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서인국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TCO(주)더콘텐츠온
배우 서인국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TCO(주)더콘텐츠온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최근 제47회 토론토국제영화제를 뜨겁게 달군 한국영화가 있었다. 미드나잇 매드니스 부문에 공식 초청된 ‘늑대사냥’(감독 김홍선)이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 이후 16년 만에 토론토국제영화제의 러브콜을 받은 이 영화는 인간의 악한 본성을 적나라하게 그린 과감한 표현법과 기존 장르물의 클리셰를 깬 시도로 한국영화 사상 가장 파격적인 하드보일드 액션물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토론토에서 저도 ‘으악!’ 소리 지르면서 봤어요. 거긴 막 소리지르고 박수치면서 보는 극장 문화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더 재밌게 본 것 같아요. 현지 길거리에서도 알아보는 분들이 많았어요. ‘쇼핑왕 루이’나 ‘미남당’을 보신 것 같아요. 길거리에 붙어있는 ‘늑대사냥’ 포스터도 신기했고 한국 콘텐츠에 대한 높은 관심을 느낀 시간이었어요. 선배님들이 만들어주신 ‘K-문화’에 감사하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죠.”

지난 21일 개봉한 ‘늑대사냥’은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을 태평양에서 한국까지 이송하는 바다 위 거대한 움직이는 교도소 내에서 잔혹한 반란이 시작되고 지금껏 보지 못한 극한의 생존 게임이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공모자들’, ‘변신’을 연출한 김홍선 감독의 신작으로, 범죄자 호송선 프론티어 타이탄호에서 범죄자들과 그들을 관리하는 경찰팀이 펼치는 서바이벌 액션을 담았다.

“악역도 종류가 여러가지죠. 음흉하거나 대놓고 사이코패스거나 귀여운 악당도 있을텐데 종두는 순수악의 느낌이라서 제대로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시나리오가 한국에서 못 본 스토리텔링이라서 좋았어요. 어떤 인물들이 이야기를 꾸려가다가 또 새로운 인물들로 다시 이야기가 시작되고 큰 기둥은 따로 있고, 이런 구성이 할리우드 영화랑 비슷하다고 느꼈죠. 이런 신선함은 처음이었어요.”

서인국이 연기한 박종두는 일급살인 인터폴 수배자다. 온몸이 ‘악’ 그 자체인 듯한 잔인함으로 범죄자들마저 두려워하는 인물이다. 프론티어 타이탄호에 오른 그는 자신의 조직원들과 함께 호송선을 통째로 탈취할 계획을 세운다. 서인국은 특유의 예리한 눈매를 최대한 활용해 데뷔 이후 가장 독한 변신에 나섰다.

“눈빛은 저만의 독특한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동시에 콤플렉스이기도 해요. 어릴 때부터 정말 많은 시비에 걸렸어요. 길거리 지나가면 형들이 ‘왜 그렇게 쳐다보냐’, ‘눈 그렇게 뜨지 말라’면서 때리기도 했죠. 저는 아무 생각 없었는데 늘 억울했어요. 배우가 된 이후엔 정의구현하는 캐릭터나 로맨스물 주인공을 많이 해서 선한 눈빛에 정말 많이 신경 썼는데 이번엔 그냥 제 콤플렉스인 눈을 마음껏 이용해보기로 했죠. 오히려 종두 캐릭터엔 어울렸던 것 같아요. 눈 흰자위랑 삼백안, 정말 원없이 썼습니다.”

종두를 위해 신경 쓴 건 눈빛뿐만이 아니었다. 서인국은 약 16kg 체중 증량부터 전신 타투, 뒤태 노출까지 과감한 도전으로 전작들에서 보여준 로맨틱한 얼굴을 완벽하게 지웠다.

“종두의 타투를 직접 다 그리면 15시간쯤 걸린대요. 그래서 저는 촬영용 특수분장 스티커를 온몸에 붙였는데 그것도 한 3시간 걸렸어요. 처음엔 어차피 다음날 또 촬영해야 하니까 스티커를 안 떼고 잤는데 알레르기가 있었는지 피부가 다 뒤집어졌더라고요. 결국 매일 스티커를 붙이고 떼고 반복했어요. 타투는 해골, 호랑이, 뱀 비늘 등으로 하나하나 구성했고요, 둔부 노출도 대역 없이 직접 했어요. 처음이라 걱정하긴 했는데 오히려 타투가 얇은 타이즈를 입은 느낌을 줘서 덜 부끄러웠어요. 운동도 열심히 했어요. 각 잡힌 복근보다는 UFC 헤비급 선수처럼 큰 몸에 누가 봐도 ‘이 사람 위험하겠다’ 싶은 느낌을 주고 싶었죠. 음문석씨랑 제주도에서 2주 동안 운동 합숙을 했는데요, 3시간 주기로 하루 5~6끼를 먹으면서 운동했어요. 열심히 증량했는데 타투를 하니까 음영이 생겨서 약간 슬림해보이더라고요. 몸이 더 커보이길 원했는데 약간 속상했죠.(웃음)”

특히 ‘늑대사냥’의 액션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높은 폭력 수위를 자랑한다. 모든 캐릭터들이 죽느냐, 죽이느냐 오로지 한 가지 목표만을 향해 움직이는데 선박 안에서 펼쳐지는 액션은 물론 엘리베이터 액션신까지 좁은 공간을 활용한 생존 게임이 생생한 공포감을 전달한다.

“영화 ‘본’ 시리즈만 봐도 전문적인 합이 있잖아요. 근데 종두는 그렇게 하면 매력이 없을 것 같았어요. 종두의 액션은 처절해야 했고 당장 칼을 맞아도 자기가 잡은 건 절대 안 놓치는, 본능이 짐승에 가까운 사람이길 바랐어요. 누군가를 제압할 때도 마무리는 다른 사람한테 시키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본인이 위에 있다는 걸 계속 과시하는 거예요. 그게 액션신에서도 드러나길 바랐어요.”

앞서 ‘쇼핑왕 루이’,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 ‘어느 날 우리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미남당’ 등을 통해 ‘로코킹’ 입지를 굳힌 서인국은 이번 작품으로 또 다른 출발선에 섰다. 데뷔 후 첫 악역으로 성공적인 이미지 변신이라는 호평을 받았지만, ‘늑대사냥’으로 악역에 대한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했냐는 질문엔 “파괴적인 캐릭터를 향한 갈망은 오히려 더 커졌다”고 말했다.

“종두는 음흉함은 없어요. 그냥 나쁜 놈이죠. 종두를 시작으로 더 다양한 악역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로맨틱코미디나 진한 멜로도 하고 싶어요. 어릴 때부터 씨름, 복싱, 이종격투기, 주짓수를 해서 액션도 자신있고요. 물론 배우에게 어떤 이미지가 고정되는 건 장단점이 있죠. 나중에 제가 갑자기 로맨틱 코미디를 했는데 대중들이 '늑대사냥'의 종두를 떠올린다면 그건 제가 연기를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다음 작품을 또 완벽하게 해내면 아무리 강렬한 이미지라도 잊어주시지 않을까요. 저한테 달렸죠. 필모그래피가 쌓일수록 더 어려워지겠지만 그걸 잘 풀어가는 게 제 몫이에요.”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