ‘윤길현 욕설 파문’의 홍역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17일 잠실 두산전을 마친 SK 선수들은 김성근 감독과 윤길현의 사과를 요구하는 KIA 팬 30여명에 막혀 30여분간 운동장을 빠져나가지 못하는 곤욕을 겪었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지난 15일 KIA와의 경기 도중 빈볼과 욕설 시비로 구설수에 오른 투수 윤길현에게 자숙하라는 의미에서 당분간 출전 정지의 자체 징계를 내렸다. 이례적인 조치였지만 인터넷 등을 통해 확대재생산되는 부정적인 여론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포석이었다.

그러나 KIA 팬들은 이날 1회부터 잠실 구장 외야에서 플래카드를 걸고 소리를 치며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7회가 끝난 후에는 운동장 밖으로 나가 대기 중인 SK 선수단 버스 앞에서 진을 쳤다.

이들은 계란과 피켓까지 준비했다. 경기가 끝난 시각은 오후 9시28분. 하지만 KIA팬들이 버스를 가로 막는 바람에 SK 선수들은 구장 안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게 됐다. 일부 팬들은 버스 앞에 아예 대자로 누웠고, 운동장을 빠져 나가는 차량들을 일일이 ‘검문’하는 주도면밀함을 보였다.

SK 프런트는 홈팀인 두산의 협조를 얻어 경찰까지 불렀지만 KIA팬들을 막을 수 없었다. 결국 SK는 원정 숙소인 리베라 호텔에 긴급 연락을 취해 관광버스 한 대를 수배해 줄 것을 요청했고, 결국 10시가 넘어 KIA팬들의 눈길을 피해 1루측 외야 출구를 통해 운동장을 빠져 나갈 수 있었다.

더 큰 문제는 KIA팬들의 요구대로 김성근 감독과 윤길현이 공개사과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이 같은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자칫하면 양팀 팬들의 충돌로까지 비화할 수 있다. SK의 한 직원은 “KIA 주장인 이종범도 모든 걸 다 용서하겠다고 한 마당에 팬들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앞으로 무서워서 광주 원정 경기를 어떻게 가겠냐”며 혀를 끌끌 찼다.

정도를 넘어선 KIA팬들의 집단 행동에 SK 선수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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