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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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K리그2 경남FC 설기현 감독의 머리가 아프다. 등록된 골키퍼 4명 중 3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고 1명은 며칠전 손수술을 받았다. 그런데도 프로축구연맹에서는 ‘경기는 진행되야한다’며 16일 경기를 강행할 입장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경남은 16일 오후 6시30분 경남 진주종합운동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2 2022 부천FC와의 홈경기를 가질 예정이다.

하지만 경기 준비에 큰 차질이 생겼다. 15일 오전 경남의 골키퍼 3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것. 경남 1군 로스터에는 총 4명의 골키퍼가 등록돼있는데 나머지 1명은 며칠전 손수술을 받아 깁스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남 측은 해당 3명의 코로나 확진 판정과 1명의 수술확인서 모두 증명할 수 있다는 입장.

그럼에도 프로축구연맹은 경기를 강행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연맹 측은 “코로나로 인한 경기 연기 규정은 ‘코로나 감염자 외에 17명(골키퍼 1명 반드시 포함)이 있으면 경기를 진행한다’라는 것”이라며 “경남의 사정이 매우 딱한 것은 안다. 실제로 부상 문제도 확인했다. 하지만 만약 부상자도 최소인원 규정에 포함할 경우 수많은 변수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스포츠한국에 답했다.

부상자까지 포함하면 선수들 중에 안 아픈 선수를 찾기 힘들기에 경기 연기를 위해 수많은 꼼수 혹은 편법을 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경남은 전혀 그런경우가 아니다. 설기현 경남 감독은 스포츠한국과의 통화에서 “황당하다. 골키퍼없이 경기를 하라는 것이냐”라며 “필드 플레이어를 골키퍼로 선발 출전시켜야하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지려 한다”고 답답해했다.

그렇다면 경남FC의 유스팀인 진주고에서 골키퍼를 불러올리는 방안은 되지 않을까. 이미 지난 3월을 끝으로 1군 선수 등록이 완료됐기에 이는 불가능하다는게 연맹의 설명이다.

부천FC 측도 스포츠한국에 “이미 선수단이 진주로 출발했다. 연맹에서 하는게 맞다고 하고 규정에 문제가 없다고 하니 우리라고 별 수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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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의 유연함이 아쉬운 상황이다. 연맹의 설명대로 코로나 경기 진행 규정에서 ‘17명(골키퍼 1명 반드시 포함) 로스터’ 부분에서 부상자를 포함할 경우 여러 편법 등이 발생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골키퍼는 ‘특수포지션’이다. 필드 플레이어와 전혀 다르다. 골키퍼에 대해서만큼은 예외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러다 K리그는 16일 경남-부천 경기에서 필드플레이어가 골키퍼로 선발출전하는 ‘해외 토픽’감 사례가 나오게 된다. 물론 이 경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1년 7월 FC서울과 당시 상주 상무(현 김천 상무)의 경기에서 상무에 골키퍼들이 승부조작 문제로 인해 경기에 나올 수 없게돼 필드플레이어가 골키퍼로 나온 사례가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코로나19라는 매우 특이한 경우가 나온 것이며 애초에 규정을 만들 때 골키퍼에 관련된 세부규정을 만들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물론 이런 경우는 예상조차 힘들긴 했다.

연맹에서도 “코로나 로스터 규정에 부상자를 제외하는 것은 K리그뿐만 아니라 J리그, AFC 주관 대회 등도 모두 하고 있는 세계 공통된 사안”이라며 K리그만 특이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모든 프로경기는 ‘최고의 경기력’을 팬들에게 보여줘야하는 의무가 있다. 골키퍼라는 특수포지션 없이 필드플레이어가 골키퍼를 보는 경기가 정상적일 수 있을까. 규정을 지키고 따르는 것은 물론 매우 중요하지만 이런 매우 특이한 사례에 대해서 예외를 둘 필요성도 있어보이는 상황이다. 모든 것에 예외는 있기 마련이다.

과연 16일 경남-부천의 경기는 전문 골키퍼 없이 필드플레이어가 골키퍼를 보는 황당 경기로 남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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