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 웹드라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속 시한부 열연
"한석규와 호흡 군더더기 없이 만족해"
"삶과 죽음, 거창한 고민보단 현재가 중요"

사진=키이스트 제공
사진=키이스트 제공

[스포츠한국 김두연 기자] "때로는 담백한 것도, 작은 요소도 소중하고 행복이라는 걸 알게 해준 작품이에요."

배우 김서형(51)이 왓챠 웹드라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를 연기하며 느낀 점이다. 하늘나라로 떠나는 아내 다정(김서형)의 밥상을 차리는 남편 창욱(한석규)의 부엌일기인 이 작품은 동명의 에세이가 원작이다. 아는 요리라고는 라면이 전부였던 인문학자 강창래가 암 투병중인 아내를 위해 요리를 하며 써내려간 메모들을 엮었다. 처음에는 콩나물국이나 볶음밥 같은 간단한 요리를 해내고 뿌듯해하는 게 보이지만 어느덧 칼질에 자신이 붙어 아귀찜, 해삼탕 같은 고난도 요리까지 해낸다.

"대본을 처음 보고 느꼈던 분위기대로 작품이 잘 나온 것 같아서 만족스러워요. 요리라는 요소로 인해 남편이 조금씩 성장하게 되고, 아픈 다정을 위해 남겨진 창욱이 하나둘 해결해가는 이야기가 독특하다고 느꼈거든요. 실화라고 하니까 더욱 먹먹하고 멋졌고요. 이런 이야기로 만들어진 드라마에 출연한다는 것이 감사했죠."

이처럼 다정은 병실에서 호스를 꼽은채 투병하고, 창욱이 만들어준 김치밥 등의 요리를 먹으며 버텨나간다. 작품 속 매개체로 요리가 등장한 것도 독특했고 이색적인 소재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지만, 다정 역으로 분한 김서형에게 주된 요소는 결국 '감정'이었다.

"다정이라는 인물에 집중하면 그녀에게 요리는 포인트가 아니었을거예요. 저도 아직 싱글인 입장이라 부부의 전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두 분은 친구였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더욱 이 부부에게는 남다른 무언가가 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살아있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다정이 뭘 남기고 싶었을지에 대해 가장 많이 집중한 것 같아요. 한석규 선배와의 호흡은 군더더기 없이 좋았어요. 감독님의 각색 또한 전혀 이질감이 없었고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어요."

생전의 아버지를 떠올린 것도 사실이다. 약해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를 연기하며 일부러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접으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극중 대장암 말기 선고를 받은 다정의 상황이 2009년 폐암으로 이별한 아버지와 닮았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어렸을 때 카스테라를 참 많이 해주셨고, 맞벌이를 하시느라 아버지 또한 요리를 참 좋아하셨어요. 아버지를 떠올리면 가장 생각나는 요리는 무를 넣은 된장찌개예요. 별다른 재료 없이 좋은 무를 넣어주셨죠. '재료만 좋으면 그것 하나만 넣어도 약이 된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아플때 가끔 먹으면 정말로 좋아요. 큰 기억보다 이와 같이 소소하고 일상적인 기억들이 스쳤던 순간이었죠."

김서형에 대한 이미지 변화가 있던 것도 사실이다. 많은 대중들은 드라마 '스카이캐슬' 속 김서형의 열연과 도회적인 외모를 보고 센 이미지를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카메라 밖 김서형은 비교적 내성적인 편에 속한다. 김서형 또한 이와 같은 인식을 알고 있었다.

"강렬한 역할들을 연이어 만나다보면 저 스스로도 그 배역에 맞춰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느 순간 저도 바뀐 적이 있었을 것 같아요. (웃음). 그러나 어릴 때부터 저를 떠올려보면 조용하고 무뚝뚝하고 내성적인 사람이에요. 센 사람하고는 거리가 멀어요. 배역에 몰입하는 것일 뿐 매운 연기가 오히려 더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그녀는 이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를 통해 본의 아니게 자신의 삶까지 돌아보게 됐다. 단순히 캐릭터의 죽음으로 인해 삶과 죽음에 대해 거창하게 생각하기보다는 당장의 오늘, 내일이 김서형에게 더욱 치열하게 고민하는 지점이다. 

"죽음을 연기하며 슬펐냐고요? 그렇지 않아요. 죽지 않는 다른 역할을 할 때에도 오히려 너무 힘들고 슬펐던 적이 많아요. 심오한 생각보다, 내일이 걱정될 때가 많아요. 그저 지금 이 순간 주어진 것을 잘해내면서 1년, 또 2년이 지나면 10년 뒤에 더 잘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되뇌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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